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는 밤에는 쉐어메이트들과 놀고, 낮에는 구직 활동을 한다. 멜버른 구직 활동도, 브리즈번에서 했던 것과 비슷하다. 다른 점은 딱 하나, 브리즈번에서처럼 직접 상점에 들어가 이력서를 주는 행동은 하지 않는다. 그는 브리즈번에서 100곳이 넘는 상점에 방문해서 이력서를 뿌렸지만, 연락이 온 것은 100곳 중 4곳뿐이다. 이력서 방문 판매는 성공 확률이 4%밖에 안 되는 것이다.
성공 확률이 낮은 것도 있지만, 더 이상 힘들게 방문해가면서 이력서를 넣을 필요가 없다. 그의 이력서에는 이미 호주에서의 경력이 화려하게 적혀 있다. 그가 검트리를 통해 이력서를 보내면, 대부분의 식당에서 전화가 오고 트라이얼 날짜를 잡는다. 하지만 그는 식당 일보다 다른 일을 하고 싶다. 식당일은 이미 브리즈번에서 많이 했다.
그는 건설현장에서 일을 하고 싶다. 그의 첫 일자리인 스시샵에서, 매일같이 건설현장 노동자들을 봤었다. 그는 건설현장 노동자들이 너무나도 멋있어 보였다. 그가 꿈꾸는 맥가이버, 공구를 잘 다루는 야성적인 남자들의 직업처럼 보였다.
호주는 인건비가 비싸다. 당연히 건설현장 노동자들의 임금도 높다. 육체노동을 하기 때문이고, 위험할 때도 있으므로 최저 임금보다 높게 받는다. 일도 멋있는데, 돈도 많이 준다. 그에게는 최고의 직업이다.
그는 건설현장 일자리를 검색해서 지원하기 시작한다. 현장별로 여러 노동자들을 구하고 있다. 많이 보이는 것은 타일, 페인트, 목공, 카펫, 벽돌공, 가드너(Gardener, 정원사) 등이다. 도배는 없다(호주의 집들은 벽에 도배보다 주로 페인트칠을 한다). 그는 정원사를 제외하고 모든 일들이 다 마음에 든다.
건설현장은 누구나 시도할 수 있을 만큼 진입 장벽이 낮지만, 동시에 전문성이 높은 영역이다. 숙련되어 기술을 익히면 대우가 크게 달라진다. 하지만 대부분의 건설 노동자들은 기술을 익히지 못하고 그만두거나, 다른 일로 옮긴다. 검트리에 건설현장 노동자 구인 공고가 많긴 하지만, 숙련된 노동자를 구하는 공고가 절반 정도다. 그는 거리와 조건이 맞는 공고를 볼 때마다 이력서를 넣는다.
여러 조건이 맞아떨어지면서, 건설현장 고용주들이 그에게 연락하기 시작한다.
1) 건설 현장은 아니지만, 호주에서 일을 해본 경험이 있다.
2) 자차를 가지고 있어, 먼 거리의 현장까지 출퇴근이 가능하다.
3) 가장 중요한, 화이트카드(건설현장 안전 교육 이수증)를 발급받았다.
그는 한 고용주와 면접을 잡는다. 이 고용주가 올린 공고에는, Rooftop worker라고 되어 있다. 배관, 덕트, 지붕 관련해서 금속을 다루는 일인 듯하다. 그는 목공이나 벽돌공이 더 끌리긴 하지만, 목공과 벽돌공은 숙련된 노동자를 찾는 공고가 대부분이다. 그는 면접 장소로 향한다.
면접 장소는 멜버른 외곽 지역에서 건설 중인 개인 주택이다. 나무 골조가 올라가고 있고, 작업자들이 시멘트를 여기저기 바르고 있다. 그가 도착했다고 문자하니, 고용주는 2층으로 올라오라고 한다. 계단이 아직 설치되지 않아, 사다리를 타고 2층으로 올라간다. 2층 내부에는 아무도 없다. 그는 여기저기 돌아다니다가, 창문 밖 지붕 위에서 일하고 있는 한 남자를 발견한다. 고용주다.
고용주는 튼튼한 근육질의 체격을 한 백인 남성이다. 고용주는 쿨하게 그를 반기더니, 일을 계속하면서 몇 가지를 묻는다. 차가 있는지, 일은 해보았는지, 화이트카드는 소유하고 있는지 등이다. 그는 능숙하게 질문들에 답한다. 고용주는 만족한 표정이다.
고용주는 당장 며칠 뒤부터 일을 할 수 있느냐고 묻는다. 당연히 가능하다. 고용주는 쿨하게 웃으며, 면접이 끝났고 며칠 뒤 보자고 한다. 장소와 시간은 문자로 보내주겠다고 한다. 이로써 그도 Construction Worker가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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