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리즈번 주변에 골드코스트와 선샤인코스트가 있듯이, 시드니 주변에도 유명한 관광지가 있다. 시드니는 사람도 많고 관광객도 많으니, 아예 패키지 상품이 만들어져 있다. 가장 흔히 볼 수 있는 시드니 여행 패키지 상품은, 포트 스테판과 블루 마운틴이다.
포트 스테판은 이름에서 알 수 있듯 해안가의 항구다. 시드니 북부에 위치해 있고, 돌고래가 유명하다고 한다. 포트 스테판 투어를 가면, 해안에서 돌고래를 보는 것은 물론이고, 포트 스테판 주위에 위치한 사막에서 모래 썰매도 즐기고 와이너리에서 와인도 마실 수 있다.
블루 마운틴은 이름 그대로 산이다. 시드니 서북쪽에 위치한 커다란 산맥인데, 몇억 년 전에 형성된 원시림의 모습을 즐길 수 있다.
포트 스테판 투어 패키지는, 포트 스테판과 블루 마운틴을 전부 포함하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패키지 투어인 만큼, 가격이 비싸다. 그가 아무리 양보를 하려 해도, 도저히 지불할 수 없는 금액이다. 그는 멜버른으로 향하는 길에, 캔버라를 들러서 갈 계획이다. 캔버라는 해변이 아닌 내륙에 위치해 있으므로, 블루 마운틴을 거쳐 가더라도 거리를 크게 손해 보진 않는다. 하지만 포트 스테판은, 어떤 수를 쓰더라도 다시 북쪽으로 거슬러 올라가야 한다. 그는 시드니에 오기 전에 미리 포트 스테판에 대해 알아놓지 않은 것이 살짝 아쉽다. 포트 스테판도 나중을 기약하며, 그는 블루 마운틴으로 만족하기로 한다.
그는 캠리를 운전해서 블루 마운틴에 도착한다. 시드니에서 한 시간 정도 거리다. 가장 유명한 전망대 주변에 차를 세우고 내린다. 전망을 보는데, 말로 형용할 수가 없다. 너무나도 넓고, 크다. 단순히 넓고 크다는 단어가 무례할 정도로 넓고 크다. 산맥과 평지는 지평선 저 끝까지 광활하게 펼쳐져 있다. 거대하고 광활한 정도가 심해서, 오히려 비현실적으로 보인다. CG로 만든 장면을 보는 것처럼, 현실감이 없는 스케일이다. 그는 한참 동안 경치를 바라본다. 경치에 압도되기도 했거니와, 너무 큰 탓에 눈으로 담는 데 시간이 오래 걸렸기 때문이다. 사진을 찍는다면, 파노라마 촬영이 적합하다. 불행히도 그의 핸드폰 카메라에는 파노라마 기능이 없다.
호주의 자연을 설명하는 일화가 있다. 한국이나 대부분의 국가 아이들에게 산을 그려보라고 하면, 뾰족하게 솟은 모양의 산을 그린다. 호주의 아이들에게 산을 그려보라고 하면, 그냥 수평으로 직선을 죽 긋는다. 호주의 모든 산이 그런 것은 아니지만, 블루 마운틴에서 보이는 산맥은 정말로 수평이다. 그 어떤 봉우리도, 뾰족한 것이 없다. 그나마 가장 뾰족한 것이 사진에 찍힌 봉우리다. 너무 거대하고, 시야가 너무 넓어서 뒤로 끝도 없이 산봉우리들이 보인다. 호주를 이루는 암반의 특성인지 침식도 덜 이루어져서, 뾰족하게 깎이지 않고 뭉툭하고 넓게 깎인다. 그는 눈앞에 보이는 거대하고 뭉툭한 봉우리의 정상에 올라가 보고 싶다는 충동이 든다. 눈앞의 저 봉우리라면, 그가 꿈꿔왔던 자신만의 성지가 될 수도 있다. 하지만 그는 암벽 등반을 할 줄 모른다. 섣불리 시도할 수 없고, 눈앞의 봉우리에 접근할 수 있는지조차 의문이다. 국립공원으로 보호되어 있을 것이라고 생각하는 그다.
광활한 산맥과 평지가 지평선 끝까지 펼쳐져 있다. 눈앞에서부터 지평선까지, 인간의 흔적이 전혀 없다. 그는 나무로 뒤덮인 평지를 바라보다가, 문득 공룡이 생각난다. 공룡이 이 넓은 곳 어딘가에서 뛰어다니고 있을 것 같다. 그는 블루 마운틴에 대해 제대로 검색하지 않고 방문했다. 후에 블루 마운틴이 원시림이란 사실을 알았을 때, 그는 당시에 왜 공룡이 떠올랐는지 어렴풋이 이해할 수 있었다. 보존되어 있는 원시림에서 고대의 존재를 느꼈을지도 모를 일이다.
그는 패키지 투어에서 추천하는 관광 명소를 별로 신뢰하지 않지만, 블루 마운틴만큼은 예외다. 혹시 누군가가 시드니에서 블루 마운틴이 포함된 포트 스테판 패키지 투어를 고민한다면, 반드시 추천하겠다고 생각한다. 블루 마운틴 하나만으로도 값어치가 충분하다. 블루 마운틴의 경치 앞에서, 그는 계속 서 있는다. 그가 서 있는 동안, 여러 대의 관광버스들이 지나간다. 중국인이 가장 많고, 이외 다른 외국인 무리도 버스를 타고 와서 사진을 찍은 뒤 떠나간다. 한참 뒤, 그도 캔버라를 향해 출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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