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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업 준비/회사

19 - 인사총무 먼저 주겠다 그가 IT 동기들과의 교육에서 분리되어 슬금슬금 눈치를 볼 즈음, S 팀장은 그에게 팀원들의 R&R을 파악하라고 지시한다. 언제나 느끼는 부분이지만, 한국은 이상하리만치 영어에 집착하는 경향이 있다. 그리고 이런 영어 집착은, 회사 생활에서 특히 심한 듯하다. 찾아보니 R&R은 Role & Responsibility. 그러니까 누가 어떤 일을 하고 어디까지 책임을 지는지 알아보라는 것이다. 그는 아직 어색한 엑셀이라는 툴을 열어, 칸칸이 나뉜 도화지에 선을 하나씩 그리듯 한다. 이런 식으로 하면 되겠지. 팀장에게서 대강의 청사진은 받았다. 사업지원팀의 업무는 대부분 위의 관리팀과 연계된 업무들이 많다. 어떤 관리팀의 무슨 업무를, 사업지원팀에서는 현재 누가 담당하고 있는지 보게 하라는 것. 팀 상사들이 .. 더보기
18 - 정글 RI, 튜닝 (U 과장 어록) 말이 없는 편이어서인지 바로 옆자리에 앉아서인지, 그는 초창기 U 과장의 발언을 많이 기억하고 있다. 그중 대표적인 것을 두 가지 고르자면, 정글과 튜닝(디자인) 관련 발언이다. 1) 정글 RI S 팀장의 지시로 모르는 용어를 제출하던 와중, 'RI'라는 용어 관련 일화다. 그가 RI를 모르는 용어로 제출하자, 팀장은 U 과장에게 물어보라고 했다. 그 : 과장님 U 과장 : 왜 그 : RI에 대해 알려주실 수 있으십니까 U 과장 : (의자를 돌리더니 아예 그를 향해 앉고, A4 뭉치에 만년필로 글씨를 쓰며 설명한다) RI가 뭐야. 그 : 팀장님이랑 과장님들 말씀하실 때 RI를 어떻게 해야한다고 말씀하시는 걸 들어서요. 혹시, 잘은 모르지만 '리인벤트'가 RI가 아닐까 싶습니다. U 과장 : 리인벤트..... 더보기
17 - 내용증명 2 (U 과장) 그는 이후에도 U 과장과 여러 차례 내용증명을 송부하러 우체국으로 향했다. 그가 파악한 U 과장은, 말을 걸기가 상당히 힘든 타입이다. 아침에 출근해서 저녁에 퇴근할 때까지, U 과장이 입을 여는 순간은 그리 많지 않다. 점심시간에 밥을 먹으면서 이런저런 이야기를 할 법도 한데, U 과장은 핸드폰만 보며 말이 없다. 분위기가 날카롭지는 않았으나, 혼자만의 기운을 방해하면 안 될 것 같다는 느낌이 강하게 풍기는 이가 바로 U 과장이다. 그런 U 과장이 유일하게 이야기를 할 때가 몇몇 있었으니, 바로 그에게 인수인계를 할 때다. 같이 일을 해야하고, 그러려면 일을 가르쳐야 하니, 좋든 싫든 그와 이야기를 해야 하는 것이다. 평소에는 말을 걸기 껄끄럽지만, 막상 대화를 할 때마다 그는 U 과장이 상당히 세심하.. 더보기
16 - 내용증명 1 유튜브로 엑셀 강의를 보던 어느 날, 사업지원팀이 시끌시끌하다. 마냥 무시할 수 없어 그도 이어폰을 빼고 들어보니, 어느 고객사가 정해진 수금일자를 몇 번이나 어겼다는 내용이다. 고객사의 사명에는 하얗다는 의미가 담겨 있다. 돈을 내지 않는다니 이름과 정반대로 까만 녀석들이라고 생각하는 그다. S 팀장 : 하얀 녀석들 수금 됐어? T 과장 : 아직 안 됐습니다. S 팀장 : 원래 상환일자가 언제야? T 과장 : 원래는 2달 전에 줬어야 했는데, 상환기일 미뤄달라고 해놓고 이번에 또 안 넣어줬어요. S 팀장 : 담당 영업 누구야? T 과장 : ㅁ 대리입니다. S 팀장 : ㅁ아! ㅁ 대리 : (저 멀리서) 네! ㅁ 대리가 저 멀리서 달려온다. 하얀 고객사의 영업 담당자인가 보다. S 팀장 : ㅁ아. 얘네 하.. 더보기
