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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상/호주

137 - Demolisher

 남사장으로부터 받은 새로운 일은, 건물을 철거하는 일이다. 남사장은 그에게 문자로, 철거할 건물의 주소를 알려준다. Frankston 주변의 외곽으로, 단독 주택이 많은 동네다. 다른 공사현장처럼, 건물 철거 일도 아침 일찍 시작해서 네다섯 시쯤 끝난다. 웨이터 일은 주로 대여섯 시부터 시작하기 때문에, 투잡을 하기에 완벽한 조건이다. 남사장은 그에게 건물 철거 일을 맡긴 이후, 그의 레스토랑 출근 시간에 대해서 비교적 관대해진다. 원래 급여 등은 여사장이 관리하지만, 그의 경우는 남사장이 모든 급여를 관리하기 시작한다. 의도치 않게, 남사장과 일적으로 더 많이 엮이게 된다.

 

 그는 문자로 받은 주소를 구글 맵으로 검색해서, 캠리를 몬다. 캠리가 없었다면, 도저히 갈 생각조차 하지 않았을 거리의 외곽 지역이다. 처음에는 낯설었지만, 나중에는 그도 현장으로 가는 길을 외우게 된다. 그는 이미 숙소에서 30분 거리인 철판요리 레스토랑까지 가는 길을 외웠다.

 

 철거해야 할 건물은 단독주택이다. 부지가 상당히 넓다. 적어도 300평, 약 400평 가까이 되는 듯하다. 부지가 넓어서인지, 건물은 2층까지 올리지 않고 1층이 전부다. 집 옆에는 차고가 따로 있고, 뒷마당에는 커다란 수영장까지 있다. 그가 일에 투입되는 시점은, 철거가 약간 진행된 상태다. 집의 절반 정도는 이미 사라져 있다. 바닥도 전부 뜯어내서, 바닥 골조를 이루는 각목만 밟고 다녀야 한다. 남사장의 말로는, 건물을 다시 지을 것이기 때문에 바닥 골조는 그대로 둔다고 한다. 

 

 집은 절반만 남아있고, 여기저기 벽돌로 만든 담들이 있으며, 수영장의 물은 모두 빼놓았다. 건물의 절반을 철거하면서도 화장실은 남겨두었다. 화장실은 이미 리모델링이 되어서, 그는 이 화장실에서 소변을 해결한다. 하필이면 철거된 쪽에 화장실만 덩그러니 남아 있어서, 그 모습이 이상하면서도 신기하다. 

 

 

 그가 화이트 카드(안전교육 이수증)가 있고, 조쉬와 일을 해보긴 했으나 특별한 기술은 없다. 그는 그저 노동력을 제공하는 워커에 불과하다. 건물 철거에는 그리 대단한 기술이 필요하진 않으나, 기술을 가지고 철거 이후 신축까지 이어갈 인력이 필요하다. 해당 인력은 이미 남사장이 고용해서 일을 하고 있다. 이 인력이 화장실 리모델링까지 마친 것으로 보인다. 

 

 기술자이자 그의 새로운 동료의 이름은 데이빗이다. 데이빗은 인상이 좋은 남자다. 그는 향후 데이빗과 건물을 철거하면서, 이야기도 많이 나누고 동고동락의 우정을 쌓게 된다. 건설현장의 특성상, 일을 하면서 그리 많은 이야기를 나누지는 않는다. 그는, 건물을 철거하면서 데이빗과 서서히 친해진다. 

 

 

 건물 철거 현장에서 그가 처음 한 일은, 바닥 골조를 이루는 굵은 각목을 깨끗이 하는 일이다. 즉, 박혀있는 못을 제거하는 일이다. 이는 조쉬와의 현장에서 한 일과 비슷하다. 조쉬도 슬레이트 지붕을 철거하고 재설치할 때, 지붕 골조에 박힌 못부터 뽑아내고 시작했다. 마찬가지로, 이 철거 현장에서도 재활용할 바닥 골조에 박힌 못 등을 뽑고 깨끗한 상태로 만들어야 한다. 그와 데이빗은 서로 양 끝에서 시작해서, 점차 가운데로 옮겨가면서 못을 뽑는다. 그는 작업화를 신고, 쇠막대와 망치로 못을 뽑는 자신이 멋있게 느껴져서 못을 신나게 뽑는다.

 

 그는 집을 철거하는 일이 마음에 든다. 손으로 하는 것, 기술, 건축에 관심이 있다 보니 철거 일도 재미있게 느껴진다. 그는 자신의 새로운 직업에 직접 이름을 부여한다. Demolisher, 그가 부여한 이름이다. Demolish는 '철거하다, 무너뜨리다'라는 의미를 가진 단어다. 하지만 건물 철거 노동자를 Demolisher라고 부르진 않는다. 그냥 철거 노동자일 뿐이다. 그는 건물을 철거하는 자신의 모습이 무언가 멋있고, 뿌듯해서 자부심을 갖는다. 그냥 철거 노동자라고 하면 멋이 없으니, Demolisher [데몰리셔]라고 부르기로 마음먹는다. 마침 트랜스포머의 악당 로봇 중에 데몰리셔라는 로봇도 있다. 다른 이들에게 말하진 않았으나, 그는 자신을 데몰리셔라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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