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appanyaki Restaurant, 철판요리 레스토랑의 사장이자 고용주는 두 명이다. 그가 면접을 보았던 중년 여사장, 그리고 함께 식당 자금을 관리하는 중년 남사장 이렇게 둘이다.
정확하게 물어보진 않았으나, 고용주들의 나이는 비슷해 보인다. 40대 초반에서 50대로 추정된다. 면접 봤을 때의 인상 그대로, 여사장은 굉장히 쾌활하고 직원들의 말을 잘 들어준다. 하지만 남사장은 여사장과 반대로, 약간 bossy(권위주의적)한 면모가 강하다. 일하는 직원들 입장에서는 남사장이 아니꼽게 보이기도 하지만, 남사장의 이런 면모는 사람 좋은 여사장에게는 없기 때문에 상호보완적이다.
그는 화목하고 단란한 두 고용주의 모습을 보며, 부부라고 생각했다. 부부가 맞긴 한데, 둘 다 돌싱이다. 여사장은 이혼했으며, 20대의 딸이 있다. 남사장도 이혼했으며 20대의 딸이 있다. 여사장의 딸과 남사장의 딸은 서로를 알고 있으며, 자매처럼 친하다. 목요일이나 금요일에 그가 출근하면, 고용주 가족들이 단란하게 철판 요리를 먹고 있다. 여사장, 남사장, 여사장의 딸, 남사장의 딸 이렇게 넷에 가끔 남사장의 친구도 합석한다. 건설현장에서 만난 조쉬도 그렇고, 철판요리 고용주들도 그렇고, 다들 이혼을 했다. 그가 호주에서 만나 통성명을 한 호주인 중, 이혼을 하지 않은 사람은 손에 꼽는다.
여사장은 금발에 푸른 눈을 가진 백인이다. 이집트 미인처럼 목이 상당히 길고, 팔다리가 길며 키가 크다. 못해도 키가 173은 되는 듯하다. 항상 청바지에 무릎까지 올라오는 가죽 부츠를 신는데, 힐 부츠이기 때문에 키가 더 커진다. 그는 부츠를 신은 여사장의 키가 180 정도는 되지 않을까 추측한다. 여사장은 이 레스토랑의 전반적인 운영, 면접 및 채용, 직원들과의 커뮤니케이션을 담당한다.
남사장은 푸른 눈을 갖고 있지만, 머리는 갈색인 백인이다. 키가 170 중반 정도로 보이니 작은 키는 아니지만, 힐을 신은 여사장보다 작다. 남사장은 항상 청바지에 체크무늬 와이셔츠를 입고, 신발은 캔버스 같은 운동화를 신는다. 배가 조금 나오긴 했지만, 등이 넓고 목과 팔뚝이 굵어 탄탄한 체격이다. 남사장은 사실 본업이 따로 있다. 건설현장 수주 및 관리 일을 본업으로 하고 있으며, 이 레스토랑에서는 자금 쪽을 약간 관여하고 있는 듯하다. 남사장은 항상 안경을 끼고, 노트북을 킨 채 앉아서 엑셀로 무언가를 만지고 있다. 엑셀 칸칸이 알 수 없는 숫자들이 보인다.
남사장은 청소 / 설비 / 돈 관련 업무를 맡았기 때문에 직원들에게 싫은 소리를 할 수밖에 없는 데다가, 성격도 약간 bossy(권위주의적)하다. 그가 눈치챌 정도이니, 눈치가 빠른 웨이트리스들은 말할 것도 없다. 몇몇 웨이트리스들은 남사장을 별로 좋아하지 않는다. 남사장도 이를 알고, 서로 좋아하지 않는다. 하지만 갈등이 표면으로 드러난 적은 없다. 여사장이 가운데에서 중재를 한다. 남사장은 직원들에게는 가끔씩 너무한 것이 아닌가 싶을 정도의 태도를 보이기도 했지만, 여사장에게는 절대 토를 달지 않는다. 안 좋게 보면 겉과 속이 다른 것이지만, 그는 이를 보면서 남사장이 여사장을 존중하는 것이라 생각한다.
그와 철판요리 레스토랑의 계약 관계는 캐쥬얼(필요할 때마다 부르는 고용 관계), 캐쉬잡(세금을 내지 않고 현금으로 임금을 지불) 형태다. 여사장이 금요일마다 다음 주 스케줄을 알려주면서 현금을 건넨다. 수고했다며 돈을 건네는 여사장에게 나쁜 감정을 가질 일은 없다. 하지만 남사장은, 스케줄을 당일날 번복하곤 한다. 바쁠 때는 와줄 수 있냐고 전화하고, 바쁘지 않은 경우에는 나오지 말라고 전화한다. 전자는 괜찮으나 후자가 문제다.
