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3번째 기업, 52번째 면접 (대망의 최종 면접)
33번째 기업, 신입 3차(최종) 면접
면접자 : 총 3명, 모두 남자
보드영업 직무, 정치외교학 전공, 데이터 관련 인턴을 통해 꼼꼼함과 분석력을 길렀다는 면접자 1
그, 보드영업 직무
총무 직무, 사투리를 쓰며 합격 시 본사가 아닌 수도권 근무 예정인 면접자 3
면접관 : 총 5명 (남자 4 / 여자 1)
맨 좌측, 1/2차 면접 때 계속해서 40대 면접관 1, 구릿빛 피부에 머리가 조금 노랗고 눈이 크다 (인사팀장)
좌측 두 번째, 긴 생머리, 붉은 테의 안경을 낀 40대 여자 면접관 2 (인사실장)
중앙, 포털 뉴스에서 33번째 기업 CEO 사진의 인물, 안경을 쓰고 체구가 작은 50대 면접관 3
우측 두 번째, 특징이 잘 기억나지 않는 50대 면접관 4
맨 우측, 경영기획총괄, 회장의 아들로 보이며, 젊고 깔끔한 인상에 운동을 한 듯 다부진 체격, 검은 뿔테 안경을 끼고 앞머리를 깔끔하게 세운 30대 후반~40대 초반 면접관 5
면접은 2차 면접 때와 동일한, 짙은 녹색 계열로 인테리어를 한 커다란 회의실에서 진행된다. 2차 면접 때는 면접관이 두 명뿐이었지만, 최종 면접에는 5명이나 된다.
면접자 일동 : (입장하며) 안녕하십니까!
면접관 2 : 안녕하세요. 앉으세요.
면접자 일동 : (착석한다)
면접관 1 : 네, 반갑습니다. 먼저 면접관님들 소개를 드릴게요. 저는 인사팀장을 맡고 있는 면접관 1입니다. 제 좌측으로, 인사 실장님이시고요.
면접관 2 : (가볍게 인사한다)
면접자 일동 : (따라서 인사한다)
면접관 1 : 그리고 옆으로 대표님.
면접관 3 : (가볍게 인사한다)
면접자 일동 : (따라서 인사한다)
면접관 1 : 그 옆에는 저희 33화학 대표님
면접관 4 : (가볍게 인사한다)
면접자 일동 : (따라서 인사한다)
면접관 1 : 마지막으로 저희 경영기획총괄을 맡고 계시는 경영기획팀장님이십니다.
면접관 5 : (가볍게 인사한다)
면접자 일동 : (따라서 인사한다)
면접관 2 : 면접 시작하겠습니다. 자기소개 부탁드립니다.
면접자 1 : 안녕하세요. 분석력과 꼼꼼함의 면접자 2입니다. 저는 데이터 관련 인턴을 해본 적이 있는데요. 인턴을 하면서, 데이터를 담당하고 분석하는 직무를 했습니다. 그런 과정에서, 어... 데이터의 중요성과... ...
그 : 안녕하십니까! 33번째 기업 보드영업 직무에 지원한 지원자, 하.얀.얼.굴. 입니다! 저는 2가지 강점을 통해 저를 간략하게 소개하겠습니다. 첫 번째, 실행력입니다. 저는 호주 워킹홀리데이에서 3가지 목표를 달성했습니다. ... 두 번째, 친화력입니다. 저는 취미 생활인 공놀이를 통해 친화력을 길렀습니다. 공놀이를 하며 다양한 사람들과 팀을 이루며 친화력을 길렀다고 말씀드리겠습니다. ... 이상 두 가지 강점, 강한 실행력과 친화력을 바탕으로 33번째 기업에 기여하고자 하는 지원자 '하얀 얼굴'입니다. 감사합니다!
면접자 3 : 안녕하세요. 총무 직무에 지원한 면접자 3입니다. 저는 강점으로, 친화력을 말씀드릴게요. 저는 다른 사람들과... ...
최종 면접은, 임원들이 면접자들에게 개별적으로 궁금한 것을 물어보는 형태로 진행된다.
