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취업 준비/회사

76 - 스프레드시트 교육 2 (공유, 협업, Arrayformula)

 입사 후 처음으로, 그는 교육을 받기 위해 회사가 아닌 곳으로 출근한다. 교육받는 곳은 평범한 강의실로, 그가 학창 시절 다녔던 '입시 학원'과 유사하다. 교육을 받는 이들이 앉을 책걸상이 수십개 주르륵 나열되어 있다. 교실 앞쪽에는 한 단 높은 강단, 마카로 적을 수 있는 화이트보드가 있다. 교육이 막상 진행되니, 화이트보드는 빔 프로젝터를 쏘는 스크린 역할을 더 많이 했다.

 

그는 부푼 가슴을 안고 약 30분 정도 일찍 도착하여 이곳저곳을 둘러본다. 회사가 아닌 바깥세상은 모든 게 새롭고 즐거울 따름이다. A 사원은 교육 시간에 맞추어 도착한다.

 

 

교육이 시작된다. 교실은 넓었지만, 교육을 듣는 이들은 10명도 채 되지 않는다.

강사 : 안녕하세요. 와주셔서 감사합니다.

교육생 일동 : 안녕하세요~

강사 : 교육 시작하기에 앞서, 업계를 한번 여쭤보겠습니다. 혹시 어느 업계신가요?

교육생 1 : 공공기관이에요~

강사 : 어우, 멀리서 와주셨네요

교육생 2 : 제조업입니다~

강사 : 어떤 이유로 교육 수강하시게 되었나요?

교육생 2 : 저희 회사가 시스템이...

강사 : 아 그렇군요.

 

그,A사원 : IT입니다~

강사 : 아, C 대리님 회사이시군요?

그 : 네 맞습니다

강사 : C 대리님도 제 강의를 들으셨었거든요. 어우 그분은 스프레드시트 활용도가, 저보다 더 높은 수준이었어요.

 

 

인사가 끝나고, 스프레드시트 교육이 시작된다. 강의는 약 2~3일에 걸쳐 이뤄졌으며, 주요 내용은 아래와 같다.

 

 

1. 소개 - 구글 스프레드시트

사실 '스프레드시트'라는 것은, 수많은 네모 칸으로 나눠진 파일 형식을 의미한다. 즉, 엄밀히 말하자면 '엑셀'도 스프레드시트다. 마이크로소프트 사에서 출시한 스프레드시트 프로그램의 이름이 '엑셀'이고, 구글 사에서 출시한 스프레드시트 프로그램의 이름이 '구글 스프레드시트'다. 엑셀은 이미 너무나 널리 퍼져있어, 고유명사 급의 지위를 획득했다. 그래서 엑셀은 이름 그대로 '엑셀'로 부르는 경우가 많다. '스프레드시트'라고 하면 보통 '구글 스프레드시트'를 말하는 경우가 많다.

 

2. 구글 스프레드시트의 차이점

엑셀이 이미 확고한 지위를 차지한 상태에서, 구글 스프레드시트는 비교적 생소하게 느끼는 경우도 많다. 이를 극복하고 시장 점유율을 올리고자, 구글 측에서도 많은 시도를 해왔다고 한다. 원래는 엑셀에 비해 함수나 기능 등이 비교적 약했는데, 계속된 노력으로 구글 스프레드시트도 엑셀과 비등한 정도로 많이 올라왔다고 한다. 가장 눈에 띄는 차이로는

 

2-1) 실시간 협업, 동시 작업

: 구글 스프레드시트는, 권한이 있는 이들이 접속하여 동시에 문서 작업이 가능하다. 그렇게 사용하지는 않지만, 각자 다른 셀에다가 할 말을 입력하면 채팅 비슷하게 쓸 수도 있다

 

2-2) 공유 권한 설정

: 권한 설정을 통해 작업 그룹을 나눌 수 있다. 편집자 권한을 줘서 문서 편집이 가능하게 할 수도 있고, 뷰어 권한을 줘서 열람만 가능하게끔 할 수도 있다.

