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moova를 알게 된 이후, 그는 매일 눈을 반짝이며 Imoova 웹사이트를 들여다본다. 시간을 투자해서 샅샅이 뒤지면, 그리고 약간의 운이 따른다면 자차 없이도 1불 렌트카로 호주 대륙 일주를 할 수 있다. 그는 Imoova 웹사이트를 뒤지면서 눈에 불을 켜고 자신의 상황에 맞는 1불 렌트카를 찾는다. 차종은 다양하지만, 대부분의 차량이 캠핑카다. 그는 캠핑카를 타본 적이 없다. 캠핑카는 그가 꿈꾸는 로드 트립을 더욱 완벽하게 해 줄 화룡점정이다.
그는 멜버른에서 출발해서, 서쪽 에들레이드/퍼스 혹은 북쪽 다윈으로 향하는 차량을 원한다. 아주 없진 않으나, 멜버른은 대도시기 때문에 1불 렌트카가 적은 편이다. 다윈, 퍼스, 앨리스 스프링스 등의 도시는 1불 렌트카가 말 그대로 넘쳐난다. Imoova에 올라온 1불 렌트카의 대부분이 인구가 적은 도시에서 출발하는 차량이다. 그는 어떻게 해서든 서부나 북부의 인구 적은 도시로 갈 수만 있다면, 해당 도시의 넘쳐나는 1불 렌트카로 다른 지역으로 옮기는 것은 문제없을 것이라 생각한다. 그는 서부인 퍼스로 향하는 렌트카가 나왔을 때의 여행 경로, 북부인 다윈으로 향하는 렌트카가 나왔을 때의 여행 경로를 각각 따지면서 구글 맵으로 경로를 설정해본다. 문제는 멜버른에서 어떻게 빠져나가느냐다.
Imoova를 들락거리던 어느 날, 드디어 멜버른에서 출발하는 1불 렌트카가 뜬다. 출발지는 멜버른, 도착지는 퍼스다. 서쪽 방향, 그가 원하는 경로의 차량이다. 허용 일수는 7일이며 추가 일수까지 합해도 거리 대비 그리 여유롭지는 않다. 그래도 그는 이미 브리즈번에서 2,000km를 내려온 경험이 있다. 정 시간이 안되면, 야간 운전을 해서라도 기한에 맞추면 될 터다. 가장 빠른 차량 픽업 날짜는 한 달 뒤다. 그는 한 달 동안 준비해서, 픽업과 동시에 여행을 시작할 심산이다. 다른 누군가가 가로챌지 모르니, 그는 도착지와 날짜만 확인하고 즉시 1불 렌트카를 예약한다. 적혀 있는 번호로 전화를 하니, 쾌활한 목소리가 전화를 받는다. 예약하면서 보증금으로 100불을 입금한다.
그가 예약하자마자, 해당 차량은 Imoova 웹사이트에서 사라진다. 그는 새로운 모험을 상상하며 가슴이 뛴다. 일단 퍼스에 도착하기만 하면, 퍼스에서는 호주 어디로든 이동을 원하는 1불 렌트카가 Imoova에 널렸다. 그가 꿈꾸는 호주 일주가 정말 실현될 것 같다.
그는 페이스북에서, 워홀러들이 로드 트립을 하는 사진을 많이 보았다. 낯선 호주에서 생전 처음 만난 이들끼리 함께 차를 타고 여행을 한다. 그는 사진을 보며, 언젠가는 자신도 처음 보는 이들과 함께 이런 로드 트립을 경험할 수 있지 않을까 기대하곤 했다. 지금 그가 예약한 1불 렌트카는 그의 기대를 반만 이뤄줄 수 있다.
그가 예약한 1불 렌트카는 소형 캠핑카로, 탑승 정원이 2명이다. 그를 제외하면, 1명만 더 탈 수 있다. 멜버른에서 퍼스까지는 3,400km로 그가 달려온 거리의 1.5배가 넘는다. 그는 이미 나홀로 여행의 즐거움과 외로움함을 충분히 느꼈다. 굳이 또 혼자서 퍼스까지 가고 싶지는 않다. 되도록이면 동료(Travelmate)를 구해야겠다는 생각이다.
그는 페이스북에 Travelmate 공고를 올린다. 호주 워킹홀리데이 페이스북 페이지에는 이런 식으로 Travelmate를 구하는 공고가 흔하다. 그는 다른 이들이 올린 공고들을 보고 흉내내서 올린다. 하지만 올리면서도, 예감이 썩 좋지 않다. 남은 자리는 하나 뿐인데, 혼자서 용감하게 그를 따라오는 Travelmate가 있을지 의문이다. 그의 입장에서도, 해당 Travelmate가 어떤 사람일지 알 수 없다. 모르는 사람과 단둘이서 여행하는 것보다는, 총원이 적어도 서넛 이상의 다수였으면 좋겠다. 많으면 많을수록 좋다. 하지만 그가 예약한 1불 렌트카로는 불가능하다.
캠핑카가 더 커서 탑승 정원이 4명 이상이었으면 좋았을 터라며 아쉬움을 느낀다. 그저 새로운 여행을 떠날 생각에 들떠서, 날짜와 경로만 보고 덥석 1불 캠핑카를 예약해버렸는데 하필 2인승이다. 상황이 잘 맞아떨어지는 듯했으나 꽤 중요한 톱니바퀴 하나가 어긋난다.
그렇다 하더라도, 간신히 잡은 1불 렌트카를 놓칠 수는 없다. 취소하고 기다리기엔, 언제 이런 최적의 경로와 날짜의 1불 렌트카가 또 등록될지 기약이 없다. 그는 마음을 굳게 먹는다. 만약 한 달 뒤 캠핑카 픽업 날짜까지도 동료가 나타나지 않는다면, 그는 혼자서라도 1불 캠핑카를 몰고 퍼스로 갈 생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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