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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업 준비

29번째 기업, 37번째 면접 (최종 면접, 주가)

 29번째 기업은, 최종 면접도 비대면으로 진행한다. 1차 면접 때처럼, 그는 ㄴ-2그룹의 자체 화상 회의 프로그램을 실행한다. 그와 함께 면접을 볼 인원들의 모습이, 화상 면접 대기실 화면에 보인다.

 

  인사팀 직원 : 안녕하세요. 다들 참석하셨는지 확인하겠습니다. 면접자 1 씨?

  면접자 1 : 네

  인사팀 직원 : 면접자 2 씨?

  면접자 2 : 네

  인사팀 직원 : 면접자 3 씨?

  면접자 3 : 네

  인사팀 직원 : 면접자 4 씨?

  면접자 4 : 네

  인사팀 직원 : 하얀 얼굴 씨?

  그 : 네!

  인사팀 직원 : 네, 곧 임원 면접 시작할 예정입니다. 잠시 대기해주세요.

 


 

29번째 기업, 경영기획 직무 신입 최종 면접 (화상 면접)

 

면접자 : 총 5명 (남자 3/ 여자 2)

  나이가 약 30대 중반으로 보이는 남자 면접자 1

  20대 초반 앳된 얼굴에, 눈이 동그란 여자 면접자 2

  20대 중반, 얼굴형이 각졌으며 조금 이국적인 외모의 남자 면접자 3

  20대 초중반, 기다란 얼굴형을 가진 여자 면접자 4

  그

 

면접관 : 총 4명, 전부 남자. 좌측부터

  뭉개진 화면 끝자락에 걸친, 반 정도만 보이는 면접관 1

  화면이 뭉개져 제대로 보이지 않는 면접관 2

  안경을 낀 듯하며, 임원 중 가장 높아 보이는 면접관 3

  안경을 낀 듯하고 머리가 하얀 듯 보이는 면접관 4

 

 

 화상회의 화면이 켜지자마자, 그는 면접용 마스크를 뒤집어쓴다. 그런데, 그는 면접관들의 화면을 보는 순간 조금 놀란다. 화상 면접 준비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은 것인지, 화면도 조그맣고 화질이 나쁘다. 분명 면접관들을 한 화면에 잡도록 카메라를 세팅했을 텐데, 거리가 너무 가까워서인지 면접관을 전부 담지 못한다. 가장 좌측의 면접관 1은, 좁은 화면 바깥으로 몸이 반 정도 나가 있다. 

 

 화면의 크기도 크기지만, 화질 문제가 꽤 심각하다. 그가 이전에 봤던 여느 화상 면접보다도, 픽셀이 심하게 깨지는 화면이다. 면접관 하나하나의 이목구비가 제대로 구별되지 않는다. 거의 모자이크 비슷한 수준의 화면이다. 안경을 썼는지도 명확하게 보이지 않는다.

 

 면접자들은 다들 잠시 놀란 기색을 보였지만, 이내 내색하지 않는다. 화면과 화질이 어떻든, 29번째 기업이라는 대기업의 최종 면접이다. 화면 따위야 보이지 않더라도 상관없다. 그런데, 면접관이 입을 여는 순간 그는 다시 한번 더 놀란다. 마이크 여러 개가 공명을 하는 것인지, 아니 마이크 상태가 좋지 않은지, 면접관의 목소리가 울리면서 메아리를 친다. 어느 면접관이 말할 때는 메아리가 심하게 치고, 어느 면접관이 말할 때는 지직거려서 잘 들리질 않는다. 그는 이어폰 볼륨을 최대로 키운다.

 

  면접관 1 : 안안녕녕하하세세요요. 반반갑갑습습니니다다. 

  면접자 일동 : 안녕하십니까!

  면접관 3 : (소리가 작다) 허허, 그래요. 다들 이렇게 뵙게 되어 반갑네요. 자기소개 부탁합니다.

 

  면접자 1 : 안녕하십니까! 29번째 기업에 지원한 면접자 1입니다! 저는 회사에 입사하여 일해본 경험이 있습니다! 현재까지 회사를 다니며... ... (중고 신입으로 보인다)

  면접자 2 : 안녕하세요, 면접자 2입니다. 저는 커뮤니케이션 능력을 갖고 있습니다. OOO에서 주관한 마케팅 경연대회에서... ...

  면접자 3 : 안녕하십니까, 29번째 기업에 지원한 면접자 3입니다. 저는... ...

