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44 - 지붕 나무 골조 철거, 붕괴
창호, 단열재, 빗물받이, 벽돌담 등 건물과 차고의 마감재들을 대부분 뜯어냈다. 그의 눈에 보이는 것은, 구조를 지탱하는 몇몇 두꺼운 벽들, 그리고 골조를 이루는 목재들 뿐이다. 목재들은 바닥부터 시작해서, 기둥을 통해 박공지붕 모양으로 온 집의 뼈대를 형성하고 있다.
나무 골조만 뼈다귀처럼 남아있긴 하지만, 이음새마다 못을 제대로 박아놓아서 단단하다. 위에서 누르는 하중을, 기둥을 통해 바닥으로 잘 분산하는 구조다. 특히나 박공지붕의 골조는, 건물 지붕에서 구조를 한 번 더 잡아주어서 전반적인 구조를 더욱 튼튼하게 한다. 그와 데이빗이 올라가도, 골조는 결코 흔들리지 않는다. 당연한 말이지만, 나무 골조에서 각목을 하나씩 해체해서 밖으로 던질수록 골조의 흔들림이 심해진다.
그와 데이빗은 지붕 위로 올라가서, 나무 골조를 뜯어내고 해체하기 시작한다. 커다란 나무 각재들 사이로, 타카로 밖은 조그마한 못과 망치로 박은 대못이 보인다. 장도리로 빼낼 수 있는 것부터 빼낸다. 타카못은 못 머리가 작아 장도리에 걸리지 않는다. 대못을 빼낸 후, 조그마한 못들은 그냥 나무 각재를 망치로 때리면서 각재와 각재 사이를 벌려서 빼낸다. 각재가 크고 굵을수록, 빼야 하는 못이 많고 망치질도 여러 번 해서 분리해내야 한다. 박공지붕을 이루는 나무 구조는, 각재가 유난히 굵고 못도 많다. 그와 데이빗은 박공지붕 골조를 해체하는 데만 사흘 가까이 걸린다.
박공지붕은 차고까지 연결되어 있다. 주택과 옆 차고의 지붕이 같은 박공지붕으로 연결된 구조다. 그와 데이빗은 주택과 차고 지붕을 이리저리 넘어 다니며 나무 각재들을 해체하고 빼서 아래로 던진다. 어느새 박공지붕 각재들이 거의 제거된다. 지붕의 각재들을 한 번 더 잡아서 고정하는 박공지붕이 사라지고 나니, 그와 데이빗이 밟고 있는 지붕 나무 골조가 흔들거리기 시작한다.
데이빗은 그에게, 한 가지 제안을 한다. 빠르고 간편하게 지붕 나무 골조를 철거할 수 있는 방안이다. 지붕의 나무 골조를 하나하나 빼서 철거하는 것이 안전하긴 하나 느리다. 데이빗은, 자신의 계획에 따라 전체 중심을 지탱하는 나무 골조 중 몇 개만 제거하면, 차고 쪽 지붕의 일부를 무너뜨릴 수 있다고 한다. 그와 데이빗은 무너지지 않는 쪽에 서서, 타겟이 되는 중심 골조만 망치로 때리고 피하면 작업 효율을 훨씬 배가시킬 수 있으리라는 계획이다. 그는 약간 의심스럽긴 하지만, 그보다 경력자인 데이빗의 의견에 따른다. 그 또한, 하나씩 골조를 빼는 것보다는 한꺼번에 무너지는 것을 더 보고 싶다. 데이빗이 계산했다고 하니 데이빗의 말대로 무너지지 않는 쪽에 서 있으면 문제없을 것이다.
그와 데이빗은, 차고 쪽 지붕에서 꽤 중요해 보이는 나무 골조들을 빼내기 시작한다. 무게를 지탱하고 있는 골조들이라, 강하게 꽉 맞물려있어서 빼내기가 쉽지 않다. 중심 골조들을 하나씩 빼낼 때마다, 차고 전체 지붕이 더욱 심하게 요동친다. 마침내 핵심 골조 몇 개를 빼내고, 핵심 골조를 상당히 느슨하게 만드는 데 성공한다. 데이빗은 핵심 골조 부위가 맞물리는 곳에 위치한 각목 하나를, 분리 직전까지만 빼놓았다. 이제 망치로 한 번만 더 때리면, 해당 각목이 빠지면서 핵심 골조가 무너지고, 데이빗의 계산대로 차고 지붕 일부가 무너질 것이다.
그와 데이빗은 핵심 골조에서 최대한 멀리 떨어진다. 데이빗은 자신의 계산대로라면, 차고 지붕의 왼편 40% 정도가 무너질 것이라고 말한다. 그는 혹시 모르니 데이빗을 잡아줄 위치에 서 있고, 데이빗은 그와 가까운 지점에 선다. 데이빗은 망치 끝을 잡고, 팔을 끝까지 뻗어 간신히 각재에 닿을 거리에 서 있다. 어쨌든 그와 데이빗 모두 차고 지붕 골조 위에 서 있다. 망치를 잡은 데이빗은 그에게 외친다.
"You Ready?"
"Yeah I'm Ready!"
데이빗은 셋을 세고 마지막 각재를 망치로 때린다. 차고 지붕을 떠받들고 있던 구조의 마지막 핵심 각재가 빠진다. 여기까지는 계획대로였으나, 데이빗의 계산에는 착오가 있었다.
각재가 빠져나가자마자, 차고의 지붕 골조 전체가 흔들거리며 무너지기 시작한다. 데이빗이 말한 왼편 부분이 무너지기 시작하는데, 40%에서 멈출 것 같지가 않다. 절반을 넘어, 그와 데이빗이 서 있는 곳까지 무너지기 시작한다. 그와 데이빗은 당황해서 아무 말도 하지 못하고, 동그랗게 토끼눈이 된다. 본능적으로 몸을 수그리고 발아래의 나무 각재를 부여잡는다. 그는 이때, 이전에는 느껴보지 못했던 무력감을 느낀다. 마치 대자연의 폭풍우나 쓰나미가 몰려오는 것처럼, 무슨 방법을 써도 도망갈 수가 없다. 딛고 있는 각재가 흔들거리기 때문에, 그저 앞으로 닥칠 처분만을 기다리는 것 외에는 방법이 없다. 그저 자신들이 딛고 있는 각재들이 무너지지 않기를, 닥쳐올 처분이 너그럽기만을 바랄 뿐이다. 차고의 지붕 골조 전체가 흔들거리면서 무너져 내리고 있고, 그와 데이빗은 서로를 바라보며 그저 각재를 잡고 납작 엎드려있다.
30초도 안 되는 시간이었지만, 그와 데이빗은 생사를 넘나드는 경험을 한다. 다행히도 무너져 내린 골조가 차고 바닥에 닿으면서, 나머지 골조들의 무게를 지탱해서 전부 무너지는 것은 면한다. 데이빗의 계산과는 달리, 차고 지붕의 절반 이상이 붕괴했다. 그와 데이빗은 골조의 흔들림이 멎자, 다시 서로를 바라본다. 눈이 마주치는 순간, 누가 먼저랄 것 없이 폭소를 터뜨린다. 살았다는 안도감, 그리고 서로가 서로의 겁먹은 모습을 본 것에 대한 창피함과 웃음이 한꺼번에 터져 나온다. 그와 데이빗은, 이 붕괴 사태를 함께한 이후 더욱 돈독해진다. 생사고락을 함께 한 동료가 된 느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