 

2-3) 배열함수, 시트간 연결 작업

: 고급 기능에 속하는 기능으로, 함수나 시트간 연결이 가능하다. 엑셀도 이런 기능이 가능하긴 하나 스프레드시트와는 방식이 약간 다르다. 한 차례의 교육으로는 습득이 쉽지 않다. (그가 이 함수와 시트 연결을 이해하는 데는 상당한 시간이 걸렸다)

그가 이날 들었던 함수 중 딱 하나 제대로 이해한 것이 있었으니, 바로 Arrayformula 함수다. 함수식을 걸어놓은 셀을 일일이 복사-붙여넣기 할 필요 없이, 한 번만 적으면 여러 셀에 동시에 함수 결과값을 출력할 수 있는 기능이다.

 

3. 실습

위의 내용들을 토대로, 강사는 권한 설정 / 함수 / 시트 연결 등을 보여준다. 교육생들은 빔 프로젝터가 비추는 강사의 화면 속 함수와 수식 등을 따라하며 실습한다.

 

 

그는 교육을 들으며, 대학생 시절 들었던 무슨무슨 컴퓨터 실습 수업이 떠올랐다. 당시에는 '엑셀' 프로그램에 실습이었으며, 자격증 취득에 도움이 될 것이라며 수강했었다. 하지만 대학생 시절의 그는 노트북도 소유하지 않았던 자연인이었다. 열심히 클릭하고, 적혀있는 함수식을 베껴 키보드로 입력했으나 결과값은 항상 오류가 났었다. 대학교 수업 때는 인원도 많아, 강사가 학생을 하나하나 붙잡고 가르쳐줄 수 없었다. 또 학생들도 그 정도 열의를 가진 이가 거의 없었다. 그도 다른 학생들과 마찬가지로, 대강 시간만 때우고 졸기 일쑤였다.

 

대학생 시절에 비해서는, 그는 엑셀과 스프레드시트라는 것에 비교적 관심이 생긴 상태다. 초롱초롱한 눈으로, 강사를 열심히 따라한다. 하지만 그의 손은 열정을 따라가지 못하나 보다. 수식이 복잡해질수록, 강사의 화면 결과값과는 다르게 자꾸만 에러가 난다. 어떻게든 쫓아가고자 했지만, 수업 막바지에 이르러서는 거의 포기 상태에 이른다. 돌이켜보면 이때의 상황은, 그의 기초적인 컴퓨터 활용 능력이 약한 것과 연관이 있었다. 또한, 입사한지 꽤 지났음에도 대부분의 업무가 단순 전표처리/창고 물품 불출 등에 머물러 있던 것과도 연관이 있었다.

 

 

같이 교육을 듣는 A 사원은, 교육에 그리 큰 관심이 없는 것처럼 심드렁한 모습이었다. 하지만 그가 막힐 때마다 A 사원의 노트북 화면을 보면, A 사원은 이미 강사와 똑같은 결과값을 도출해놓은 상태였다.

 

그는 A 사원의 말을 기억한다.

A 사원 : 들으라고 해서 듣긴 하는데, 저는 스프레드시트 잘 모르겠어요. 원래 대부분 엑셀 쓰는 게 기본이에요.

그 : 협업에는 엄청 좋지 않아요?

A 사원 : 그렇다고는 하는데, 요즘에는 엑셀도 공동 작업되게끔 업그레이드됐어요.

그 : 아...

A 사원 : 저는 전 회사에서 엑셀을 주로 배워서. 엑셀이 편해요.

그 : 오...

 

 

이때의 그는 아직 알지 못했다. 이 회사에 다니면서 앞으로 얼마나 많은 교육을 듣게 될지. 아니면 제대로 된 교육은 이 교육이 처음이자 마지막이었을지.

구글이라면 G메일만 쓰던 그가 '스프레드시트' 교육을 듣고 제대로 입문하고 활용하게 될지. 아니면 그저 엑셀의 보조 수단으로만 활용하게 될지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