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와 조쉬가 일하는 현장들은 멜버른 도심에서 벗어난 외곽 지역이다. 조쉬는 물론, 조쉬와 알고 지내는 다른 건설 노동자들도 대부분 호주인들이다. 호주에서 나고 자란 로컬들인 셈이다.
그와 이야기할 때는 그리 심하지 않았지만, 조쉬가 다른 건설 노동자들과 이야기할 때는 호주식 악센트와 발음이 강해진다. 거칠고 강한 남성들이 대부분이니, 그가 이전에는 듣지 못했던 새로운 악센트가 난무한다. 그가 일하면서 가만히 듣고 있노라면, 같은 영어가 맞나 싶을 정도로 차이가 클 때가 많다.
그는 미국식 영어에 익숙하고, 영국식 영어도 약간은 들어봤다. 미국식 영어는 익숙하게 들리긴 하지만 발음이 이어지고 빨라서 알아듣기 힘들고, 영국식 영어는 딱딱 끊겨서 자연스럽게 들리진 않아도 오히려 알아듣기 쉽다. 하지만 알아듣기 쉽다가도, 영국식 영어 고유의 악센트나 발음이 나오면 익숙하지 않아 알아듣기 힘들다. 호주식 영어는 미국식 영어와 영국식 영어가 섞였다는 평이 많다. 섞인 부분도 있고, 호주 영어만의 특색도 있다.
그의 주관적 감상에 따라, 각각의 영어를 비유해 보자면
미국식 영어 - 우유 / 익숙한 맛, 먹어본 맛이다. 자연스럽게 흐른다.
영국식 영어 - 버터 / 우유와 비슷하나 생소한 맛, 어느새 익숙하다. 우유보다 딱딱하며 끊긴다.
호주식 영어 - 요거트 / 시큼새큼한 맛이 난다.
요거트를 처음 먹었을 때를 떠올린다. 생전 처음 맛보는 시큼새큼한 맛, 이게 무슨 맛이지 생각하며 미간이 약간 찌푸려진다. 상한 것은 아닌가 의심스럽다. 하지만 계속 먹다 보면, 나름의 풍미와 맛을 알게 되고 어느덧 요거트를 다시 찾게 된다.
그는 호주식 영어가 요거트처럼 시큼하다고 생각한다. 처음에는 호주식 영어가 너무 생소하다. 억양과 악센트가 독특하고 달라서, 미국식 영어에 길들여진 그의 귀에는 약간 불편하게 느껴질 정도다. 그야말로 요거트를 처음 먹었을 때의 생소함으로부터 오는 불편함과 같다. 하지만 계속 듣다 보면, 나름의 매력을 알게 된다.
조쉬와 건설현장 노동자들이 이야기하던 중, 건축자재에 대한 이야기가 나온다. 나무로 집을 짓는 이야기다. 목재 'timber' 이야기인데, 발음이 독특하다. 미국식으로는 [팀벌], 영국식으로는 [팀버 / 팀바]라고 발음한다. 호주인인 조쉬와 건설현장 노동자들은 [티~임바]라고 발음한다. 티~를 늘리면서, 성조 비슷하게 톤이 내려갔다가 다시 올라온다. 그는 이 발음을 듣고 놀라서, 혹시나 잘못 들은 것은 아닌지 계속 귀를 기울인다. 잘못 들은 것이 아니다. 조쉬와 건설현장 노동자들은 반복해서, [티~임바]라고 발음한다. 발음에 놀란 사람은 그밖에 없다.
생소함에 놀라긴 했으나, 들을수록 점점 익숙해진다. 처음 듣기에는 우스꽝스럽고 시큼하게 느끼더라도, 언어라는 것을 제대로 인식하게 되면 그런 첫인상이 사라진다. 조쉬와 건설현장 노동자들이 이야기하는 것을 들으며, 그는 조금씩 그들의 영어에 매력을 느끼기 시작한다. 처음에는 우스꽝스럽고 시큼한 영어라고 생각했지만, 사람들이 이를 제대로 구사하며 이야기를 나누는 모습은 멋있고 경이롭기까지 하다.
