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업 준비/회사

60 - 업무 공유 회의 (회의록 담당자)

하얀 얼굴 학생 2025. 4. 20. 12:44

 어느 날, S 팀장이 말한다.

 

  S 팀장 : T야.

  T 과장 : 네 팀장님.

  S 팀장 : 생각해봤는데, 아무래도 회의를 하나 운영하면 어떨까 해. 보면, 일하면서 계속 우리팀이랑 연계되는 사람들이 있거든. 그 사람들이랑은, 일주일에 한 번씩 모여서 각자 무슨 일을 하고 있는지 공유하고. 그러다보면 협업도 더 빨라질 거고.

  T 과장 : 네 알겠습니다. 어느 팀이랑 같이 하시나요?

  S 팀장 : 뭐. 일단 영업 쪽 기획 참석하라고 하고.

  T 과장: C 대리 말씀이시죠.

  S 팀장 : 그래. 영업 쪽 기획은 C 혼자 하고 있나?

  T 과장 : 네. 그래서 C 대리가 계속 충원 요청을 하고 있습니다. 영업 측 지원자들 면접 때도 같이 들어가기도 하고요.

  S 팀장 : 그래, C도 영업으로 시작해서 영업 쪽 기획을 보고 있는 거니까. 그게 나을 수도 있겠다.

  T 과장 : C 대리에게 매주 회의 참석하라고 이야기해두겠습니다. 요일은 언제로 하시나요?

  S 팀장 : 매주 초에는 바쁘니까. 수요일 정도 어때.

  T 과장 : 알겠습니다.

  S 팀장 : ... 그리고, 홍보팀도 오라고 해.

  T 과장 : 알겠습니다.

 

 S 팀장 주도로, 업무 공유 회의가 결성된다. 회사 입사 이래, 그의 입장에서는 처음으로 참석하게 된 정기적 회의다. 물론 그는 이 회의에서 그닥 할 말이 없다. 전염병 전표 처리, 창고 물품 관리 및 불출을 위주로 맡고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사업지원팀 상사들은 그에게도 이따금씩 어떤 일을 하고 있느냐고 물었다.

 

 

수요일, 회의실

 

참석자

  - 사업지원팀 (S 팀장, V 차장, U 과장, T 과장, 하얀 얼굴 사원)

  - 영업 측 기획 C대리

  - 홍보팀 (팀장, 매니저)

 

  S 팀장 : 안녕하십니까. 다들 바쁘신데 이렇게 와주셔서 감사합니다. 제가 이렇게 일을 하다보니, 계속해서 같이 일하게 되는 분들이 있더라고요. 그래서 그분들이랑은 주기적으로 모여서 어떤 일들을 하고 계신지 이야기하고, 또 그러다 보면 개선점이나 새로운 방향도 나올 수 있겠다 싶어서 이렇게 요청을 했습니다. 

  홍보팀장 : 네 좋습니다!

  S 팀장 : 매주 모여서 간단하게, 짧게 진행하시죠. 저도 위층 관리팀 회의에 너무 데인 사람이라. 회의가 긴 거는 좋아하지 않아서요.

  그 : (저 말씀을 은근히 여러 번 하시는구나)

 

  S 팀장 : 우선, 지난 한 주간 어떤 업무를 했는지 간략하게 이야기하고, 앞으로 어떤  업무를 진행할지 위주로 이야기하면 좋을 것 같습니다. T야, 지금 실적 업무 잘 진행되고 있나?

  T 과장 : 네, 지난주에 실적 집계 완료했고요. 지금 전표 이관 관련해서... ...

  U 과장 : 실적 집계 중입니다. 관리팀에서 요청한 자료가 있어서... ...

  V 차장 : 안전팀에서 교육 관련 체크리스트를 달라고 해서요. 배포하기 전에 일단은 어떤 항목들이 들어가야하는지 안전팀과 협의하고 있는... ...

  C 대리 : 영업들이 편하게 일할 수 있도록, 내부 프로세스 잡고 있는 중이에요. 당장 밖에 나가서 고객들을 만나야 하는데, 지금은 너무 행정 업무가 많습니다. 그래서 그 업무 로드를 좀 줄일 수 있는 협업툴을 찾고, 업체 미팅 예정 중에 있습니다. 이런 툴을 도입하면, 각 영업 인원들이... ...

 

  홍보팀장 : 지난주에 기자 미팅 진행했습니다. 회사 관련해서 홍보 기사를 내겠다고 해서, 어떤 내용으로 나가면 좋을지 협의 중에 있고요. 이런 기사는 또 대외 홍보도 겸할 수 있기 때문에, 사업부장님 인터뷰도 넣으면 좋지 않을까 해서 말씀드린 상태입니다.

  S 팀장 : 어디서 진행하는 거죠?

  홍보팀장 : XXX 신문에서 진행하고요. 아무래도 저희 회사가 업계에는 잘 알려지지 않았다 보니, 인지도 측면이 많이 약해요. 처음 듣는다는 반응도 많고요.

  S 팀장 : 그러니까요. 홍보를 좀 해서, 인지도를 높일 필요가 있습니다.

   홍보팀장 : 네. 그래서 이번 기사부터 해서... ...

 

 쏟아지는 정보, 알아들을 수 없는 용어들에 그는 정신이 없다. 정신을 놓고 있는 것처럼 보였는지, S 팀장이 말한다.

 

  S 팀장 : 얼굴아.

  그 : 네!

  S 팀장 : 회의록 잘 쓰고 있지? 너가 이제 이 회의의 회의록 담당자야.

  그 : 알겠습니다!

  S 팀장 : 회의록 써서, 매주 공유하고 회의 때마다 여기에 띄워. 그거 보고 회의할 거야.

  그 : 알겠습니다!

 

 

 말로만 듣던 회의록. 그는 평생 회의록이라는 것을 쓴 적도, 본 적도 없다. 회의록 담당자가 되었으니, 워드 파일을 열고 일단은 무작정 적기 시작하는 그다. 의미를 모르겠는 용어가 나와도 일단은 받아적기 바쁘다.

 

 내용이 제대로 들어갔는지, 처음 듣는 용어의 맞춤법조차 확인이 안 되지만 일단 받아적은 회의록이다. 하지만 그가 적은 이런 빈약한 회의록이, 실제로 화면에 띄워지고 이를 토대로 회의가 진행되기 시작한다. 신입사원인 그를 위한 상사들의 배려였을까, 포기였을까. 회의가 끝난 후 한 명씩 붙잡고, 자신이 적은 내용이 맞는지 확인하는 정도의 열정은 보였어야 하는 것일까.

 

 그에게 회의록 적는 방법을 알려주는 이도 없고, 회의록에 대한 코멘트도 전혀 없었다. 업무 공유 회의는 그대로 진행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