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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업 준비

40번째 기업 본사 (사고, 영어 시험)

 40번째 기업이 위치한 빌딩에 도착해, 엘리베이터를 타고 올라간다. 엘리베이터에서 내려 좌측, 사무 공간으로 진입한다. 엘리베이터를 기다리는 공간과 사무 공간을 구분하는 듯 놓여있는 1m 50cm 높이의 화분이 눈에 띈다.

 

 인기척이 없어 인사팀 직원에게 전화를 한다. 잠시 뒤 인사팀 직원이 나온다. 나이가 30대 중후반 정도, 머리가 짧고 양복을 입었다. 웃는 얼굴을 하고 있지만, 업무를 할 때는 깐깐할 것 같은 인상이다.

 

  인사팀 직원 : 안녕하세요. 이쪽으로 오세요.

 

 인사팀 직원을 따라 면접 대기실로 들어가니, 이미 3명의 면접자들이 대기하고 있다. 오늘 그와 함께 면접을 볼 같은 조의 인원들이다.

 

 

  인사팀 직원 : 안녕하세요. 반갑습니다. 이렇게 면접에 참석하러 와주셔서, 감사하다는 말씀을 다시 한번 드립니다. 혹시, 저희 회사에 대해 들어보셨나요?

  면접자 일동 : (멀뚱멀뚱, 딱히 나서서 대답하는 이가 없다)

  인사팀 직원 : 저희가 아무래도 B2B 사업을 영위하는 해운 회사라, 직접적으로 들어보시지는 못했을 거예요. 현재 연 매출액은 1조, 영업이익은 1500억 수준의 국내 탑티어 해운 회사입니다. 면접 준비를 하시면서, 궁금하셨던 것이 있으면 물어보세요.

  그 : (언제나처럼 똑같은 질문으로 운을 띄운다) 혹시, 이번에 영업 직무를 몇 명 정도 채용하시나요?

  인사팀 직원 : 음... 정확한 인원을 아직 전달받지 못했는데, 최대한 많이 뽑을 예정이라고 하시네요.

  면접자 X : 채용 공고에 연봉이 4300이라고 적혀있던데...

  인사팀 직원 : 아, 맞습니다. 대졸 신입 기준 초봉이 4300입니다.

 

  인사팀 직원 : 면접에 들어가시기에 앞서, 저희가 아무래도 해운 회사이다 보니, 외국인들과 컨택하는 경우가 많거든요. 그래서 간단한 영어 시험을 봅니다. 지금 당장은 아니고, 약 10분 정도 뒤에 진행할 예정이에요.

 

 

 간단한 문답이 끝나고, 인사팀 직원도 면접자들도 말이 없다. 그는 인사팀 직원에게 물어볼까 말까 고민되는 것이 있다. 몇 년 전, 40번째 기업 소유의 화물선이 바다에서 침몰하여 배에 타고 있던 승무원 전원이 실종되어 사망한 사건이 있었다. 40번째 기업 면접 준비를 하며 그는 이 기사를 접했다. 당연히도, 이런 불편한 내용은 면접관들 앞에서는 발언을 삼가야 한다. 하지만 지금 눈앞의 직원은 면접관이 아닌 인사팀 직원이다. 한 번쯤 물어봐도 되지 않을까. 그는 조심스럽게 말을 꺼낸다.

 

  그 : 혹시, 면접 때 조심해야 할 것이 있을까요? (어떻게 운을 띄웠는지 기억이 정확하지 않다)

  인사팀 직원 : 딱히 없습니다. 준비하신 대로, 있는 그대로 최대한 보여주시면 됩니다.

  그 : 그... 사고가, 있지 않았나요?

  인사팀 직원 : 아, OOO호 말씀이시군요.

 

 인사팀 직원은 그의 의도를 눈치챘다는 듯, 설명을 시작한다.

 

  인사팀 직원 : 혹시, 관련 기사 보셨나요? 어떻게 쓰여있던가요.

  그 : 배가 침몰해서, 탑승했던 승무원 전원 사망했다고 봤습니다.

  인사팀 직원 : 침몰 원인은요?

  그 : 비상 상황에 통신이나 대응이 부실했다는 의견과, 대응에 관계없이 어쩔 수 없는 사고였다는 내용이 모두 적혀 있었습니다.

