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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업 준비

29번째 기업 최종탈락 (주가, 피뽑탈)

 29번째 기업 최종 면접 이후, 일주일의 시간이 흐른다. 여전히 채용 공고를 보고 있긴 하지만, 그의 관심은 온통 29번째 기업에 쏠려 있다. 29번째 기업 경영기획 직무야말로, 그의 천직이자 운명과도 같은 직장인 것 같다. 그는 최종 면접 결과를 목빠지게 기다리고 있다.

 

 

 그가 속해 있는, 29번째 기업 취업준비 단톡방이 시끄러워지기 시작한다. 최종 면접 결과가 발표됐다고 한다. 벌써부터 우루루 퇴장하는 이들이 생겨나고, 합격했다며 기쁨의 환호성을 지르는 몇몇도 보인다. 그는, 세차게 뛰는 심장을 애써 진정시킨다. 서두를수록 일을 그르친다. 차분하게, 별 것 아닌 것처럼, 애초부터 내 것이었던 것을 확인하는 것처럼 아무렇지 않은 듯 행동하리라. 그는 일부러 동작을 느리게 하며, 29번째 기업 홈페이지로 들어간다.

 

 애써 동작을 천천히 하고 있긴 하지만, 결과 발표 화면이 가까워질수록 그의 심장이 날뛴다. 일부러 동작을 느리게 하는 것이, 어찌 보면 심장 박동을 감당하지 못하여 삐걱거리는 로봇 같기도 하다. 그는 최종 면접 결과 발표 탭을 클릭한다.

 

 최종 면접 불합격

 

 

 두둥. 의심의 여지가 없는 붉은 글자, 불합격이다. 그는 29번째 기업 경영기획 직무, 최종 면접에서 불합격했다. 그의 눈동자는, 잠시 동안 가만히 붉은 글자를 응시한다. 약 5초 뒤, 그의 입에서 피식, 웃음이 터져나온다.

 

 그럼 그렇지. 내가 될 리가 있나.

 

 그동안 몇십 번이고 면접에서 탈락한 그다. 면접 탈락이라는 현실을 받아들이는 것은 이제 꽤 익숙해졌다. 그래서 포기하는 것도 빨라졌다. 그토록 애사심을 갖고 면접 준비했던 시간들, 온갖 상상의 나래를 펼치며 29번째 기업과 ㄴ-2그룹의 미래 방향을 제시해보고자 했던 시간들이 한순간에 다 날아가버린다. 1차 면접 때, 면접관이 '만족스럽다'고 말한 것은 거짓이었을까. 최종 면접 탈락만 해도 벌써 몇 번인가. 그는 이제 한숨도 나오지 않는다.

 

 

 썩 내키진 않지만, 그는 복기를 해본다. 무엇이 문제였을까. 주가를 몰라서 떨어진 것일까. 아니, 다른 것이 부족한 것일까. 불합격자에게는 피드백도 없으니 도무지 알 방법이 없다. 그가 29번째 기업 면접 이야기를 하면, 몇몇 지인들은 주가 정도는 알아가야 하는 것 아니냐고 답했다. 그는, 그런 지인들의 답변이 말도 안 된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계속된 면접 탈락으로 인해 그의 내부에 있던 어떤 불씨가 꺼져버린 것 같다. 그는, 자신의 생각을 버린다. 그래, 질문 하나하나가 소중한데, 주가를 모르는 사람을 뽑을 리가 있겠나. 그의 면접 준비 리스트에 하나가 추가된다. 그는 다음번 면접부터, 면접을 보는 회사의 주가와 시가총액도 외워갈 생각이다.

 

 면접 탈락을 너무 많이 한 그는, 풀 죽어 있는 시간도 사치다. 그는 빛을 잃은 눈으로, 무표정하게 채용 공고를 보며 서류를 난사하기 시작한다. 난사하는 와중에, 그가 29번째 기업 신체검사 때 피를 뽑았다는 사실이 떠오른다. 단톡방에서 그렇게 시끄럽게 떠들던 '피뽑탈'이 바로 이거구나. 굳이 별의별 경험을 다 해보는 그다. 가뜩이나 그는, 피검사에서 재검이 나와 피를 한 번 더 뽑았다. 남들보다 두 배의 피를 제공하고 '피뽑탈'을 한 것이다. 

 

 그는 29번째 기업 최종 탈락이, 다른 어느 누구보다도 아쉽고 쓰리다. 그가 남들보다 두 배의 피를 뽑은 것 때문만은 아닐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