면접관 2 : 면접자 1 씨, 성적증명서에 기록이 없는 기간이 있는데, 어떻게 된 거죠?
면접자 1 : 아, 학점이 낮게 나와, 재수강을 한 과목들입니다.
면접관 2 : 기록이 없는 기간이 꽤 되는데, 다 재수강을 한 건가요?
면접자 1 : 네.
면접관 3 : 원래 전공은 다른 것이라고 되어 있는데. 3학년 되어서 경제학 수업을 들은 이유가 뭡니까.
면접자 1 : 경제에 대해 알고 싶어서... ...
면접관 4 : 면접자 3 씨, 전공이 정확히 무엇인가요.
면접자 3 : OOO융합학과입니다. (정확히 기억나지 않는다)
면접관 4 : 학점이 낮은 이유가 무엇인가요.
면접자 3 : 아, 학교 때 공부가 아닌 다른 것에 관심이 있어서요. 그래서... ...
면접관 4 : 총무 직무에 원래 생각이 있었나요?
면접자 3 : 아, 제가 원래는 설비관리 직무에 지원했었는데요. 2차 면접을 보고 나서 인사팀에서 전화가 와서 총무 직무로 바꾸는 것이 어떻겠냐고 제안을 받아서요. 그래서... ...
면접관 2 : 하얀 얼굴 씨, 특이한 자격증이 있는데, 어떻게 취득한 건가요.
그 : 해당 자격증은, 군대에서 작업을 하다가 관심을 가진 자격증입니다. 또한, 당시 부대에서 장병들의 자기계발을 위해 자격증을 따면 포상휴가를 주었습니다. (면접관들 : 허허허) 그래서 당시 공부하고 집체교육을 받아 취득한 자격증입니다.
면접관 2 : 하얀 얼굴 씨, 희망 연봉을 6천만 원이라고 적으셨어요. 무언가 의미하는 바가 있을 것 같은데. 맞나요?
그 : (준비된 질문이다) 네, 해당 연봉은, 저의 포부와 가치를 반영한 것입니다. 저는 실물 경제에 관심이 많고, 실제로 경제를 돌아가게 하는 것이 큰 가치를 갖고 있다 생각합니다. 그런데 금융업에 종사하는 제 친구가, 취업에 성공하여 처음으로 받은 연봉이 6000만 원이었습니다. 금융업도 중요하지만, 결국 금융업의 근간도 실물 경제라고 생각했습니다. 그래서, 실물 경제에 종사하시는 것 또한 친구가 받는 초봉 6000만 원이상의 가치가 있다는 의미에서 적었습니다. 또한, 아무래도 친구가 받은 첫 연봉이다 보니, 나름 경쟁심에 상징적으로 잡은 금액이기도 합니다. 제가 그 정도의 값어치를 지닌 신입사원이 되겠다는 포부를 담은 금액이라고 말씀드리겠습니다.
그는 자신을 어필하기 위해, 답변을 하면서 일부러 면접관들의 눈을 골고루 마주 본다. 가장 오른쪽, 면접관 5가 그와 눈을 마주친 순간 고개를 끄덕인다.
그가 지금껏 경험했던 최종 면접이 대부분 그렇듯, 33번째 기업의 최종 면접도 질문이 별로 없다. 임원 면접관들은 궁금한 것 한두 가지 정도만 물어보고는 입을 닫는다. 면접이 끝나가는 분위기다.
면접관 2 : 음, 우리 회사에 입사하게 된다면, 미래에 어떤 모습으로 성장하고 싶은지 말해주세요.
면접자 1 : 네, 저는 입사한다면... ... (기억나지 않는다)
면접자 2 : 입사해서, 먼저... ... (기억나지 않는다)
그 : (자기소개서를 인용하여) 보드영업 직무에서 일하며, 실물 경제에 이바지하는 영업인이 되고 싶습니다. 자기소개서에 적어놓았듯, 처음 1년은 회사 적응에 힘쓰겠습니다. 3년 차까지는, 맡은 바 직무를 혼자서 수행할 수 있도록 업무를 숙달하고 싶습니다. 3년 차 이후에는, 전사적인 흐름을 읽고 유관 부서와의 협업에 능한 인재가 되겠습니다. 회사에 기여하며, 회사와 함께 성장하고 싶습니다. 뉴스 기사를 보니, 33번째 기업 대표님의 커리어도 보드영업 본부장을 거치신 것으로 압니다. (면접관 3이 당황한 듯 웃는다) 저도 보드영업 직무에서 커리어를 시작하여, 영업인으로써 33번째 기업의 임원으로까지 성장하고 싶습니다.
