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는 조쉬와 함께 돌아다니는 Rooftop 일이 마음에 든다. 드릴로 구멍을 뚫고, 나사를 박고, 망치로 못질을 하고, 장도리로 오래된 못을 빼내는 것과 같은 조그마한 일들이 너무나도 재미있다. 작은 일도 하나하나가 모두 남자다운 일로 느껴진다. 못을 하나 빼내거나 박을 때마다, 그의 손기술이 향상되는 듯한 느낌이 든다. 하지만 모든 일에는 익숙해지거나 배우는 데까지 절대적인 시간이 필요한 법이다. 조쉬는 그에게 그리 많은 시간을 주지 않았다.
어느 날, 그는 아래에서 자재를 들어 옮기고 있었다. 건물 저편에서 지붕 자재를 들고 달려오다가 2층의 조쉬에게 던지듯이 토스해야 한다. 꽤나 익숙해졌다고 생각한 순간 사고가 터진다. 자재를 꽉 잡고 있던 손에서 자재가 빠져나가면서, 날카로운 단면이 그의 손가락을 그대로 베어버린다. 그는 일에 집중하느라 이를 모르고 있었는데, 왼손 장갑에 물이 차기 시작한다. 걸리적거리는 느낌에 보니, 피가 많이 흐른다.
자재의 단면이 그의 집게손가락을 꽤 깊숙이 베고 지나갔다. 날카로운 금속 재질이라, 살점이 너덜너덜해지진 않았다. 하지만 상처가 꽤 깊고 길었고, 더군다나 감각이 없다. 그는 약간 무서운 생각이 든다. 조쉬는 별 것 아니라며, 차에 가서 반창고를 붙이고 오라고 한다. 반창고를 붙이고서 다시 일을 시작한다. 조쉬도 피를 볼 때가 있긴 하지만, 살짝 긁혀서 방울방울 묻어 나오는 정도가 대부분이지 이렇게 줄줄 흐르진 않는다. 다행히 피가 멎긴 했지만, 그는 일의 위험함을 제대로 인식한다.
그의 피가 뿌려진 현장을 끝내고, 새로운 현장으로 옮겨간다. 이 건물은 약 3층~4층 높이다. 이전까지는 2층 높이의 지붕에서 일했다면, 이번 일은 3층 이상의 높이에서 일한다. 아직 지붕 마감이 전혀 되어 있지 않아, 그와 조쉬는 띄엄띄엄 박혀 있는 지붕 나무 골조를 밟고 다닌다. 조쉬는 10년이 넘는 경력자답게, 아무 문제없이 지붕 위를 걸어 다닌다. 심지어 자재를 들고서도, 나무 골조만 밟으면서 잘도 걸어 다닌다. 그는 자재 없이도 걷기가 힘들다. 그의 몸이 휘청할 때마다 땅이 보인다. 아찔하다.
그는 남자다운 것, 마초적인 것, 맥가이버 같은 남성에 대한 동경이 있다. 자신과는 달리 공포도 허술함도 없이 높은 지붕을 돌아다니는 조쉬를 보며, 그는 자존심이 상한다. 그는 일부러 겁 없이 행동하며, 조쉬를 따라 허리를 펴고 자연스럽게 걷고자 한다. 자재 나르는 것도 과감하게 시도한다. 하지만 그런 그조차도, 3층 높이에서 휘청거릴 때마다 자신의 용기가 대담한 것인지 무모한 것인지 의심이 든다.
이 현장에서, 조쉬는 거의 5m가 넘는 빗물받이 철판을 사용한다. 빗물받이 철판이 원체 얇긴 하지만 5m가 넘기 때문에, 전체 자재를 들어 올리는 것은 꽤 무겁다. 조쉬는 이 철판을 세로로 세워 건물에 기대놓은 뒤, 지붕 위에 올라가서 온전히 팔힘으로 들어 올린다. 팔힘으로 철판을 위로 조금씩 던지면서, 2.5m 정도 공중에 띄운 뒤 자재의 중심부위를 잡아 지붕 위에 내려놓는다. 그는 이를 보며, 곡예에 가깝다고 생각한다. 이 모든 것은 3층 높이 지붕에서 난간 하나 없이 진행된다. 조쉬는 얼이 빠진 그를 보며, 어서 빨리 옮기라고 말한다. 그는 자신이 없다.