시드니에서 한 지인을 만나 이야기한 이후, 그는 영어 발음에 대한 편견을 버리기 시작했다. 그런 그의 앞에 때맞춰 새로운 발음이 나타났다. 호주 로컬들이 사용하는 호주식 영어다. 발음에 대한 편견에서 벗어났으므로, 호주식 영어에 대한 생소함을 거리낌 없이 받아들인다. 한 번 멋있다는 생각이 머리에 박히자, 따라하고 싶어 진다. 이때부터 그는 호주식 발음을 조금씩 따라하는 영어를 구사한다.
워홀러들이 알아듣기 힘들어하는 호주식 영어는, 영국식 영어인 경우가 많다. 호주는 영국의 영향을 받았으므로, 영어도 영국의 영향이 크다. 간략하게나마 슬랭과 발음들을 나열해 보고자 한다.
호주는 a를 '아'로 발음할 때가 많다.
Mate - 미국식 영어의 Bro 느낌이다. 호주는 bro 대신 Mate를 많이 사용하며, 발음은 [마이트 / 마잇]
Good day - '좋은 하루' 란 뜻
G' day - Good day 를 빠르게 말하면서 줄어든 형태다. [긋다이 / 그다이]
G' day Mate - 빠르게 발음하면 [그다이마잇]
reckon - [뤠컨], '~라고 생각하다' 라는 의미. 미국식 영어의 'I think' 와 동일한 셈
"Gonna be rainy I reckon." - 내 생각에는 곧 비가 올 것 같다
"You reckon?" - 그렇게 생각해?
faccy - picky와 비슷한 의미로, '까다롭다'는 뜻이다.
"I'm faccying about food" - 나는 음식을 많이 가려
heaps of - 많은
"We have to cut it a bit. not heaps." - 이걸 조금 잘라야해. 많이는 말고.
Cheers - 고맙다는 말. Thank you와 같은 뜻.
"Cheers!" "Cheers Mate."
No worries - 고맙다는 말에 대한 대꾸. 교과서에서 많이 본 'You're welcome'과 같은 뜻.
Too easy - 별 것 아니다, 너무 쉽다는 뜻.
일상 대화 예시
A : G'day Mate! How's your day?
B : Good and you?
A : Good too. Can you bring some tools for me?
B : Too easy.
A : Cheers Mate.
B : No worries.
위의 예시들은 수박 겉핥기에도 미치지 못하는 간략한 예시다. 이외에도 호주식 영어는 축약과 생략이 많다. Bottle shop을 Bottle-O로, parking lot은 Car park로, mosquito를 mozzi로, cigarette을 ciggy로 줄이거나 변형해서 발음한다. 변형 이전의 원형과 연관성이 있기 때문에, 처음 듣더라도 유추가 가능한 경우가 많다. 하지만 호주인 남성들, 특히 건설현장 노동자들의 경우 워낙 말이 빠르고 발음을 뭉개는 경향이 있다. 유튜브나 구글 네이버 등을 통해 미리 호주식 영어를 숙지하고 간다면 꽤나 도움이 될 것이다.
그는 호주식 영어에 눈 뜬 이후, 유튜브에서 여러 영상들을 보기 시작한다. 많은 영상들을 본 결과, 그는 호주식 영어와 북유럽 바이킹 영어가 혼합된 형태가 마음에 든다. 게임 '갓 오브 워' 북유럽 신화 편에서 자주 등장하는 발음이다. 그중에서도 억양이 강한 인물의 경우, 'Time to Time'을 [테인 투 테인]으로 발음한다. 예전의 그였으면, Time은 [타임]이라며 거부감을 표했을 터다. 발음에 대한 편견에서 벗어나자, 새로운 영어 발음들의 매력에 눈이 뜨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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