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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상

12 - 호주 초밥, 손님들 그가 처음 얻은, 스시 샵에서의 주방 보조 일이 그리 쉽지만은 않았다. 대부분 한가했지만, 점심 시간이 되면 손님들이 몰려드는 때가 있었고, 초밥이 부족하면 채워넣어야 했으며 설거지는 절대로 남아 있어선 안됬다. 하지만 그는 이 모든 것이 즐거웠다. 먼 타국에서 자신의 힘으로 일을 찾고, 자신의 노동으로 돈을 벌기 시작했다. 그가 생각하는 진정한 현지 동화, 워킹홀리데이의 첫 단추가 제대로 끼워졌다고 생각하니 뿌듯했다. 최저시급보다 덜 받는 것도 개의치 않았다. 당시의 그는 꽤나 순수했다. 첫 술에 배부를 리는 없다며, 그래도 그가 하는 일에서 초밥을 말고 칼을 쓰는 것이 무언가 요리를 배우는 것 같다고 생각하며 만족했다. 그가 만들던 초밥은 엄밀히 말하자면 일식 초밥과는 다른, 호주인에게 맞게 개량된 .. 더보기
11 - Kitchenhand Tom은 캐주얼과 파트타임이 섞인 듯한 제안을 한다. 무슨무슨 요일에는 고정으로 나오고, 가끔 바쁠 때는 그를 부를 수도 있다는 것이다. 그는 흔쾌히 OK라 한다. 100장이 넘게 이력서를 돌린 상점들은 그를 거들떠 보지도 않는데, 일을 시켜주는 Tom이 너무도 고마웠다. 천사와 같이 보였다. Tom은 그에게 여러 서류를 주며 작성해달라고 한다. 그와의 계약을 호주 정부에 알리려나 보다. 하지만 그는 Tom에게 TFN을 알려 주는 것이 조금 켕긴다. TFN은 주민등록번호 같은 건데, 혹시 Tom이 그의 TFN을 악용하는 것은 아닐까? (당시는 이런 식의 TFN 악용은 거의 근절되었을 때다) 그는 방어적이다. 하지만 Tom은 그럴 사람이 아니다. 다만 Tom은 계산기를 두드려본 뒤, 텍스잡으로 고용을 하는.. 더보기
10 - Trial 그는 오전에는 도서관 공용 컴퓨터로 이력서를 날리고, 오후에는 시내를 돌아다니며 상점에 들어가 이력서를 건넸다. 점심 시간은 피했다. 바쁜 점심 시간에 이력서를 주려고 하면, 눈치 없는 사람이라 생각될 수 있다는 글을 본 기억이 있어서다. 새로 뽑은 40장의 이력서도 모두 소진되어 20장을 추가로 뽑는다. 별 감흥은 없다. 그는 하던 대로 이력서를 계속 뿌린다. 새로 뽑은 20장의 이력서 중 절반 정도가 없어질 때 즈음, 그의 전화가 울렸다. 전화기 속 목소리는 전혀 새로운 목소리다. 목소리는 자신이 Tom이라고 소개했다. Tom은 사람을 구하고 있다며, 이력서를 보고 연락했다고 한다. 이 말을 들은 그는 날아갈 듯이 기뻤지만 일단은 Tom의 말을 듣는 게 먼저다. Tom은 그에게 아직 구직 중이냐고 묻.. 더보기
9 - 일자리 호주의 일자리는 여러 기준에 따라 나눌 수 있다. 1) 세금을 떼는가 - Tax-Job (텍스잡) : 호주 5번 글에서 언급했던 정식 계약 형태다. 고용주는 고용인을 호주 정부에 신고하여, 세금을 납부하고 고용인은 개인 연금을 받는다. - Cash-Job (캐쉬잡) : 정부에 신고하는 절차를 무시하고, 고용주와 고용인이 자의적으로 계약한 형태다. 고용주 입장에서는 번거로운 서류 절차를 건너뛸 수 있으니 좋고, 고용인도 즉시 일할 수 있으니 좋다. 시급은 최저 시급에서 세금이 빠진만큼의 금액을 받는다. 당연하게도, 정부에 신고되지 않은 상태이니 향후 문제가 발생하더라도 호주 정부의 도움을 받을 수 없다. 텍스잡과 캐쉬잡 모두 장단점이 있다. 1년이라는 짧은 기간과, 이동 및 변수가 많은 워홀러들은 간편한 .. 더보기