15 - 회계 계정과목, 전표 (효율적으로 일합시다) IT 동기들이 무슨무슨 '실습' 교육으로 넘어간다는 이야기가 들릴 즈음, 그는 자신이 이제 교육에서 슬금슬금 빠질 것이리란 것을 눈치챈다. 상관없다. 그는 원래 이론보다는 실용적인 것을 동경하는 편이다. 계속해서 교육만 듣고 이론만 파는 것보다는, 일단 투입되어 부딪히며 배우는 것이 훨씬 낫다고 생각하는 그다. 때마침 T 과장이 그에게, 새로운 자료를 하나 보내준다. 당장 무엇을 하라는 것은 아니다. 실무에 많이 쓰이는 용어와 개념이니, 미리미리 숙지해두라는 것이다. 파일은 두 개로, '회계 교육(계정과목 설명)'과 '전표 작성 교육'이다. 회계, 약 10년 전 전공기초 때 들은 이후로는 기억에 없는 과목이다. 애써 부정해왔지만, 그는 사실 회계를 기피해왔던 것인지도 모르겠다. 그렇게 피하고자 애썼는데,.. 더보기
14 - IT 동기 (두 번째 괴리감) 교육 이외에도, 그는 IT 동기들과 이야기를 할 때 괴리를 느끼곤 했다. 물론 이 같은 괴리감은, 동기들과 친해질수록 옅어졌다. 서로의 인간적인 면모를 보면서 조금씩 적응을 했기 때문이리라. 하지만 그에게는 입사 초기 IT 동기들과 나눴던 이야기와 그 인상이 강하게 남아 있다. 서로를 잘 알지 못하는 때에는 이야기할 것이 많지 않으므로, 대화 주제가 일이나 그동안 공부해 온 전공에 한정되기 마련이다. 하지만 그는 나름 잡지식이 많으며, 문과와 이과를 나누지 않고 친하게 지내왔다고 자부하는 편이다. 그랬던 그조차도, IT 동기들에게서는 심각할 정도의 괴리감을 느꼈다. 객관적인 감상이랄 수는 없지만, 그가 느낀 바는 그랬다. 1) 구직 경험 그 : 혹시, 여기가 처음 회사세요? 동기 1 : 아뇨, 전 이직했.. 더보기
13 - 신입사원 IT 교육 (첫 번째 괴리감) 오전에는 신문 기사를 올리고, 오후에는 S 팀장이 지목한 인원들에게 찾아가 모르는 용어를 묻고 다닌다. 하지만 이런 업무들은 그의 하루 중 극히 소수에 해당하는 시간이었다. 이외 대다수의 시간은 신입사원 교육, 이른바 IT 교육을 듣는 데에 할당되었다. 그의 동기들은 모두 'IT 기술팀'이었다. 그는 동기들과 함께 교육을 들었으며 교육의 비중은 오프라인 30%/온라인 70% 였다. 즉, 교육 중 대부분의 시간이 이전에 녹화해 둔 '동영상 교육 자료'다. 그는 출근하면 하루 종일 교육 영상을 틀어놓고 들여다본다. 오프라인 교육 영상들의 시간을 모두 합치면 대략 30시간 정도 될 것이다. 그의 입장에서는 편하면서도 불안한 것이, 이러한 신입사원 교육에 대한 피드백이 전혀 없다는 점이다. 가뜩이나 그는 기술팀.. 더보기
12 - 팀장 지시 2 (모르는 용어) 신문 기사 공유 외에도, S 팀장은 그에게 한 가지 지시를 더 내린다. 이른바 '모르는 용어' 지시다. S 팀장 : 얼굴아, 이리 와봐 그 : 네! S 팀장 : 너가 이제 아침마다 기사도 올리고, 일도 배우고 있잖아. 그 : (일을 배우고 있진 않다) 네 S 팀장 : 기사도 그렇고, 일을 할 때마다, 너가 모르는 용어들이 나올 거란 말야. 나도 원래는 위층 관리 부서에 있다가 사업부 내려왔거든. 처음 왔을 때 뭐가 뭔지 하나도 몰랐어 그 : 네 S 팀장 : 그럴 때마다 나는 그냥 무작정 찾아가서 물어봤어. 영업이든 기술이든 찾아가서, 이게 뭔지, 이게 무슨 말인지. 점심도 같이 먹고, 점심 먹고 나면 커피도 한잔 같이 마시고. 또 저녁에는 같이 술 한잔 하면서. 클라우드팀? 클라우드가 뭔지, 너네는 도대..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