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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상/호주

109 - 장비 구입

 어엿한 Construction Worker가 되었으니, 장비를 구입해야 한다. 면접을 보면서, 그는 고용주의 복장을 유심히 관찰했다.

 

 호주는 안전, 위생 관련해서 상당히 민감하다. 너무 과하지 않나 싶을 정도로 민감할 때가 있다. 그래서 도심에서 일하는 건설현장 노동자들은 하나같이 안전모와 형광 조끼를 착용하고 있다. 하지만 그의 고용주는 다르다. 고용주는, 회사에 속해 있지 않은 프리랜서다. 고용주는 주로 도심 외곽에서 일한다. 도심 외곽의 현장들은 정부의 지침과 관리감독이 덜하다. 그래도 혹시 모르니, 그는 형광 조끼를 구입한다. 

 

 그리고 그가 그리도 꿈꾸던, 작업화를 찾아 나선다. 그는 건설현장 노동자들의 복장을 동경한다. 그중에서도, 작업화가 가장 멋있다. 건설현장 노동자들은 특수한 조치가 된 안전화를 신는다. 우선 신발 앞코에 철판을 넣어 안전장치가 되어 있다. 스틸캡이라고 한다. 무거운 물건이 발에 떨어지더라도, 스틸캡이 되어 있으면 끄떡없다. 작업화를 신은 채로, 신발 앞코로 어디를 차더라도 발가락에는 큰 충격이 오지 않는다. 다만, 스틸캡도 부작용이 있을 때가 있다. 

 그가 한국의 방송국에서 무대 설치 아르바이트를 하면서 들었던 이야기다. 그가 아르바이트하던 방송국에서는, 세트의 무거운 벽들을 커다란 카트에 담아 보관했다. 이 카트를 끌고 이동해, 정해진 무대에서 내려서 조립하는 것이다. 그런데 방송국 무대 설치팀들은 안전화를 신지 않았다. 안전화를 신더라도, 스틸캡이 장착되지 않은 안전화를 신었다. 이유가 있다. 스틸캡이 견딜 수 없는 무게에 눌릴 경우, 스틸캡 철판이 날카롭게 꺾이면서 발가락을 눌러 발가락이 절단되는 사고가 발생할 수 있기 때문이다. 커다란 무대 세트를 보관하는 카트는 상당히 무겁다. 그 무게를 지탱하는 조그만 바퀴가 신발을 타고 올라갈 경우, 보통의 신발이라면 발가락이 으스러지거나 부러진다. 스틸캡이 장착된 신발이라면 스틸캡 철판이 꺾이면서 발가락이 절단된다.

 

 

 지붕 작업을 하면서 그렇게 무거운 무게를 마주할 일은 많지 않을 테니, 그는 스틸캡이 장착된 작업화를 구입한다. 그는 K-MART의 작업화 코너로 향한다. K-MART 작업화 진열장에는, 작업화들이 온갖 디자인 / 색깔 / 사이즈별로 진열되어 있다. 다들 각각의 매력이 있다. 그는 작업화 코너에서, 거의 1시간 가까이 고민한다. 고민의 이유는 다른 것도 있지만, 가격이 크다. 작업화는 가격이 꽤 나간다. K-MART는 물건들이 값싸기로 유명하지만, 그런 K-MART에서도 작업화들은 60불을 호가한다. 그만한 가치와 멋이 있긴 하지만, 그래도 그에게는 비싼 값이다.

 

 그는 여유만 된다면, 이 진열장의 작업화들을 디자인과 색깔별로 하나씩 사고 싶을 정도다. 그 정도로 그는 이 작업화가 멋있게 보인다. 등산화나 농구화처럼 발목까지 잡아주는 모양, 지퍼가 장착되어 신고 벗기 편리하고, 진한 색상으로 무게감을 준다. 작업화는 크게 두 가지 모양이 있다.

 1) 등산화, 농구화 같은 모양 - 발목이 올라오고, 끈으로 묶는 작업화. 갈색이나 진한 갈색이 많다.

 2) 닥터 마틴 워커 같은 모양 - 신발 전체가 박음질 선이 보이지 않는다. 주로 검은색이다.

 

 그는 닥터 마틴 모양보다는, 등산화나 농구화처럼 생긴 작업화를 선호한다. 그렇다고 2번 모양이 싫은 것은 아니다. 그는 닥터 마틴 워커를 그다지 좋아하지 않지만, 같은 모양의 작업화는 좋아한다. 오히려 닥터 마틴보다도 더 멋있어 보인다. 결국, 1번과 2번 모양 모두 하나씩 사기로 결정한다.

 

 모양이 멋있으면서도 실용적인 것을 고른다. 1시간이 훌쩍 넘어서야, 그는 1번 작업화와 2번 작업화를 하나씩 손에 들고 나온다. 가격은 각각 70불 정도로, 작업화 두 켤레에 150불 정도를 지출한다. 이는 엄청난 금액이다. 그는 개의치 않는다. 건설현장에서 일하면서 많은 돈을 벌 것이니, 일에 대한 투자로 생각한다. 또한, 너무나도 가지고 싶었던 물건을 가진 것처럼 기쁘다. 어린 시절 꿈꿔왔던 비싼 공룡 로봇을 산 것 같은 기분이다.

 

 작업화에 더해, 주머니가 많이 달린 조끼도 구입한다. 이는 고용주가 입고 있던 조끼를 따라한 것이다. K-MART에서 적당한 가격이면서도 멋있어 보이는 조끼를 고른다. 후드가 달려 있고, 안팎에 주머니가 있는 조끼다. 

 

 공구 벨트는 고용주가 주겠다고 이야기했다. 공구 벨트를 제외하고, 그의 작업복 구매가 끝났다. 예전 고기 공장에서 일할 때도 유니폼에 약간의 애착이 있었던 그다. 지금의 건설현장 작업화와 작업복들에 대한 애정은, 고기 공장 유니폼에 비할 바가 아니다. 그는 작업화와 조끼를 입고, 공구 벨트를 차고서 건설현장에서 일하는 자신의 모습을 상상한다. 완벽하다. 꿈에 그리던 맥가이버, 야성적인 남자의 모습이다. 그는 건설현장에서 열과 성을 다해 일할 준비가 되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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