자신이 없지만 억지로, 조쉬가 한 것을 그대로 따라 해 본다. 아예 불가능하지는 않으나, 너무나도 큰 힘이 소요된다. 5m 자재를 제대로 들지 않고 두 손바닥 사이에 고정한 상태에서, 조금씩 위로 던지면서 띄워 올려야 한다. 결국 팔힘이 버티지 못해, 그는 중심에 조금 못 미친 부위를 잡고 지붕 위에 내려놓는다. 중심 부위를 잡지 못했으니, 무게중심이 쏠리면서 5m 철판의 중간 부분이 제 무게에 눌려 휘어버린다.
조쉬가 이를 보고 달려온다. 조쉬의 얼굴은 벌겋게 상기되어 있다. 조쉬는 그에게 거의 소리치듯, 자재가 구부러지면 안 된다고 말한다. 그는 입으로는 알겠다고 하지만, 속으로 의문이 생겨난다. 조쉬는 이 생각을 읽기라도 했는지, 계속해서 강조한다.
"Listen! Do, not, Bent!"
어린아이에게 말하듯, 약 3번을 반복한다. 그는 살짝 기분이 나쁘다.
조쉬는 그에게 마지막으로 시범을 보이려는 듯, 그의 눈앞에서 자재를 옮기기 시작한다. 이렇게 들어 올려야 하는 5m 자재가 15개가 넘는다. 하지만, 조쉬도 팔에 힘이 빠졌는지 처음과는 옮기는 모양새가 다르다. 결국 그에게 시범을 보이는 와중에, 자재가 휘어서 구부러지고 만다. 조쉬는 Fuck! 이라며 욕을 한다. 조쉬에게도 쉽지 않은 일이다.
조쉬와 함께 하는 일은 재밌고 즐겁지만, 난이도가 점점 올라갔다. 문제는 그에게 해당 난이도에 적응할 시간이 주어지지 않았다. 조쉬는 그가 어서 빨리 빗물받이 작업을 혼자 하기를 원했고, 철판을 자르고 재단하는 능력을 원했다. 그는 자신의 남은 워킹 기간 내내 이 일을 해도, 조쉬가 원하는 수준까지 도달할 수 있을지 의문이 들기 시작한다.
적응할 시간이 적었던 이유는, 일하는 시간이 조금씩 짧아진 것도 있다. 첫 1~2주는 조쉬가 그를 많이 불렀다. 돈도 1000불 언저리로 많이 줬다. 하지만 3주 차가 되면서, 조쉬가 그를 부르는 횟수가 줄어든다. 조쉬가 그에게 주는 돈도 덩달아 줄어든다. 조쉬는 그에게 임의적으로 돈을 주었기 때문에, 시급과 같은 명확한 기준이 없다. 그는 조쉬가 그때그때 정한 금액을 받는다.
그는 쿨한 조쉬에게, 더 많이 불러줄 수 있냐고 묻는다. 조쉬는 그에게, 지금은 약간 한가한 기간이라고 답한다. 곧 Big Deal이 오고 있으니, 조금만 더 기다리라고 한다. 그는 조쉬를 좋아하긴 하지만, 이 말은 신뢰할 수 없다. 그는 이때부터, 다시 구직활동에 들어간다. 조쉬와 일할 때는 즐겁게 일하고, 일이 끝난 후나 일이 없는 날은 도서관으로 향한다. 결과적으로 그가 다른 일을 얻을 때까지, 조쉬가 말한 Big Deal은 오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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