하루는, 그가 차를 몰고 레스토랑에 거의 도착한 시점에 전화가 온다. 남사장은 그에게, 이미 출발했느냐고 묻는다. 그는 거의 다 왔다고 답한다. 남사장은 그러냐며, 오늘 한가할 것 같다고 최대한 돌려서 말을 한다. 그는 눈치를 채지 못한 것은 아니지만, 눈치 없는 척하며 일단 거의 도착했으니 얼굴이나 보고 가겠다고 말한다. 남사장은 당황한 듯, 알겠다고 한다. 이 날, 예약은 얼마 없었으나 길을 가던 손님들이 갑자기 방문하면서 바빠지기 시작한다. 그는 속으로 본인이 없었으면 어떻게 감당했겠느냐며 우쭐하지만, 남사장은 그의 이런 마음을 아는지 모르는지 고맙다는 말이 없다.
그는 남사장을 대하기가 조금 껄끄럽다. 남사장은 여사장과는 달리 상사 같은 느낌이 강하다. 게다가 그는 자신보다 어른인 사람들의 눈을 잘 바라보지 못한다. 정확한 이유는 모르겠으나, 어릴 적부터 형성된 습관의 일종인 듯하다. 연장자이면서 상사인 남사장이 이야기를 하면, 그는 가만히 듣고 있다가 알겠다고 말한다. 하지만 남사장은 그의 태도가 마음에 들지 않는다.
남사장의 지시를 듣고, 청소를 하러 가는 그를 남사장이 갑자기 불러 세운다. 남사장은, 자신이 이야기할 때 끝까지 들으라고 말한다. 그는 남사장의 말을 듣고 당황스럽다. 그는 나름대로 남사장의 말에 귀를 기울이고 있었다. 하지만 차근차근 문제의 근원을 생각해보니, 원인은 그의 태도와 눈에 있었다.
가만 생각해보면, 그는 남사장의 말이 끝나기만을 기다리고 있었다. 눈도 마주치지 못하고 불편한 존재이므로, 다른 곳을 바라보면서 이야기가 끝나기만을 기다렸다. 남사장이 원하는 것만 정확하게 이해하고 나면, 남사장의 말이 끝날 낌새가 보이자마자 행동을 시작했던 것이다. 남사장은 자신이 이야기하고 있는데 눈도 바라보지 않고, 말을 끝마치지도 않았는데 가버리는 그의 행동에 화가 난 것이다.
그는 남사장에게 혼나듯 말을 들으면서, 자신에게도 화가 난다. 본인이 뭐가 그리 못나서, 눈도 못 마주치며 있다가 도망치듯 하는가. 백인들은 원래 눈을 똑바로 마주 보며 이야기한다. 눈을 마주 보지 않는 행위는, 백인들에게는 무시 아니면 복종으로 보였으리라. 어느 쪽도 좋은 해석은 아니다. 그는 남사장이 그의 행동을 지적한 이후부터, 억지로 남사장의 눈을 마주 보려 애쓰기 시작한다.
처음에는 너무 불편했다. 어색하고, 눈을 보려고 의식한 나머지 말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하기도 하고, 괜히 몸이 꼬이기도 한다. 하지만 그는 이런 자신의 모습을 인식할수록, 오기가 생긴다. 반드시 당당하게 눈을 마주 보고 말겠다는 각오다. 그는 일부러 가장 껄끄러운 남사장에게 다가가 말을 걸기도 한다. 약 나흘, 횟수로는 15회 정도 걸린다. 그는 마침내 남사장의 이야기가 끝나고도 2초 정도 더 눈을 바라본 후 행동을 시작하는 경지에 이른다. 남사장도 그의 변화를 눈치챘는지, 더 존중하는 듯한(함부로 하지 않는) 느낌이 든다. 그에게는 상대방의 눈을 똑바로 바라보는 것이, 상대방에 대한 예의이기도 하지만 그 자신의 자존감을 바로잡는 행위이기도 했다. 완전히 편해진 것은 아니지만, 상대방의 눈을 마주 보는 것에 대한 두려움을 극복한 경험은 그에게 의미가 크다.
조쉬의 전화가 뜸해지고, 부업으로 했던 웨이터가 주업이 되어간다. 주객이 전도된 상황이다. 그러던 어느 날, 여사장이 그를 부른다. 따라가 보니, 남사장이 함께 있다. 여사장은 그에게, 건설현장 일에 대해 이야기해달라고 한다. 그는 자신이 건설현장에서 한 일들을 이야기한다. 남사장은 그에게 화이트카드(안전교육 이수증)가 있는지 등을 묻고 난 뒤, 건물을 철거해야 하는 현장이 있는데 관심이 있느냐고 묻는다. 당연하다. 마지막으로 남사장은, 기존 건설현장에서 페이가 얼마였냐고 묻는다. 그는 이때, 자신의 몸값을 뻥튀기해서 불렀어야 했다. 하지만 그는 너무 정직하다. 그는 현금으로 18불 정도라고 답한다. 남사장은 잠시 생각하더니, 건물 철거 일을 해달라고 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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