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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업 준비/회사

62 - 공놀이 행사 1 (스카우트 제안)

 그가 다니는 회사에는 오랜 전통이 여럿 있는데, 공놀이 행사도 바로 그중 하나다. 회사의 높으신 분이 공놀이를 좋아하여, 전체 회사가 모여서 함께 공놀이를 해온 역사를 지닌 것이다. 전염병으로 인해 역사가 끊기는 것 같았으나, 전염병이 누그러들자 유구한 전통이 기다렸다는 듯 고개를 든 모양이다. 마침 그의 취미도 공놀이다. 그는 이 공놀이 행사가 나름 재밌지 않을까, 이 회사는 사실 그와 천생연분이 아닐까 생각한다.

 

 그는 전염병 전표를 제출하기 위해 재무팀으로 향하던 길이었다. 관리팀들(재무, 인사, 총무, 구매, 기획)은 모두 위층 하나에 몰려있다. 전표를 내고 돌아가려던 찰나, 저쪽 어느 팀에서 그를 부른다.

 

  - 저기, 잠깐 이리로 와볼래?

  - 아, 네!

 

그를 부른 것은 다름 아닌, 관리팀의 팀장이다.

 

  모 관리팀장 : 어 그래, 이름이 뭐지?

  그 : 하얀 얼굴 사원입니다!

  모 관리팀장 : 아 그래 하얀 얼굴 사원. 키가 얼마나 되지?

  그 : XXX 입니다!

  모 관리팀장 : 음, 좋네. 포지션은. 포워드를 하나?

  그 : 포워드도 하고, 동네에서 할 때는 센터를 보기도 했습니다.

  모 관리팀장 : 포워드가 딱 좋을 것 같아. 공놀이를 좀 하나?

  그 : 취미로 하고 있습니다.

  모 관리팀장 : 좋아. 그 혹시 IT에, 키 크고 공놀이 좀 잘하는 친구들 있나?

  그 : 잘 모르겠습니다.

 

  모 관리팀장 : 아니 그 왜, 우리 이제 곧 회사 공놀이 행사가 있잖아. 그때 아마, 높으신 분이 팀을 꾸릴 거란 말야. 저기 저 친구 보이지? 저 친구는 공놀이 잘해. 저런 친구들은 높으신 분 팀으로 갈 거고. 나는 이제 그 반대편이 될 텐데. 그 팀을 지금 꾸리려고 이렇게 스카우트를 하고 있는 거야. 뭔 말인지 알지?

  그 : (??) 네

  모 관리팀장 : 혹시 동기 중에 공놀이 좀 하는 친구 있으면, 나한테 미리 이야기를 해줘. 같이 뛰면 좋으니까. 내가 이렇게 보고 있다가, 키도 크고 운동 잘하게 생긴 사람이 지나가길래 잠깐 부른 거야.

  그 : 아 네, 감사합니다!

  모 관리팀장 : 그래, 잘 부탁해

  그 : 감사합니다!

 

 사업지원팀으로 내려온 그는 어안이 벙벙하다. 그는 일종의 스카우트 제의를 받은 것인가? 하지만 해당 관리팀장은 그와 일면식도 없던 관계다. 도대체 자신의 어떤 점을 보고 이런 제안을 했는지 그는 잘 이해가 가질 않는다. 오랜 회사 생활로 다져진 관리팀의 안목으로, 그의 실력과 잠재력을 꿰뚫어 보고 그런 이야기를 한 것인가? 하지만 그는 단순히 취미로 공놀이를 하는 사람일 뿐이다.

 

 

 얼마 뒤, 인사팀으로부터 '공놀이 행사 안내' 메일이 날아온다. 회사의 높으신 분이 참석하는 행사이기에, 회사는 또다시 떠들썩하다. 저번 '신입사원 환영 식사' 때처럼, 인사팀의 고생이 묻어나는 안내다. 공놀이하는 인원들의 팀이 나눠져 있으며, 체육관 대관에 길 안내까지 적혀 있다. 직원들의 관심은 팀 배정에 쏠린다.

 

  - 누가 높으신 분이랑 같은 팀이야?

  - 야, 여기 에이스들 다 모여있네

  - 얼굴이는 높으신 분이랑 같은 팀 아니네?

  - 같은 팀 안 하는 게 오히려 더 나아

  - 식사는 어디야?

  ...

 

 그에게 스카우트 제의를 했던 관리팀장은, 그와는 다른 팀에 속해 있다. 스카우트 제의에 살짝 들뜨면서도 이리저리 머리를 굴렸던 것은 모두 무의미한 것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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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놀이 행사 안내 (by 인사팀)

  - 일시 : XXXX년 X월 X일 X시

  - 장소 : 모 체육관

  - 선수 명단

     ㄴ1팀 / 2팀 / 3팀 / 4팀

  - 식사 명단

  - 식사 장소 : 모 음식점

  공놀이 참석하는 인원은 복장을 구비하여 참석하기 바라며... ... 샤워실 구비되어 있으니... ... 뒷풀이는... ... 언제든지 문의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