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는 불만이 많았다. 대학교 수업도, 교우 관계도, 뉴스에서 보이는 세상도, 앞으로의 미래 전망도 모든 게 다 불만이었다. 하지만 무언가 깊게 파 본 적은 없다. 그저 가만히 앉은 채, 불만만 많은 학생이었다.
그런 그는 언제부턴가 세계일주에 대한 꿈을 꾸고 있었다. 한 번쯤은 세계로 나가 지구를 한 바퀴 돌아보고 싶다는 생각, 단지 투어로 끝나는 여행이 아니라 실제로 현지에 녹아드는 '진정한 여행'으로 가득한 세계일주를 하겠다는 생각이었다. 그런 그에게 종종 들려오는 호주 워킹홀리데이 이야기는 그가 생각한 '진정한 여행'과 가장 가까운 듯 들렸다.
계기는 사소하고 갑작스러웠고 성급했다. 한 친구가 같이 학교에서 진행하는 교환학생에 지원하자고 했다. 그는 알겠다고 하고 교환학생도 나쁘지 않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그가 다른 일로 전화를 받지 않는 새, 친구는 홀로 교환학생 지원을 끝내버렸다. 그리고 그 날이 교환학생 신청의 마지막 날이었다.
마감일조차 제대로 알아보지 않은 그에게 변명의 여지는 없다. 그러나 세계일주를 꿈꾸던, 외국을 꿈꾸던 그는 좌절했다. 그의 미숙함으로 인한 일이었지만 그는 친구를 원망했다. 친구는 최종 선발되어 다음 학기 교환학생을 떠나게 되었다. 그는 자신도 질 수 없다고 생각했다. 그가 가진 것은 실천력 밖에 없다. 지금 당장 외국으로 갈 수 있는 방법이 뭐가 있을까. 지금 당장 나가서 그가 그토록 원하는 '진정한 여행'을 할 수 있는 방법은 무엇일까.
그의 눈에 보인 것은 호주 워킹홀리데이였다.
그는 최대한 빨리 호주로 떠날 방법을 알아보기 시작했다. 워킹홀리데이 비자, 이는 국가간 청년들의 교류와 경험을 고양하자는 취지의 비자이다. 이름 그대로 일도 하고(워킹) 휴가도 즐기는(홀리데이) 목적의 비자다. 줄여서 워킹 비자라 부르며, 1년 만기의 비자이고 특정 요건을 충족 시 1년을 연장할 수 있다. 한국과 워킹 홀리데이 비자 협약을 맺은 국가들이 있는데, 호주는 그 국가들 중에서도 워킹홀리데이 비자를 발급받는 요건과 절차가 가장 간편하다. 그는 호주로 워킹홀리데이를 떠나기로 결정했다.
호주 워킹홀리데이 준비를 위한 비용은,
1) 417 비자(워킹 비자) 발급 비용
2) 건강 검진 비용
3) 호주까지 비행기 값 + 호주 도착 후 초기 생활비 등등.. 이었다.
그의 부모님은 별 반응을 보이지 않으셨다. 사실 누가 어떤 반응을 보였더라도, 그는 개의치 않았을 것이다. 그에게는 새로운 자극, 새로운 활력이 절실했다. 잘은 모르겠지만, 호주에 나가면 그의 뜻대로 생활하면서 그가 원하는 바를 성취할 수 있을 것 같았다. 어쨌든 그에게는 호주가 지금 한국에 있는 것보다는 나을 것 같았다. 그는 밤새도록 유튜브를 보면서, 네이버와 구글 검색을 하며 준비했다. 학교 수업에서의 어떤 과제보다도 더 열심히 준비하는 것 같았다. 건강 검진은 지정되어 있는 곳 중에서 한 대학 병원을 예약했다. 어느새 예약일이 다가왔다.
'회상 > 호주' 카테고리의 다른 글
6 - 구직 준비 (0) | 2021.06.14 |
---|---|
5 - 사람 구실 준비 (0) | 2021.06.14 |
4 - Backpackers (0) | 2021.06.14 |
3 - 브리즈번 도착 (0) | 2021.06.14 |
2 - 준비 (0) | 2021.06.11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