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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상/호주

102 - 멜버른 숙소 찾기

 그는 대마초 연기가 자욱한 롯지를 탈출하기 위해, 열심히 새로운 숙소로 찾는다. 브리즈번에서 이미 발바닥에 불이 나게 이사를 해본 그다. 그는 브리즈번과 비슷하리라 생각하며 인스펙션(집들이)를 다닌다.

 

 그는 멜버른에서 인스펙션(집들이)을 다니면서, 멜버른의 주거 환경이 썩 좋지 않다고 느낀다. 시드니와 비슷한 느낌이다. 멜버른과 시드니 모두 호주에서 가장 큰 대도시다. 사람이 많고 땅값이 비싸다. 그의 캠리를 주차할 수 있는 공간이 있으면서, 방세가 싼 숙소는 도심에 존재하지 않는다. 그는 멜버른 외곽에서 집들이를 다닌다. 그런데 그가 집들이를 가는 곳마다, 집주인이 중국계 사람이다. 멜버른의 부동산은 중국인들에게 장악당한 것인지 의문이 들 정도로 그는 중국인 집주인을 많이 봤다.

 

 중국인 집주인을 포함해서, 외국인 집주인들은 세입자에게 제공하지 않는 것이 많다. 그야말로 잠을 잘 수 있는 방, 침대와 매트리스, 조그만 책상과 서랍장이 전부다. 침대는 프레임과 매트리스만 있을 뿐, 매트리스 커버나 침구류는 없다. 즉 이불과 베개 등은 세입자가 따로 구매해야 한다. 한인 쉐어하우스에서 갈등을 많이 겪은 그이지만, 매트리스와 프레임만 휑하게 놓여있는 방을 보며 한인 쉐어하우스가 편하긴 하다고 생각한다. 

 

 

 그는 방세로 지불할 예산을 너무 적게 잡았다. 설상가상, 멜버른과 시드니의 물가가 더해진다. 브리즈번은 유명한 도시이지만, 인구 밀도나 도시 규모는 크지 않은 편이다. 멜버른과 시드니에 비해, 브리즈번의 주거 환경은 쾌적한 편에 속한다. 적은 돈으로도, 브리즈번에서는 살 만한 숙소를 찾을 수 있다. 같은 가격으로 멜버른과 시드니에서 숙소를 구한다면, 주거 환경은 형편없어진다. 그는 돈을 많이 아끼는 데다, 이미 브리즈번의 물가에 적응해버렸기 때문에 방세를 더 지불할 생각이 없다. 결과적으로 그가 멜버른에서 지냈던 숙소들은, 전반적으로 브리즈번의 숙소보다 열악했다.

 

 그는 8차례 정도 집들이를 다닌 뒤, 결국 포기한다. 그가 지불할 용의가 있는 방세는 일주일에 최대 120불이다. 이 정도 돈으로는, 멜버른에서 좋은 집을 구할 수 없다. 그는 적당히 타협한다. 이전의 롯지처럼 대마 연기가 자욱하거나 하는 치명적 결함이 있지만 않다면 입주하려 한다. 어차피 그는 숙소를 잡아도, 방에서보다 캠리에서 쉬는 시간이 더 많다. 주차 공간이 있고 가격이 싼 주거지를 찾는다. 그에게 진짜 숙소는 캠리인 셈이다. 집은 그저 짐을 보관하고 샤워와 빨래를 하는 장소다.

 

 눈높이를 낮추기로 결심하고, 그는 한 쉐어하우스에 연락을 넣는다. 인스펙션(집들이)을 가보니 역시나 집을 소개해주는 사람은 중국계 남자다. 쉐어하우스 안으로 들어가자, 조그만 집 안에 10명 정도의 인원이 지내고 있다. 화장실은 비좁고, 주방도 작은데 마당은 있다. 그가 탈출하고자 하는 롯지와 구조 자체는 상당히 유사하다. 다행히 대마 연기는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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