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회상/조각글

새벽 (후회, 과거, 망상) 그는 새벽을 좋아한다. 어렸을 적부터 취침 시간이 이른 편은 아니었다. 나이가 들어 성인이 되어갈수록 취침 시간은 계속해서 뒤로 밀렸다. 그는 자신이 올빼미족이라고 생각한다. 대학생 때나 취업준비생 때는 취침 시간이 더더욱 늦어졌다. 그렇다고 그가 잠이 적은 편은 아니었다. 미뤄뒀던 잠은, 주말이 되었든 휴일이 되었든 언젠가는 다시 충전해야 했다. 그는 그냥 밤에 깨어있는 것 자체가 좋았다. 그다지 잠이 오지 않기도 하거니와, 때때로는 잠을 자지 않으려 일부러 버티기도 했다. 새벽의 고요함과 적막함이 마음에 들었다. 불빛 하나 없이 깜깜하고, 들려오는 소리도 없다. 온 세상이 멈춘 듯한 적막함, 낮에도 그를 옥죄는 것은 없었지만 새벽에는 무언가에서 해방되는 것 같다. 그렇게 가만히 누워만 있어도 좋았다... 더보기
외팔이 노숙자 그가 중학교에 들어갈 무렵, 선행학습 열풍이 거셌다. 초등학생들도 반에서 난다 긴다 하는 아이들은 학원에서 중학교 과정을 먼저 배우고 있었다. 그는 초등학교 시절 한 무리의 아이들이 (a+b)의 제곱이 무엇이냐고 칠판에 써놓았던 것을 기억한다. 그는 무심하게 (a+b)의 제곱은 a의 제곱 + b의 제곱이 아니냐고 답했다. 그러자 그 무리는 낄낄 웃더니 그게 아니라고 했다. (a+b)(a+b)를 풀어서 써놓고 각각 곱해야하기 때문에 ab가 2개가 생겨 답은 'a의 제곱 + 2ab + b의 제곱' 이라는 것이다. 아~ 그렇구나. 아무렇지 않은 척 했지만 그는 놀랐고, 그 친구가 대단해 보였다. 문제를 낸 무리는 당연히 우월감에 취해 있었던 것 같다. 얼마 지나지 않아 중학교 입학을 앞두고, 그 또한 당시 유.. 더보기
배탈 난 돼지 그가 다니던 유치원은 요일마다 정해진 시간표가 있었다. 월요일에는 이걸 하고, 화요일에는 저걸 하고, 수요일에는 또 뭘 하는 식이다. 무슨 요일이었는지 정확히는 기억나지 않는다. 그 날은 유치원에서 가장 무서운 선생의 연극 수업을 하는 날이었다. 동물 그림을 코팅해서 나무 젓가락에 붙여 놓고, 그 동물들이 나오는 이야기로 연극을 했다. 작은 상자 같은 것을 무대로, 나무 젓가락 인형을 잡고 손만 내밀어 흔들며 목소리를 흉내내는 연극이었다. 햇빛이 따뜻하게 비췄던 것으로 기억한다. 반 아이들 모두가 무조건 한 번씩은 역할을 맡아 연극을 해야 했다. 유치원생을 위한 동물 이야기 5개 정도였고, 그는 무난했던 이야기의 무난한 강아지1 같은 역할을 맡아 끝냈다. 어차피 해야 했는데 먼저 끝내버리니 속이 후련했다.. 더보기
실내 클라이밍 새로운 운동을 시도하려고 찾다가, 실내 클라이밍을 했다. 전부터 암벽 등반 영상이나 일본 만화 '고고한 사람' 등을 보며 조그마한 관심은 있었지만, 실제로 시도해 본 것은 처음이었다. 네이버에서 예약을 하고 시간에 맞춰 클라이밍장으로 갔다. 처음 하는 사람은 기초부터 배워야 하기 때문에 1일 체험권을 구매해야 한다. 여러 클라이밍장을 비교해보니 하루 체험권 가격은 2만원 ~ 3만원 선이었다. 운동 복장과 양말(등반화를 신어야 하므로), 샤워 시 필요한 수건을 챙겨가야 한다. 도착해서 옷을 갈아입고 등반화를 신었다. 볼링장에서 신발을 처음 신었을 때와 기분은 비슷하지만, 신발은 볼링화와 많이 다르다. 클라이밍 특성상, 발에 타이트하게 맞는 신발을 착용한다. 관장에게 클라이밍 입문 강좌를 들었다. 1) 개구..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