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일 파티에 감동과 고마움을 느낀 것은, 그가 숙소에서 외로움을 느끼는 것과 무관하지 않은 듯하다. 이전에 서술했듯이, 그는 숙소에서 다른 Flatmate들을 거의 보지 못했으므로 일할 때를 제외하고는 항상 혼자다. 처음에는 심심했고, 나중에는 조금씩 외로움을 느끼기 시작한다.
심심함과 외로움을 달래기 위해서 그는 쇼핑센터 등 밖을 돌아다닌다. 쇼핑의 재미를 느끼긴 했지만, 그래도 그림의 떡인 경우가 많다. 브리즈번 시절보다는 많이 나아지긴 했지만, 그는 여전히 돈을 많이 아낀다. 아이쇼핑은 스트레스 해소에 한계가 있다.
심심함, 무료함, 외로움, 배고픔이 합쳐지면서 그는 새로운 돌파구를 찾기 시작한다. 이 모든 것은 밤에 더 심해진다. 밤이 되면, 그는 심심하면서 동시에 배가 너무 고프다. 그런데 이 배고픔은, 햄버거나 피자로 해결할 수 있는 배고픔이 아니다. 그는 삼겹살을 구워 먹고 싶다. 지글지글 구운 삼겹살을 김치에 싸서, 밥과 먹고 싶은 생각이 간절하다. 하지만 이는 이뤄질 수 없는 바램이다. 숙소의 주방 상태도 그렇고, 한식 식재료들을 구하는 것도 번거롭다.
그는 삼겹살 생각에 며칠 동안 잠을 설친다. 늦은 밤, 배는 고프고 심심하다. 잠이 오지 않자, 그는 아무 생각 없이 핸드폰을 만지작 거린다. 그때, 눈에 띄는 어플이 있다. 유튜브다.
그는 이전까지 유튜브를 거의 보지 않았다. 핸드폰을 계속 들여다보는 것은 시간낭비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특히나 호주 워킹홀리데이 중에는 더더욱 시간을 낭비해선 안된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무료함에 시달리던 그의 눈에 유튜브가 들어온다. 아마 이때가 유튜브가 유행하기 직전이었을 것이다.
그는 유튜브로, 당시 한국 먹방의 1인자였던 유튜버의 삼겹살 먹방을 본다. 지글지글 구워지는 삼겹살은 너무나도 맛있어 보인다. 그가 그토록 바라던 모습이다. 해당 유튜버는, 삼겹살을 10인분 이상 거뜬히 먹어치운다. 그도 1인분으로는 성에 안차긴 하지만, 이 유튜버는 차원이 다른 대식가다. 그가 시도할 엄두조차 못 내는 양을 아무렇지 않게 먹고, 여유롭게 후식까지 먹는다.
그는 해당 유튜버의 먹방을 보면서, 대리만족을 느낀다. 그가 호주에서 삼겹살을 구워 김치와 함께 양껏 먹을 가능성은 희박하다. 준비도 귀찮고, 비용도 많이 들 터다. 어차피 못 먹을 바엔, 포기하고 유튜버가 먹는 모습을 보는 것이 차라리 마음 편하다. 게다가 그가 보는 유튜버는 먹는 양이 엄청나다. 감질나게 먹거나, 그가 따라 할 법한 양을 먹었다면 그도 배가 고팠을 것이다. 하지만 유튜버가 10인분 이상을 먹는 모습을 보고 있노라면, 배고픔이 놀라움에 압도당한다. 그는 대용량 먹방을 보면서 오히려 날뛰던 식욕이 약간 진정된다. 어떻게 저렇게 많이 먹을 수 있는지 너무나도 신기하다. 만일 그가 같은 양을 먹는다면(먹을 수 있다면) 곧바로 살이 찔 것이다. 먹방 유튜버는 살이 찔 위험도 대신 감내해주고, 경이로운 위를 바탕으로 그의 환상을 충족시켜준다. 그는 해당 유튜버의 영상을 밤새가며 본다.
대리만족으로 배고픔을 어느 정도 이겨낸다. 하지만 유튜브 시청으로 인한 단점이 생긴다. 그는 삼겹살 먹방을 원했으므로, 한국인 유튜버를 시청한다. 그가 일을 하지 않는 주말 동안 유튜브를 보고 나면, 월요일날 웨이터 일을 할 때 바로 부작용이 나타난다. 유튜브 한글 컨텐츠 시청은, 그의 영어 실력에 부정적 영향을 끼친다. 그는 자신의 영어 실력이 퇴화된 것이 당황스러울 정도로 생생히 느껴진다. 고작 주말 하루 이틀 한글로 유튜브를 보았을 뿐인데, 영어로 말할 때 입이 떨어지지 않는다. 그는 놀라우면서도 상당히 당황스럽다. 이후로는 외국인 먹방 유튜버나, 영어 영상을 섞어서 보려 노력한다.
대리만족으로 어느 정도 이겨내긴 했으나, 그래도 그의 먹는 양은 증가한다. 캠리, 도미노 피자, 헝그리 잭스, 푸드코트 Big Meal, 먹방이 복합적으로 작용하면서 그는 점점 살이 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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