8 - 이력서 온라인 판매 그는 이력서를 온, 오프라인에 모두 뿌렸다. 상점을 돌아다니면서 이력서를 건네는 것에 많은 시간을 할애했지만, 솔직히 더 쉽고 편한 방법은 온라인 상으로 지원하는 일이었다. 그가 이용한 웹사이트는 다양하다. 대표적으로는 검트리, 씩닷컴, 링크드인, 썬브리즈번이 있다. 1) 검트리는 호주에서 가장 활성화된 사이트로, 구인구직 뿐만이 아니라 다양한 중고 거래 및 숙소 공고도 올라오는 종합 웹사이트다. 그가 이용하는 웹사이트 중 일자리를 얻을 확률이 가장 높은 사이트다. 2) 씩닷컴과 링크드인은 구인구직 위주의 웹사이트인데, 문제는 호주에서 아무런 경험이 없는 그에게는 불리하다는 점이었다. 일자리를 경험한 후에 이직할 때에는 도움이 되겠으나, 처음 일자리를 구하는 그에게 알맞은 사이트는 아니었다. 그래도 그는.. 더보기
7 - 이력서 방문 판매 브리즈번의 햇빛은 따사롭고 외국인들은 풀밭에 누워서 피부를 빨갛게 익히고 있었다. 그는 이력서 뭉치를 들고 거리로 나갔다. 호주는 커피가 유명하다. 그래서 카페와 음식점이 굉장히 많다. 그가 돌아다니면서 이력서를 직접 건네줄 수 있는 일자리는, 이러한 카페나 음식점이 대부분이었다. 그가 유튜브에서 몇 번이고 본 장면이었지만, 직접 그 상황에 처하게 되니 차원이 달랐다. 유리창 너머로 조심스레 살펴 본 상점의 모습은, 그의 존재에 신경조차 쓰지 않았다. 상점은 활발하고 에너지가 넘쳤다. 그는 상반된 두 가지 감정을 동시에 느꼈다. 1) 이렇게 활발한 곳에서 나도 저들과 어울려 일하고 싶다. 나도 완벽하게 동화되서 저런 넘치는 에너지를 풍기며 현지인처럼 되고 싶다. 2) 고작 나같은 사람을 이 상점에서 뽑아.. 더보기
6 - 구직 준비 그는 백패커스에서 다른 이들과 이야기하면서 혹시 그들이 일을 하고 있느냐고 항상 물었다. 아쉽게도 대부분의 청년들이 그와 비슷하게 워킹홀리데이를 막 시작한 이들이었고, 일자리에 대한 정보를 갖고 있지 않았다. 그리고 유럽 청년들은 일자리에 그리 집착하지 않는 듯 보였다. 일자리에 거의 절박하다시피 매달리는 그와는 달랐다. 그와 유럽 청년들은 워킹홀리데이에서 비중을 어디에 두느냐가 달랐다. 그는 '워킹' 이 전제가 되어야 한다고 생각했고, 유럽 청년들은 새로운 경험이나 여행 위주의 '홀리데이' 를 더 중시했다. 각자의 나이 및 상황이 달랐으므로 지향하는 점도 달랐던 것이다. 결국 유럽 청년들은 일 찾는 것을 포기하고 4000불 상당의 차량을 구매해서 여행을 떠난다. 그는 떠나는 유럽 청년들과 정든 작별 인.. 더보기
5 - 사람 구실 준비 호주에서 워홀러로써 생활을 하려면, 몇몇 행정 절차를 거쳐야 한다. 그저 워킹 비자만 받은 채로 호주에 도착해도, 일을 하거나 급여를 지급받을 수 없다. 호주에서 이른바 사람 구실을 하기 위해서는 필요한 서류들이 있다. 이는 1) TFN (Tax File Number) 발급 2) 은행 계좌 개설 3) 국제 운전면허증, RSA, White card 등 1 - TFN은 세금 관련하여 개인에게 부여하는 넘버인데, 주민등록번호가 없는 워홀러와 같은 이들에게 텍스 파일 넘버는 그야말로 주민등록번호와 같다. TFN은 신청 - 검토 - 발급의 과정을 거치는데, 검토에 1주일 정도의 시간이 걸리고 발급은 우편으로 한다. 다시말해, 호주에 도착해서 우편으로 수령해야 한다. 그도 호주에 도착해 숙소를 정한 이후에 TFN을..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