  면접자 4 : 안녕하세요. 29번째 기업에 지원한 면접자 4입니다. 저는 대학교에서, 공학을 전공하여 공학에 대한 기초를 다졌습니다. 이러한 공학 지식이, 회사 기획 직무에 도움이 될 것이라 생각하게 되었습니다. ...

  그 : 안녕하십니까! 29번째 기업 경영기획 직무에 지원한 하. 얀. 얼. 굴.입니다! 저는 2가지 강점을 통해 저를 간략하게 소개하겠습니다. 첫 번째, 강한 실천력입니다. 저는 호주 워킹... ... 두 번째, 친화력입니다. 저는 취미 생활인 공놀이를 통해... ... 이상 두 가지 강점, 강한 실천력과 친화력을 바탕으로 29번째 기업에 기여하고자 하는 지원자 하. 얀. 얼. 굴.입니다. 감사합니다!

 

 

면접관들은, 공통질문 없이 개별 면접자들에게 물어보고 싶은 것을 질문한다.

 

  면접관 2 : 그래요. 면접자 1 씨, 지금 회사를 다니고 있는 것 같은데. 우리 회사로 옮기려는 이유가 뭡니까?

  면접자 1 : 네. 저는 지금 XXX를 다니고 있습니다. 사실, 얼마 전, 가족께서 돌아가셨습니다. ...

 

 그는 나이도 많고 중고 신입인 면접자 1이, 회사 업무 관련 이야기를 할 줄 알았다. 그런데 면접자 1은 갑자기 가족사 이야기를 하기 시작한다. 임원들의 감정에 호소하려는 것이었을까. 가족과의 이별을 이직 사유와 연결시키려는 것 같다. 하지만 그는 면접자 1의 답변을 들으며, 감정에 대한 호소와 이직 사유가 잘 어우러지지 않았다고 느낀다.

 

 

  면접관 3 : 면접자 2 씨, 경쟁사 관련해서, 우리 회사의 마케팅을 어떻게 수행할 겁니까?

  면접자 2 : 아 네. 저는 경쟁사의 마케팅을 분석해서, 온라인 부문에서 마케팅을 강화하도록 해볼게요. 저는 OOO에서 주관한 마케팅 공모전에서 수상한 경험이 있는데요. 그때의 경험을... ...

 

 그는 면접자 2의 답변에 반박하고 싶다. 현재 인테리어 및 리모델링 시장은 B2C 영업을 확장하는 추세다. 소비자와의 접점을 늘리고 있는 경쟁사들에 대비하기 위해서라면, 온라인도 중요하지만 오프라인이 더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그다. 그는 임원 면접관들이 자신에게도 비슷한 질문을 할 줄 알았다. 하지만 면접은 언제나 그의 예상을 깨버린다.

 

 면접자 3에게는 아무런 질문이 주어지지 않는다. 면접자 2 이후 곧바로 그에게 질문이 날아온다.

 

 

  면접관 4 : 하얀 얼굴 씨, @##$!% 하십니까?

  그 : 아 죄송합니다. 다시 한번 말씀해주시겠습니까?

  면접관 4 : 주.식.투.자 하십니까?

  그 : ?! 아, 주식투자는 하지 않고 있습니다.

  면접관 4 : 주식투자를 하지 않더라도, 면접 준비를 하면서 우리 회사에 대해 알아봤을 텐데요. 우리 회사의 전날 종가가 어떻게 됩니까?

 

 면접관 4의 목소리도 제대로 안 들리는데, 더욱이나 질문은 주가를 물어보고 있다. 그는 속으로 아뿔싸 한다. 그는 회사 연혁을 외우고, 회사의 미래 방향성 등 각종 상상은 준비해왔지만 주가는 모른다. 괜히 거짓말을 하느니, 속 시원하게 인정하기로 하는 그다. 만회할 기회가 올 것이다.

 

  그 : 죄송합니다. 전날 종가는 확인하지 못했습니다.

  면접관 3/4 : 허허, 우리 전날 종가가 #@#$#^@$^&#$^#@ (제대로 들리지 않는다)

 

 

  면접관 2 : 면접자 4 씨, 1차 면접 때 문제풀이에서 꽤 당황했다고요?

  면접자 4 : (당황한 듯 웃으며) 아... 맞습니다. 모르는 개념이 나와서 고생했습니다만, 그래도 검색을 해서 최대한 열심히 풀었습니다.

  면접관 3 : 괜찮아 괜찮아. 그 정도 풀었으면 잘 푼 거지 뭐 허허...#@#$@!%2

 

 그는 면접관들이 면접자 4에게 던진 질문을 들으며 조금 놀란다. 임원들이, 1차 PT 면접 때 어느 지원자가 어떤 반응을 보였고 어떤 답을 냈는지 시시콜콜 아는 경우는 흔치 않을 것이라 생각했기 때문이다. 면접관 3의 괜찮다는 반응도 무언가 미심쩍다. 그는, 무언가 면접이 이상함을 느끼기 시작한다.

