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꿈 기록장

2021. 05. 25.

 나는 길거리를 걸어가고 있다. 1층에 똑같은 모양, 똑같은 크기의 상점들이 즐비한 거리다. 자세히 보니 상점들이 모두 사주나 관상처럼 인생에 대해 봐준다는 상점들이다. 나는 믿지 못하겠다고 생각하며 계속 걸어간다. 상점들은 하나같이 화려하고 내부가 밝다. 지나가면서 들여다보니, 커다란 책이 있는데 손님이 자신의 생일과 기타 등등을 이야기하면 책에서 그 생일 일자를 펼치고 알려준다. 사주, 관상, 점이 혼합된 형태인 것 같다.

 계속해서 걷다가 특이한 상점을 발견했다. 바로 옆 상점들과는 달리 이 곳은 굉장히 어둡고 음침하다. 거의 귀신의 집이나 폐가와 흡사하다. 내가 관심있어 하는 것을 보고 안에 있던 두 직원이 들어오라고 손짓한다. 두 직원의 생김새 또한 상점 분위기 같이 어둡고 음침하다. 점치는 과정을 주도하는 것으로 보이는 직원(상사)은 키가 작고 대머리인데, 눈동자의 색깔이 분명치 않아 흐릿하다. 나는 그가 '강철의 연금술사'에 나오는 식욕의 호문쿨루스 글러트니와 비슷하게 생겼다고 생각한다. 다른 한 직원은, 부하 직원인 듯하나 정확하지는 않다. 검은색 망토같은 것을 뒤집어쓰고 얼굴이 제대로 보이지 않는데, 그 모습은 '센과 치히로의 행방불명'에 나오는 가오나시를 닮았다. 두 직원 모두 만화 캐릭터같이 생겼으나 이는 귀엽거나 깔끔한 만화의 느낌이 아닌, 괴랄하고 무언가 위화감이 느껴지는 류의 만화다.
어쨌든 흥미가 생겨서 상점 안으로 들어간다. 들어가자 두 직원이 이런저런 준비를 하면서 나의 인생에 대해 알려주겠다 하는데, 상사 직원이 기분 나쁘게 키득키득 웃는다. 상사 직원만이 말을 하고, 부하 직원은 말이 없다. 준비가 끝났다며 곧바로 시작하겠다 한다. 나는 얼떨결에 그들의 말에 따른다.

- 자 눈을 감으세요. 킥킥... 시작합니다...!
이미 깜깜한 상점 내부였지만, 눈을 감았다. 갑자기 목이 컥 막힌다. 누군가가 뒤에서 밧줄로 목을 휘감아 조르는 것 같다. 나는 부하 직원이 뒤에서 이런 수작질을 하는 것이 아닌가 의심하나 목이 막혀 달리 행동을 취하진 않는다.
- 당신이 제일 무서워하는 것이 뭐죠? 킥..
무슨 말도 안되는 질문인가하는 생각이 든다. 하지만 나는 켁켁거리며 거미라고 답한다.
- 거미라.... 지금 앞에 거미가 보입니까?
내가 눈을 떴는지 감았는지조차 제대로 알 수 없다. 무언가 시작된 것 같긴 하다는 느낌이다. 켁켁거리는데 갑자기 거미 형상이 보인다. 나는 보인다고 말한다.
- 그렇다면.. 큭큭.. 빨간 거미도 보입니까?
그가 말을 마치고 조금 있으니 빨간 거미도 보인다. 검은 거미와 빨간 거미 두 마리가 미친 듯이 날뛰며 뒤섞인다. 나는 이 거미들이 혹시나 내 몸을 타고 올라오진 않을까 걱정한다.
- 지금 그 거미들은 당신 시야의 어느 쪽에 있습니까?
목은 계속 막히고 불편하다. 나는 그 거미들이 내 시야의 왼쪽에 있다고 간신히 말한다.
- 음... 왼쪽이란 말이죠... 키득키득...
목의 답답함이 풀렸다. 무엇인지 모를 의식이 끝났다. 신경질적으로 부하 직원을 찾았는데, 내 뒤가 아닌 저 구석에 있었다. 목을 휘감았던 것은 무엇이었을까. 그런데 갑자기 상사 직원이 소리를 지른다.
- 책! 책을 가져와! 책을 펼치라고 빨리!
그는 나에게 소리를 지른다. 어서 책을 펼치라고 한다.

 이 순간부터 나의 시점이 갑작스럽게 이동한다. 나는 이제 그들의 손님이 아니라 밖에서 그들을 지켜보고 있다. 나였을 것이었던 남자는 다른 사람이 되어있다. 그는 목을 부여잡고 투명한 액체를 게워내고 있다. 그 남자를 둘러싸고 두 직원이 키득거리며 책을 펼친다. 나는 어쨌든 그 책에서 보여주는 내용이 내 인생과 관련있을 것이라 생각하여 지켜본다.
- 음.... 보자.... 오 *포용력이 있네! 포용력이 있으면 잘 사는데 말이지.... 보자... 포용력이 있는 사람들은 관()이랑 연관이 많거든!
내가 정부 쪽 일을 할 운명이란 뜻인가? 관이면 공무원이나 판/검사일텐데...
- 어라 관()은 없네? 이럴 리가 없는데? 포용력이 있는데 관()이 없어? 딴 데를 보자! 어디 군()은 있으려나? ... 이거봐 있네! 너는 군()으로 가야 대성할 상이야 큭큭


 군대라니. 말도 안 된다고 생각한다. 점괘 결과도 그렇고, 목을 감싸쥐고 있는 남자 주변에서 키득거리며 소리지르는 두 직원들 주변으로 어느새 상사 직원과 같은 대머리의 남자들이 여럿 서 있다. 이를 보며 난 '역시 이들은 돌팔이였다' 라고 생각한다.



*포용력이라고 적었지만 꿈 속에서는 한자 한 글자에 조금 더 추상적인 의미였던 것으로 어렴풋이 기억한다. 바로 메모해놓지 않아 기억이 흐릿해져 포용력이라고 적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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