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6 - Sky Diving
바이런 베이는 스카이 다이빙이 유명하다. 호주 전역에서 스카이 다이빙을 할 수 있는데, 바다를 낀 지역에서의 스카이 다이빙이 더 경치가 좋고 가격도 비싸다. 바이런 베이에서의 스카이 다이빙 가격은 약 400불로, 다이빙 가격이 약 300불, 사진과 동영상 가격이 약 100불이다. 스카이다이빙을 하면서 사진과 영상을 신청하지 않는 사람은 거의 없다. 총비용으로 따졌을 때 바다가 없는 지역보다 약 100불 더 비싸다. 그는 겁이 나긴 하지만, 이왕 바이런 베이에 온 김에 스카이다이빙을 하기로 결정한다.
인터넷을 통해 예약하고 돈을 지불한다. 정해진 시간과 장소로 가니, 비행기 착륙장이다. 그 이외에도 많은 이들이 스카이다이빙 차례를 기다리고 있다. 경비행기가 고도까지 올라갔다가 내려와야 하기 때문에, 스카이다이빙은 대기 시간이 꽤 길다. 그는 건물 안에 앉아, 주의사항이 반복 재생되는 모니터를 보며 기다린다. 가슴이 뛰면서, 긴장감이 몰려온다.
스카이다이빙은 짜릿한 경험이지만, 상당히 위험하다. 낙하산이 오작동하거나, 기상이 안 좋거나 등의 변수가 작용하면 치명적인 사고가 발생할 수 있다. 다행히도, 스카이다이빙을 체험하려는 일반인들은 숙달된 다이버 한 명과 묶여서 뛴다. 말 그대로, 두 명의 몸을 묶은 채로 뛴다. 숙달된 다이버는 뒤에, 일반인이 앞에 위치한다. 낙하산을 등에 장착하기 때문인 듯하다. 안전에 대한 걱정은 숙달된 다이버에게 맡기고, 편하게 즐기면 된다.
그럼에도 그는 불안한 상상을 멈출 수 없다. 만일 낙하산이 펼쳐지지 않는다면, 아니 낙하산이 펼쳐졌는데 위태로워서 다이버가 자신을 떼어내려고 한다면? 그는 마음을 굳게 먹는다. 그런 일은 일어나지 않을 것이다. 이미 그의 앞으로, 다이빙을 마친 이들이 휘날리는 머리를 정리하며 지나가고 있다. 스카이다이빙은 안전하다. 하지만 만일, 정말 만일 불의의 사고가 발생한다면, 그는 혼자서 저승으로 가진 않을 것이라 다짐한다.
마침내 차례가 되자, 그는 불려 나가서 여러 장비를 착용한다. 초심자인 그가 할 수 있는 것은 없다. 그저 숙련된 직원들이 하라는 대로 몸을 움직이고, 입혀주는 대로 입는다. 아기가 된 기분이다. 장비를 다 착용하면, 함께 뛸 숙련자와 몸을 묶는다. 정말 단단하게 묶어서, 움직이기 힘들고 도망갈 수가 없다. 이윽고 경비행기는 이륙한다.
비행기가 정해진 고도에 도달하자, 직원이 문을 열어젖힌다. 그를 비롯한 일반인들은 이미 넋이 나가 멍하거나 소리를 지르고 있다. 바람이 들이닥치고, 땅은 현실감 없이 조그맣게 보인다. 직원들은 일반인들을 아랑곳하지 않고 스카이다이빙을 시작한다. 몸이 연결되어 있는 직원에게 떠밀려서 비행기 밖으로 떨어지는 셈이다. 열려있는 문 앞에 앉으라는 말을 들은 이후, 그의 의지와 무관하게 모든 것이 진행된다. 천지가 몇 번 빙글빙글 돌더니 그는 이미 비행기 밖에서 하강 중이다.
그와 직원은 배운 대로 두 팔과 다리를 활짝 핀다. 하강 시 안정적 자세를 유지하기 위해서다. 몇 초가 흐른 뒤에야, 그는 주변이 보이기 시작한다. 떨어지고 있는 상태에서는 바람이 너무 강해서, 아무것도 들리지 않는다. 자신의 목소리도 거의 들리지 않는다.
그는 하늘에서 뛰어내리면, 계속해서 속도가 가속할 줄 알았다. 하지만 그렇지 않다. 뛰어내리고 얼마 뒤 펼친 보조 낙하산이, 속도가 너무 빨라지는 것을 제어하는 듯하다. 어느 시점까지는 하강 속도가 가속하지만, 일정 속도에서 그대로 유지된다. 계속해서 가속하지 않기 때문에, 그는 속도에 조금씩 적응하기 시작한다.
떨어지면서, 바이런 베이의 전경을 본다. 워낙 높은 곳에서 떨어지고 있으므로, 땅의 모양이 정확하게 보인다. 세계지도에서 보는 것 같은 모양이다. 땅도 땅이지만, 360도로 펼쳐진 수평선과 지평선이 장관이다. 하늘과 바다의 경계가 모호한 곳도 있다. 멀리 보이는 하늘의 색깔이 오묘하다. 하늘색, 보라색, 주황색이 넓게 펼쳐져 있다. 떨어질수록 먼 곳의 수평선과 지평선이 시야에서 사라진다. 그는 이 하늘이 사라지기 전에, 조금이라도 더 눈에 담으려고 노력한다. 떨어지는 속도에 익숙해질 즈음, 주 낙하산이 펼쳐진다.
지면에 가까워지면, 주 낙하산을 펼쳐서 패러글라이딩 형식으로 내려온다. 땅에 발을 딛자, 스카이다이빙을 해냈다는 성취감과 살았다는 안도감이 동시에 밀려든다. 그의 안전을 책임져 준 직원을 강하게 껴안는다. 직원의 손목에는 고프로가 달려 있어서, 떨어지는 동안의 모습이 낱낱이 찍혀 있다. 확인해보니, 다른 사람에게 보여주고 싶은 모습은 아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