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회상/호주

84 - 골드코스트

 그가 골드코스트에 도착해서 받은 인상은, '화창하다'는 것이다. 브리즈번도 그랬지만, 골드코스트는 더더욱 화창하게 느껴진다. 하늘은 새파랗고 해변이 펼쳐져 있다. 유명 관광지답게, 많은 사람들이 썬글라스와 수영복만 착용하고 돌아다니고 있다. 그도 사람들을 따라서 썬글라스를 낀다.

 

 먼저 매니저와 약속한 장소로 간다. 매니저가 보내준 주소는 어떤 club이다. 젊은이들이 술 마시고 춤추고 헌팅하는 클럽이 아니라, 모임이나 여러 활동들을 할 수 있는 club이다. club 건물은 상당히 넓은데, 내부에는 무도회장, Bistro, 조그마한 카지노도 함께 있다. 매니저는 그에게 먹고 싶은 것이 없냐며, 스테이크를 사준다.

 

 그는 Bistro 키친핸드 시절 스테이크를 수없이 구웠지만, 사먹는 것은 처음이다. 주문한 스테이크가 나와서 받으러 간다. 고기 크기와 감자튀김 등을 보니, 그가 일했던 Bistro보다는 질이 떨어져 보인다. 속으로는 그렇게 생각하지만, 절대 내색하지 않는다. 스테이크를 사주다니, 매니저에게 감사할 따름이다. 매니저와 함께 스테이크를 썰어먹는다. 맛이 좋다. 그는 고마움을 표하기 위해, 접시를 싹싹 긁어먹는다.

 

 매니저는 곧 청소일이 있어서 가봐야 한다고 말한다. 시간을 많이 못 내서 미안하다며, 저기 가면 조그마한 카지노도 있으니 관심 있으면 해보라고 한다. 그는 자신의 피 같은 돈을 날릴 생각이 없다. 매니저는 마지막으로, 혹시 골드코스트에서 함께 일을 할 생각이 없느냐고 묻는다. 혹시 생각이 있으면, 예전 같은 워커가 아니라, 골드코스트 Site들을 아예 그에게 맡기고 매니저로 고용하겠다는 제안이다. 매니저는 골드코스트와 브리즈번을 왔다갔다하는 것이 피곤하다며, 그가 수락한다면 자신은 브리즈번 지역을 관리하고 그에게 골드코스트 지역을 위임한다는 것이다. 그는 자신을 인정해준 매니저의 제안이 고맙다. 잠시 흔들린다. 하지만 이내 마음을 다잡는다. 그의 워킹홀리데이 목적을 상기한다. 청소일은 이쯤이면 됐다. 청소보다, 남쪽으로 내려가면서 새로운 경험들을 해봐야겠다. 그는 솔직하게 이야기하고, 매니저는 그의 선택을 응원한다. 

 

 그는 미리 준비한, 한국산 에너지 드링크 한 팩을 매니저에게 선물한다. 브리즈번을 떠날 계획을 세우는 단계에서 이미 그는 매니저에게 선물을 할 작정이었다. 매니저는 뭐 이런 것을 사 왔느냐며 잘 마시겠다고 한다. 브리즈번에서 그가 일적인 관계로 만난 한국인 중, 유일하게 좋은 사이를 유지했던 청소잡 매니저와의 인연은 이렇게 끝이 난다.

 

 

 작별인사를 하고 나온 그는 골드코스트 시내와 명소들을 돌아다닌다. 그는 골드코스트에 오래 머물 생각이 없다. 중심 시가지와, 구글맵에 표시된 명소들을 최대한 돌아본다. 브리즈번도 큰 도시가 아니지만, 골드코스트는 더더욱 작다. 메인 해변, 그리고 메인 해변에서 약간 떨어진 곳에 위치한 시가지를 방문했다면, 골드코스트를 거의 다 돌아보았다고 해도 무방하다. 

 

 그런데 그가 골드코스트를 돌아다니면서 자꾸만 눈에 띄는 조형과 단어가 있다. ANZAC / Memorial 등의 단어와 조형물들이다. 매니저와 만났던 club 건물에도 이런 단어가 적혀 있다. 검색을 해보니, 호주의 군인들을 기리는 용어다. 그는 그냥 '그렇구나' 정도로 생각하고 넘어간다. 향후 어느 시점에, 그는 이 단어들과 호주의 역사를 더 깊이 이해하게 된다.

 

'회상 > 호주' 카테고리의 다른 글

86 - Sky Diving  (0) 2021.08.02
85 - 바이런 베이  (0) 2021.08.02
83 - 운전  (0) 2021.07.25
82 - 한국인  (0) 2021.07.25
81 - 워홀 갔다 온 여자는 걸러라?  (0) 2021.07.2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