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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상/호주

113 - Construction Workers

 그와 조쉬는 많은 현장을 돌아다닌다. 작업이 끝날 때까지는 같은 현장에서 며칠을 걸쳐 일해야 한다. 또한 몇몇 현장에서 반복적으로 보이는 얼굴들이 있다. 조쉬와 함께 일을 해본 경험이 있고, 이미 안면이 튼 인물들인 듯하다. 주로 목공이나 타일을 하는 노동자들이다.


 건설현장 일은 아침 일찍 시작해서 해가 지기 전에 마무리한다. 아침을 먹고 출근해서 일을 하다가, 점심시간이 되면 노동자들은 끼리끼리 모여서 점심을 먹는다. 그, 조쉬, 같이 자재를 나르는 이, 조쉬와 친분이 있는 목공이나 타일을 하는 이들 등 주로 대여섯 명이 모여서 점심을 먹는다. 그를 제외하곤 대부분 백인이다.


 메뉴는 다양하다. 그는 혼자서 자동차 여행을 할 때의 경험을 살려, 락앤락에 파스타나 볶음밥을 싸서 온다. 조쉬는 보디빌더 출신이라 몸을 유지하기 위해서인지, 오트밀 같은 것을 우유나 요거트에 타서 수저로 퍼먹는다. 다른 이들은 근처 상점에서 타코, 샌드위치, 피자, 볶음면 등을 포장해와서 먹는다. 식사를 하는 동안 재밌는 이야기들이 나온다.


  건설현장 노동자들은 거칠면서도 유쾌하다. 그중에서도 같이 밥을 먹는 목공인이 말을 재밌게 한다. 나이는 40대로 보이고, 원형 탈모가 있어서 머리가 옆과 뒤만 남아 있다. 무리 중 나이는 가장 많은데, 가장 말이 많고 가장 웃기다. 목공인은, 일을 하다가 어떤 거구의 남자와 싸운 이야기를 들려준다.


 목공인이 일을 하기 위해서 나무 각재들을 도로에 내려놓았는데, 차를 타고 지나가던 누군가가 이를 치우라고 했다고 한다. 목공인은 무슨 소리냐며 이를 무시했다. 그러자 남자가 차에서 내려 다가왔다. 목공인의 말로는 키가 2미터가 넘었다고 한다. 덩치가 너무 커서, 목공인은 순간 흠칫했다. 하지만 굴하지 않고, 건설현장에서 다져진 패기로 싸우기 시작했다. 위협적으로 다가오는 거구의 남자의 얼굴에, 원투 주먹을 날렸다. 거구의 남자는 목공인을 잡으려고 시도하면서도, 얼굴에 계속해서 목공인의 펀치를 맞았다. 거구의 남자는 전진을 멈추지 않는다. 목공인은 좀비처럼 멈추지 않는 거구의 남자의 모습에 당황했다고 한다. 하지만 계속해서 펀치를 날렸다. 거구의 남자는 코와 입이 피투성이가 된 채로 비틀거리며 계속 전진했다. 때리면서도 뒤로 밀리던 목공인은, 뒷걸음질 치다가 돌부리에 걸려 넘어졌다. 목공인이 넘어지자, 거구의 남자는 목공인 위로 그대로 쓰러졌다. 거구로 목공인을 짓누르면서, 피투성이가 된 얼굴을 들이밀었다고 한다. 결국 목공인은 거구의 남자에게 깔려서, 피투성이 얼굴에서 나온 피를 같이 덮어썼다고 한다.


 목공인은 이야기를 재밌게 하고, 손짓과 발짓에 더해 여러 의성어를 섞어서 생생하게 표현했으므로 그도 모두 알아들을 수 있었다. 이야기 자체는 믿거나 말거나지만, 듣는 모두가 웃음을 터뜨린다.


 조쉬도 싸운 이야기를 푼다. 이혼하기 전, 헬스 트레이너인 자신의 부인에게 어떤 남자가 집적거렸다고 한다. 조쉬는 헬스장에서 운동을 하고 있었는데, 거구의 남자가 자꾸만 자신의 부인에게 집적거리는 모습을 포착했다. 부인은 거절의 의사를 표했고, 조쉬도 다가가 경고했다. 하지만 거구의 남자는 추태를 멈추지 않았다. 결국 조쉬가 다가가 원, 투, Bang을 먹여주었고 거구의 남자는 KO 되었다고 한다.


 이렇듯 건설현장 노동자들은, 주먹다짐 사례를 한 번씩은 경험했다. 실제로 그들의 말대로 승리를 거두었는지는 알 수 없지만, 건설현장 노동자들의 말을 듣고 있노라면 물리력을 행사하는 싸움이 그리 드물지는 않다는 느낌을 받는다. 호주는 땅이 너무 넓어서, 일일이 경찰을 불러가며 대응하기보다는 개개인이 직접 나서서 상황을 컨트롤하는 경향이 있는지도 모른다.


 지적이거나 깔끔한 이야기들은 아니지만, 그는 날 것 그대로의 느낌이 나는 건설현장 노동자들의 이야기가 재밌다. 그는 자신이 동경했던 건설현장 노동자의 일원으로써 이 무리에 끼어 있다. 일이 고되고 힘들긴 하지만, 건설현장 나름의 매력을 만끽하는 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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