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 팀장 : 얼굴아
그 : 네! (후다닥)
S 팀장 : 얼굴아, 여기 앉아봐.
그 : 네!
S 팀장 : 우리도 이제 채용 공고도 계속 내고, 신입사원들이 계속 들어올 거거든.
그 : 네!
S 팀장 : 다른 IT 회사들 보면, '웰컴 키트'라고 해서 신입사원들 입사할 때 박스 같은 거에다가 필요한 물건들을 넣어가지고 줘.
S 팀장은 모니터로 다른 이름 있는 회사들의 '웰컴 키트' 이미지를 스크롤하며 넘긴다. 인터넷에 올라온 홍보용 사진이라서인지, 다들 깔끔하고 좋아 보인다.
그 : 오...
S 팀장 : 너가 우리 사업부 인사 업무를 담당하고 있잖아? 그러니까 너가, 다른 회사들의 웰컴 키트 구성품들을 참고해서 우리는 이런 식으로 만들자고 보고서를 써봐. 다른 데들은 어떻게 하고 있는지 보여줘야 할 것이고. 현재 우리 상황이랑, 앞으로 어떻게 할지를.
그 : 알겠습니다!
S 팀장 : 홍보팀에서 물품 만들어놓은 것들도 있을 테니까, 그쪽이랑도 얘기해 보고
그 : 네!
업무 지시는 받았지만, 상당히 막막한 상태다. 그는 회사에 입사한 지 두 달도 채 되지 않았으며, 기껏해야 전염병 전표만 치고 있는 상태다. 어떻게 해야 할지, 우선은 전달받은 파일 중에서 '보고서' 라는 이름이 써 이는 파일을 연다. 내용은 엉망일지라도, 회사 양식스럽다는 구색이라도 갖추기 위해서다.
웰컴 키트 보고서 (1차)
1) 회사 보고서 양식 그대로 Ctrl C + Ctrl V (장표 양식, 표 양식 등)
2) 팀장의 말 그대로 실행
- 타사 사례 대표적인 것 선정, 이미지 및 내용 삽입
- 웰컴 키트 기사 참고, 회사별로 담고자 하는 의미나 시행 시기 등 기입
- 완성
나름 완성된 보고서이지만, 그의 눈에도 '대학교 과제'스럽다는 인상이 강하다. 그는 T 과장에게 자문을 구한다.
그 : 저, T 과장님, 안녕하세요.
T과장 : 어 그래 얼굴아, 무슨 일이야.
그 : 팀장님께서 웰컴 키트 보고서 업무를 주셨는데, 제대로 하고 있는 건지 잘 모르겠어서요. 한 번 봐주실 수 있으십니까?
T 과장 : 파일 보내봐.
그 : 보내드렸습니다!
T 과장 : 잘 만들었네. 그런데, 음. 내가 배운 보고서는, 보고하고자 하는 내용이 맨 처음에 나와야 해. 지금 보면, 타사 사례들이 잘 정리되어 있는데, 이걸 가지고 뭘 하겠다는 게 없잖아? 내가 배운 보고서는, 맨 첫 장에 하고자 하는 말을 간결하게 적고, 나머지 뒷장은 전부 첨부로 집어넣어.
그 : 그러면, 제가 만든 이것도...
T 과장 : 첨부지.
그 : 다시 해보겠습니다!
웰컴 키트 보고서 (2차)
1) T 과장의 말대로 맨 앞 장표 추가 (현재 상태 : 웰컴 키트 X -> 웰컴 키트가 필요하다)
2) 뒷 장표 제목에 '첨부' 추가
T 과장 : 나한테 묻는 것도 좋지만, 결국 시키신 것은 팀장님이시니까. 혼자 끌어안고 있지 말고, 일단 빨리 제출하고 피드백을 받는 것도 좋은 방법이야.
그 : 알겠습니다!
그 : 팀장님, 웰컴 키트 보고서 제출드렸습니다.
S 팀장 : 그래~
약 15분 후
S 팀장 : 얼굴아
그 : 네!
S 팀장 : 잠깐 와봐.
그 : 네!
S 팀장 : 보자. 처음 만든 거니까. 한 번 짚어줄게. 나도 원래 이런 거 별로 안 좋아하는데. 난 이렇게 배웠었어. 보면, 일단 우리 회사 보고서는 글씨체가 12포인트야.
그 : 네.
S 팀장 : 글씨체는 맑은 고딕으로 하고. 화면 크기는 이렇게. 이게 우리 회사의 양식이라고 보면 돼.
그 : 네.
S 팀장 : 처음에, 이러이러해서 지금은 없는데 웰컴 키트가 필요하다~ 그래서 뒤에는 이렇다고 너가 해놓은 거지? 근데, 지금 첨부가 너무 많아. 다른 회사들 사진들을 이렇게 첨부를 해놓았는데. 그럼 이걸 내가 일일이 다 봐야된다는 소리잖아? 임원들도 그렇고, 위로 갈수록 바쁜 사람들이야. 보고서 올리면 첫 페이지에 제목, 주요 내용만 보는 데 얼마나 쓸 거 같아?
그 : 어...
S 팀장 : 30초도 안 걸려. 지금 너가 만든 거는, 내가 뒤에 첨부를 다 넘기면서 봐야해. 그래 사진은 좋다 이거야. 타사 키트 사진들은 뒤에 첨부로 하고, 그거를 너가 표로 정리한 장표를 하나 더 만들어서 넣던지.
그 : 알겠습니다!
S 팀장 : 이 사진도, 이게 어떤 물품인지가 확실치가 않아. 사진에다가 뭐 도형이나 글상자 넣어가지고, 이건 펜입니다. 이건 다이어리입니다 이런 식으로 해줘도 좋고. 근데 IT나 게임업계는 어떻지? 그것도 하나 넣어라.
그 : 알겠습니다!
S 팀장 : 그래~
웰컴 키트 보고서 (3차)
1) 타사 웰컴키트 구성 물품을 정리한 도표 추가
2) 첨부의 타사 웰컴키트 사진에 어떤 물품인지 설명 추가
3) IT/게임업계 사례 추가
4) 신문 기사 발췌, 타 회사의 '웰컴키트 제작 시 주의사항' 추가
그 : (제출해도 되나 모르겠지만, 시간이 너무 오래됐다) 팀장님... 제출드렸습니다.
S 팀장 : 그래~
그의 보고서가 인정을 받은 것인지, 중간 검토가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은 것인지, 놀랍게도 그가 만든 웰컴키트 기획 보고서는 날 것 그대로 사업부장에게까지 출력하여 제출되기에 이른다. 입사하고 2달도 되지 않아 만든, 그것도 첫 보고서를 사업부장이 보게 되다니. 그는 웰컴 키트 업무가 이렇게까지 큰 업무일 것이라고는 생각지 못했다. 만일 이를 미리 알았더라면 부담감에 짓눌려 아예 업무가 진행되지 않았을지도 모르겠다.
입사 초창기에 만든 첫 보고서이기에, 애정은 있지만 내용은 썩 좋지 않을 것이라고 기억하고 있던 그다. 하지만 오랜만에 다시 보니, 적어도 그에 감상에는 나쁘지 않다. 신입 특유의 순수함과 담백한 느낌이 있는 보고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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