V 차장이 그를 부른다.
V 차장 : 얼굴아
그 : 네!
V 차장 : 바쁘니?
그 : 아닙니다!
V 차장 : 안전팀에서 전화가 왔는데, 성희롱 예방교육 수강했다는 서명을 받아서 제출해 달라고 하네. 여기 IT 직원들 리스트야. 팀별로 정리되어 있어.
그 : 네!
V 차장 : 자리 있는 사람들 찾아가서, 서명해 달라고 하면 돼. 아, 너도 서명하고.
그 : 알겠습니다!
V 차장이 건넨 종이는 약 3장으로, IT 직원들의 이름이 빠짐없이 기록되어 있다. 사업지원팀만 서명이 되어 있는 상태로, 영업팀과 엔지니어들은 서명이 되어있지 않다. 그는 이제부터, 영업과 엔지니어를 찾아다니며 서명을 받을 참이다.
요령이 없는 그. 그는 꾸준하고 성실하게 발로 뛴다. 직원들을 하나하나 찾아가 인사하고, 서명을 받는다. 전염병 전표 치기 업무와 창고 재고 불출 업무에 더해, 이 업무도 사업부 사람들을 두루두루 사귈 수 있는 좋은 기회겠지. 긍정적으로 생각하고자 하는 그다.
그 : 안녕하세요, 하얀 얼굴 사원입니다. 여기 성희롱 예방교육 서명 부탁드립니다.
직원 1 : 아, 고생하십니다
직원 2 : 무슨 교육이라고요?
직원 3 : 성희롱 예방교육? ... 아 네
직원들은 다들, 성희롱 예방교육이라는 이름조차 생소하지만 으레 그래왔다는 듯 서명을 한다. 그가 공통적으로 받았던 인상은, 실제로 성희롱 예방교육을 수료한 직원은 존재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그 본인조차도, 교육 구경도 하지 않고 서명만 했다. 그는 이런 경험을 군대에서 해본 적이 있다. 나라에서 정해놓은 방침으로 인해, 그 방침을 이행했다는 자료를 만들기 위한 서명 작업. 지금 그가 진행하는 업무가 딱 그런 식이었다.
그가 어렴풋이 업무의 본질을 파악할 무렵, 영업팀 D 대리를 만난다. D 대리는 성격이 쾌활하여, 신입사원인 그를 편하게 해주던 이다. 그는 D 대리에게도 서명을 요청한다.
그 : 대리님 안녕하세요. 성희롱 예방교육 서명 부탁드립니다.
D 대리 : 어 얼굴아. 무슨 교육이라고?
그 : 성희롱 예방교육입니다.
D 대리 : 이런 교육을 했어? 난 들은 적이 없는 것 같은데. 뭐야 다들 서명을 했네.
그 : 아 그게...
D 대리 : ...
그 : ...
D 대리 : 아... 아아아아아 성희롱 예방교육!
그 : (??)
D 대리 : 나 그때 이거 들었잖아 그치?
그 : (...?!) 맞습니다
D 대리 : 맞아 그때 너도 같이 있었잖아 성희롱 예방교육. 맞지?
그 : 맞습니다
D 대리 : 어디 싸인하면 돼?
그 : 여기 대리님 성함 옆에다가 해주시면 됩니다
D 대리 : 고마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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