  인사팀 직원 : 음... OOO호 사건이 발생했을 때가, 금요일, 금요일 새벽이었던 걸로 기억합니다. 그 전날, 목요일날 저희가 오랫동안 준비했던 계약 한 건을 성사시켜서, 완전 축제 분위기였거든요. 그래서 아예 계약 성사되고 나서 회사 내부에서 샴페인이랑 와인 마시면서 축하 파티하고, 금요일은 필수 인원 빼고는 전체 휴가를 줬습니다. 그런데 그때 일이 터진 거예요.

 

 인사팀 직원은 계속해서 이야기를 이어나간다. 이야기를 할수록 약간 흥분한 듯한 어조, 그리고 역시 직원이어서인지 사측의 편이라는 느낌이 점점 강해진다.

 

  인사팀 직원 : OOO호는, 원래부터도 문제가 많은 선박이었어요. 저희가 계속해서 클레임도 했었고요. 사건 당일에도, 비상 연락받자마자 대기하고 있던 직원들이 곧바로 조치를 시작했습니다. 그런데 그때 배 위치가 워낙 바다 한가운데이기도 했고, 너무 순식간에 통신이 끊겼어요. 

 그런데, 저희조차도 내부에서 원인을 파악하고 있는 와중에 갑자기 시사 프로그램에서 특집을 내버리더라고요. 와, 저도 그때부터 언론을 완전히 못 믿게 됐어요. 아직 원인이 명확하게 밝혀지지도 않았는데, 특집이나 기사 어투가... ...

 

 그는 자세한 내막은 잘 모르겠으나, 면접관들이 아니라 인사팀 직원에게 물어본 것이 다행이라고 생각한다.

 

 

잠시 뒤

  인사팀 직원 : 아, 시간이 됐네요. 네 분 모두 저를 따라오시죠.

 

 인사팀 직원은 그를 포함한 네 명의 면접자들을, 조그마한 회의실 같은 방으로 안내한다. 인사팀 직원의 손에는 A4용지와 연필이 들려있다.

 

  인사팀 직원 : 네, 지금부터 30분 동안 영어 시험 진행하겠습니다. 여기 문제지랑 연필 하나씩 받으시고. 네 지금부터, 답안 작성 시작해주세요.

 

 

 문제는 총 3개다. 첫 번째 문제가 가장 길며 난이도가 높다. 영어로 작성된 업무 관련 이메일을 한글로 번역해야 한다. 나머지 2개 문제는, 한글 문장을 영작하는 비교적 간단한 문제다.

 

1. 영어 이메일 번역 (그가 기억하는 답변은 아래와 같다)

 귀하가 요청한 FOB 조건 가격 5% 인상안의 집행을 2주 연장하는 것에 대해 고려해보았습니다. 다행히도, 가능할 것 같습니다. 하지만 현재의 가격 구조를 그대로 유지하는 것은 우리에게 Red(적신호)일 것입니다. 그 이유는 그동안 계속 업그레이드된 우리의 Product Line 때문입니다.

 우리의 Product Line이 귀하가 다른 경쟁사들을 이길 수 있게 해주었다는 것을, 그리고 우리에게는 추가적인 비용이었다는 것을 인지해주셨으면 합니다. (이런 내용의 영어 이메일)

 

2. 지난해 이루어진 거래 중 70%는 온라인으로 이루어졌다. (영작) 

3. 지난 2주보다 나아지긴 했으나, 아직 홍수의 위험이 존재한다. (영작)

 

 

 문제를 푸는 회의실은 작은 편이며, 인사팀 직원은 밖으로 나가지 않고 안에서 면접자들을 감독한다. 인사팀 직원은, 약간은 노골적으로 돌아다니며 면접자들의 답안을 훑어본다.

 

  인사팀 직원 : (모두 돌아보고 난 뒤) 음, 다들 영어 실력이 뛰어나시군요.

 

 

 아주 어려운 문제는 아니었으나, 무역과 수출 관련된 용어가 섞여 있어 한글로 문장을 만들어내는 데 시간이 걸린다. 그는 시간을 꽉꽉 채워 문제를 푼다.

 

  인사팀 직원 : 자, 그만! 문제 풀이 종료하겠습니다. 답안을 작성하신 문제지를 저한테 주세요.

 

 

 인사팀 직원의 뒤를 따라, 면접자들은 다시 대기실로 돌아온다. 인사팀 직원은 잠시 대기하라 말하고는 대기실 밖으로 나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