그의 진심이 80% 정도 담긴 답변이다.
면접관 2 : 마지막으로, 하고 싶은 말씀하시고 면접 마칠게요. 이번에는 면접자 3 씨부터 해주세요.
면접자 3 : 네, 저는 총무 직무로 중간에 직무가 바뀌었지만, 총무 직무에 진짜 관심이... ...
그 : 먼저, 전염병 시기임에도 불구하고 면접에 불러주셔서 감사합니다. 33번째 기업은 사람을 소중하게 생각하고 고객과 함께 행복을 키워나가겠다는 비전을 갖고 있습니다. 그룹의 뿌리를 담당하는 나무 제조업도, 기업의 비전도 저의 생각과 일치하는 부분이 많습니다. 부디 면접에 합격하여, 33번째 기업이 그리는 미래에 함께하고 싶습니다. 감사합니다.
면접자 1 : 저도 감사하다는 말씀을 드리고 싶습니다. 저는 분석력과... ...
면접관 2 : 네, 이상으로 면접 마칠게요. 수고하셨습니다.
면접자 일동 : 감사합니다!
면접이 끝나고 밖으로 나온다. 그는 별다른 실수를 하지 않았다. 면접을 망치지 않은 것은 확실한데, 그렇다고 면접을 잘 본 것인지는 또 의문이다. 언제나 그렇듯, 최종 면접은 문답이 워낙 적기 때문에 결과를 예측하기가 훨씬 힘들다.
그는, 자신이 신입으로서 보여줄 수 있는 패기와 열정은 모두 보여주었다고 생각한다. 희망연봉을 높게 적어내면서 그만한 가치를 지닌 신입사원이 되겠다, 현재 대표의 커리어까지 파악하여 대표와 같은 지점에서 시작하여 임원이 되고 싶다는 발언까지 당차게 하고 나왔다. 임원들은 그의 이러한 발언에 약간 당황한 듯하면서도, 한편으로는 그를 당돌해하는 듯한 느낌이었다. 그가 느끼기엔 그렇다.
다른 면접자들도, 딱히 특별한 강점을 드러내지는 않았다. 그렇다면, 그나마 눈에 띄는 자신이 합격할 수 있지 않을까. 면접이 끝났음에도 두근거리는 심장을 붙잡고, 그와 면접자들은 엘리베이터를 타고 아래로 내려간다.
인사팀 직원 : 면접 보시느라 수고 많으셨습니다. 여기 면접비예요.
면접비는 1/2차와 동일하게 3만 원이다. 면접만 3번을 봤으니, 그는 33번째 기업에게서만 면접비로 10만 원 가까운 금액을 받았다.
인사팀 직원 : 면접 결과는, 아무래도 입사 날짜가 얼마 안 남아서 최대한 빨리 알려드리려고 합니다. 늦어도 다음 주에는 알려드릴 거예요. 합격 여부 상관없이 모두에게 알려드립니다. 그리고, 불합격하시더라도 예비를 받으실 수 있습니다. 네 그럼, 수고하셨습니다.
면접자 일동 : 감사합니다!
한 달 반 이상 신경 쓰였던, 가장 가고 싶었던 33번째 기업의 최종 면접이 끝났다. 그에게 밀려왔던 밀물 중, 가장 커다란 파도를 방금 넘었다. 그는 자신이 어필할 수 있는 것은 다 어필했다고 생각한다. 남은 것은 결과를 기다리는 것뿐이다.
커다란 파도는 넘겼지만, 아직도 밀물의 여파가 남아있다. 그는 지하철에서 잠시 쉬고, 집에 도착하자마자 다음날 예정된 면접 준비를 시작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