75 - 작별, 지역 이동
일을 그만두었지만, 그는 쉬면서 시간을 보낼 생각은 없다. 일을 그만둔 날로부터 3일 뒤를 출발 날짜로 잡는다. 3일 뒤면 그와 브리즈번은 영영 작별이다.
막상 떠나려고 하니, 준비할 것이 많다. 호주 지도를 보며 경로를 설정하고, 비상식량과 짐들을 캠리에 차곡차곡 싣는다. 그는 브리즈번에서 출발해서, 해변을 따라 남쪽으로 방향을 잡았다. 이왕 지나는 김에, 도중에 있는 유명 관광지는 모두 들를 예정이다. 골드코스트, 바이런베이, 콥스 하버가 유명하다고 한다. 계속해서 남쪽으로 가면 시드니가 나온다. 시드니에서 정착을 시도해보고, 여차하면 더 남쪽의 멜버른으로 가는 방안도 고려할 수 있다.
여행이 얼마나 걸릴지 모른다. 그는 자동차 여행이 처음이므로, 만반의 준비를 한다. 차에서 자야 하는 경우도 생길 것이고, 요리도 제대로 못할 것이다. 옷걸이를 사서 수건과 옷들을 캠리 내부 곳곳에 건다. Coles에서 산 플라스틱 통들에, 그가 할 수 있는 요리를 해 넣고 냉장 보관한다. 캠리 안에서 부득이하게 끼니를 해결해야 할 경우 먹을 비상식량이다. 비상식량 메뉴는 간단한 파스타(크림, 토마토)와 볶음밥이다.
준비를 하면서, 브리즈번 친구들과 마지막으로 만난다. 바쁘게 지냈던 그에게도, 떠나기 전 인사를 나눌 사람들이 있다. 작지만 작별 선물도 준비한다. 그가 작별 인사를 나눈 사람들과 선물 내역은
- 공장에서 만난 대만인 친구들 / 한식당에서 같이 김치찌개와 족발 등을 먹는다. 그가 통 크게 쏜다. - 필립을 포함한 공장 에이전시 직원들 / 한국 에너지 드링크를 한 팩 선물한다. - 그의 차량 보험을 만들어준 Suncorp 직원 / 한국 에너지 드링크를 한 병 선물한다. - 청소일을 주었던 한국인 매니저 / 한국 에너지 드링크를 한 팩 선물한다. - 마지막으로 지냈던 쉐어하우스의 마스터 부부 / 한국 에너지 드링크를 한 팩 선물한다. - 첫 룸메이트이자 유일하게 마음을 터놓고 연락했던 한인 워홀러 친구 / 그의 자전거를 선물한다.
이외 키친핸드 보스였던 톰과 낀, 레너드에게도 연락했다. 모두들 바빠서, 낀은 답장이 오지 않았고 톰과 레너드는 잘 가라며 답장을 보내주었다.
떠날 때가 되어서야 보이는 것이 많다. 그는 구글맵에 찍힌, 브리즈번 명소라는 곳들을 찾아가 본다. 도심 광장, 마운틴 쿠사 전망대, 암벽 등반을 할 수 있다는 캥거루 포인트, 코알라를 볼 수 있는 동물원, 괜히 공항도 한 번 가본다.
다니다 보니 볼 것, 가볼 곳이 너무 많다. 왜 이제야 알았을까. 그는 너무나도 아쉽지만, 떠나기로 한 날이 다가오고 있다. 아쉬움과 후회는 뒤로 하고, 그의 계획은 그대로 추진되어야 한다. 지금 가보지 못한 곳들은, 훗날 그가 다시 호주를 방문했을 때를 위해 남겨둔다. 설마 워킹홀리데이 이후 두 번 다시 호주를 올 일이 없겠는가.
지인들과 인사도 끝났고, 가장 유명한 명소들도 방문했다. 그는 처음 워킹홀리데이를 시작할 때와 같은 설렘을 안고 차를 운전한다. 처음과 다른 것은, 그에게는 돈과 차가 있고, 무엇보다 열심히 생활하며 얻은 생활력과 자신감이 있다. 이런저런 생각을 하는 동안, 캠리는 브리즈번 도심을 빠져나와 남쪽으로 향한다. 브리즈번을 마지막으로 눈에 담으며, 작별을 고한다. 어느새 그의 워킹홀리데이 비자 1년 중 절반이 지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