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리즈번은 호주 동부에서도 북쪽에 위치해 있다. 호주 대륙은 남반구에 있으므로, 호주 대륙의 북쪽은 적도에 가깝다. 그래서 브리즈번은 일 년 중 300일 동안 햇빛이 내리쬐는 따뜻한 날씨를 가진다. 멜버른은 다르다. 멜버른은 호주 동부에서 남쪽에 위치해 있다. 호주 대륙의 남쪽은 극지방에 가까워진다. 그는 해안선을 따라서 운전하는 시점에서 이미 날씨 변화를 체감했다. 멜버른 도착 하루 전 카박을 했을 때는, 후리스를 껴입고 잤다. 브리즈번에서는 냉장고 온도인 육가공 공장에서 일할 때만 입고, 평상시에는 내팽개쳤던 후리스다. 그가 도착했을 당시의 멜버른은 추운 계절이다.
날씨 때문인지, 브리즈번과 멜버른의 느낌은 많이 다르다. 브리즈번은 화창하고 사람들이 활발한 편이라면, 멜버른은 우중충한 날이 많고 그래서인지 사람들도 브리즈번보다 폐쇄적인 느낌이다. 모든 사람이 다 그렇지는 않겠지만, 그가 만난 사람들과 날씨를 종합해보면 그렇다.
멜버른은 브리즈번보다 비가 많이 내린다. 그는 건설현장에서 일하기 때문에, 비가 내리는 날은 자동으로 휴무가 된다. 그는 이따금씩, 비가 내리기를 고대한다. 건설현장 일이 재밌기는 하나, 몸이 고되다. 새벽 5시에 일어나서 준비를 하고 있노라면, 비가 내려서 더 잠을 잘 수 있게 되기를 간절히 원할 때가 있다. 비가 내리더라도, 부슬부슬 내리는 비는 그에게 휴무를 선사하지 않는다. 아예 일을 할 수 없을 만큼 주룩주룩 내려야 한다. 멜버른의 비는 부슬부슬 내리는 경우가 많다.
멜버른은 비도 많이 내리고, 이슬이나 성에도 많이 생긴다. 그만큼 일교차가 크다. 한낮에는 브리즈번과 유사한 햇빛과 따뜻한 날씨가 잠깐 보이지만, 밤과 새벽에는 춥다. 브리즈번에서는 반팔에 반바지만 입고 선풍기를 틀어놓고 잤다면, 멜버른에서는 창문을 꽁꽁 닫고 담요를 뒤집어쓰고 잠을 잔다. 아침에 일어나 방에서 나오면, 추워서 이가 딱딱 부딪힐 때도 있다. 준비가 끝난 뒤 캠리에 탑승하면, 유리창이 전부 하얗게 성에가 껴 있다. 그는 손으로 문질러서 이를 제거한다. 그의 캠리는 냉각수 유지에 문제가 있어서, 엔진이 제대로 식지를 않는다. 그가 아침에 운전을 하면, 엔진의 달아오르는 열과 멜버른의 찬 새벽 공기가 충돌하면서 앞 유리창에 계속해서 김이 서린다. 그는 한 손으로 계속해서 유리창을 닦으면서, 한 손으로 위험한 주행을 계속한다. 김 때문에 시야가 보이지 않아, 손으로 닦은 크기만큼의 시야에 의존해서 운전한다.
조쉬는 이런 강한 일교차의 날씨에도, 반팔과 반바지만 입고 작업한다. 딱 하나, 반팔 위에는 주머니가 많은 패딩조끼 같은 것을 덧입는다. 낮에 햇빛으로 인해 더워지면, 조쉬는 이 조끼를 벗고 작업한다. 그는 조쉬를 따라서, 똑같이 반팔과 반바지에 조끼를 덧입는다. 낮에는 괜찮지만, 문제는 일을 시작하는 아침이다. 그도 그렇고 조쉬도 그렇고, 현장에 도착해서 일을 시작하기 직전까지는 굳이 차에서 나오지 않는다. 새벽과 아침의 추위를 참고 일하다 보면, 낮에는 언제 그랬냐는 듯 해가 뜨면서 더워진다. 이 때는 반바지와 반팔을 입어도 땀이 나는 화창한 날씨다. 멜버른의 날씨는 변덕이 심한 편이다.
일교차는 빨래 건조에도 영향을 미친다. 건조대는 뒷마당에 설치되어 있고, 뒷마당은 바깥이다. 그가 빨래를 널어놓은 것을 깜빡 잊고 잠을 자면, 다음날 아침 건조대의 빨래들은 촉촉하게 젖어 있다. 새벽 공기와 찬 이슬에 젖어 있다. 그는 낮의 햇빛에 마를 때까지 그대로 놔둔다. 몇 번이고 까먹거나 잠을 자버려서, 그의 빨래는 사흘 동안 이슬과 햇빛에 젖고 마르기를 반복하기도 한다.
이슬뿐만 아니라, 비바람도 문제다. 건조대에 널었던 빨래들은 하루에도 몇 번씩 내리는 비에 다시 젖고, 강한 바람 때문에 이따금씩 저 멀리 날아가 있다. 그는 집에 있을 때, 두 시간 주기로 빨래를 체크한다. 체크할 때마다 몇몇 옷들이 뒷마당 이곳저곳으로 날아가 있다. 처음에는 당황했지만 이내 익숙해진다. 그는 땅바닥에 널부러져 있는 빨래들을 다시 주워서 툭툭 털어낸 뒤, 건조대에 널어놓는다. 이슬이나 비에 젖은 빨래를 마를 때까지 다시 널어둔다. 대자연의 맑은 물방울로 한번 더 세탁한 것이라고 생각한다. 그의 옷들은 멜버른의 비와 이슬, 강한 바람으로 몇 번이고 다시 세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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