 임원 면접관들은, 면접자들에게 물어보고 싶은 것이 별로 없는 듯하다. 약간 침묵으로 붕 뜬, 면접을 마무리할 것 같은 분위기다. 그때,

 

 

  면접관 3 : 그, 잠깐. 여러분한테 공통으로 질문드리고 싶은 게 있어요. 우리 회사 경영기획 직무는, 상당히 힘든 직무예요. 그 점 알고 있나요? 야근도 많이 하고, 12시까지 야근하는 날도 많아요. 경영기획 직무는, 이런 힘든 것을 잘 버티는 사람에게 적합합니다. 어때요? 여러분은 끝까지 버틸 수 있나요? 자신은 끝까지 버틸 수 있다는 사람, 한 번 손들어봐요. (잘 들리지 않아, 면접자들이 모두 귀를 세우고 듣는다)

 

  면접자 일동 : (화면 속에서 모두 손을 들고 있다)

  그 : (자신의 열정을 표출하고자 두 손을 모두 들고 있다. 이 상황에서 손을 들지 않을 사람이 있을까)

  면접관 3 : 허허허, 그래요. 다들 가능하다는 거죠? 그래요. 

 

  면접관 2 : 네, 그럼 이상으로, 면접을 마치겠습니다. 다들 수고했습니다.

  면접자 일동 : 감사합니다!

 


 

 임원들의 화면이 꺼진다. 면접자들은 얼이 빠진 듯한 얼굴들이다. 최종 면접이 시작하고서 끝날 때까지, 시간은 총 17분 걸렸다. 면접자들도 하나둘씩 화면이 꺼지기 시작한다. 그때, 면접자 3이 말한다.

 

  면접자 3 : 어... 끝난 건가요?

 

 아무도 대답을 않자, 면접자 3도 화면을 끄고 나간다. 그는 면접자 3의 반응이 이해가 된다. 면접자 3은, 처음 자기소개 이후로는 면접이 끝날 때까지 발언권을 얻지 못했다. 

 

 

 마지막까지 남아있다가, 그도 화상면접 프로그램을 종료한다. 그토록 긴장하며 준비했던 면접이, 너무나도 허무하게 끝나버렸다. 면접자가 4명인데, 면접 시간은 17분이다. 그렇다면 1인당 평균 발언 시간은 4분 남짓이다. 그중에서도 1분은 자기소개를 했으며, 임원들이 질문하는 시간도 있으니 답변 시간은 더욱 줄어든다. 그의 경우도, 주가를 모른다고 짧게 답변한 이후로 발언권이 주어지지 않았다.

 

 언제나 그렇지만, 임원 면접은 도무지 알 수가 없다. 도대체 이 짧은 시간 동안 무엇을 보고 합격/불합격 여부를 가르는 것일까. 임원들의 질문들을 돌이켜봐도, 깊이 있는 질문은 없다시피 했다. 가뜩이나 그는, 주가를 아느냐는 질문이었다. 다시 발언 기회가 주어질 줄 알고 깔끔하게 답변을 했는데, 그것이 그의 마지막 발언이 되었다.

 

 아무리 생각을 해보아도, 그는 이 임원 면접이 합격 여부를 가르지 않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17분 남짓의 짧은 시간 동안, 제대로 들리지도 않는 마이크와 제대로 보이지도 않는 카메라로 면접이 진행됐다. 이런 면접으로 면접자들의 당락이 결정될 리가 없다. 이미 실무진 1차 면접에서 합격자를 정해놓고, 임원 면접에서는 확인만 받는 것이리라. 그렇다면 납득이 간다.

 

 

 그는 자신이 1차 면접을 잘 봤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임원 면접이 이렇게 허무하게 끝난 것이 오히려 다행스럽다. 임원 면접에서 그가 불합격할 만한 점을 찾지는 못했으리라. 아니, 설마 주가를 모른다고 탈락을 시킬까. 설마 그럴 리는 없을 것이다.

 

 이해되지 않는 점들이 많지만, 면접은 이미 끝났다. 남은 것은 결과를 기다리는 것뿐이다. 그는, 이번 최종 면접은 변별력이 없다고 생각한다. 이미 1차 면접 때 모든 것이 정해졌기를, 1차 면접 때 면접관에게 들었던 '만족스럽다'는 평이 진심이길 바라는 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