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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상

4 - Backpackers 그가 머물던 백패커스는 3층 건물에, 1층은 필로티 형식으로 떠 있고 건물도 중정 형식으로 가운데를 뚫어 놓은 구조였다. 뚫려 있는 1층 중앙 공간에는 큰 테이블 여러 개와 수영장이 있었다. 그야말로 층간, 투숙객간 소통을 위해서는 최고의 공간 구조였다. 그가 이를 알고 예약한 것은 물론 아니지만, 결과적으로는 탁월한 선택이었다. 이 백패커스의 하루 숙박비는 대략 17불, 주말에는 더 비싸다. 그는 호주 워킹홀리데이를 계획하며 몇 가지 목표를 정했는데, 그 중 하나는 너무나도 당연한 영어였다. 그는 1년 동안 호주에서 살고 돌아온 후, 그가 영어 한 마디 하지 못한다면 그건 실패한 워킹홀리데이일 것이라 생각했다. 그는 영어 숙달이라는 명확한 목표를 세웠다. 그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그는 말을 많이 했다.. 더보기
3 - 브리즈번 도착 가장 싼 비행기를 타고, 그는 브리즈번에 도착했다. 호주는 그가 살던 한국과 시차는 1시간, 날씨는 정반대이다. 그가 도착했을 때 호주는 더운 여름이었다. 비행기에서 내려 수하물을 찾자마자, 그는 핸드폰 개통을 위해 핸드폰 상점을 찾았다. 네이버와 유튜브에서 몇 십번이고 봤었지만 실제로 그 상황에 놓인 느낌은 완전히 달랐다. 이리저리 살펴보던 그는 마침내 핸드폰 유심을 파는 상점을 찾았다. 당시 호주나 유럽 등의 나라는, 한국에 비해 핸드폰 구매 및 개통이 간편했다. 한국은 핸드폰 기기가 우수한 대신 비싸고, 통신사를 통한 개통이 번거로운 편이다. 이에 비해 호주는 일반 상점에서도 기기와 유심을 판다. 한 장소에서 기기와 유심을 사서 직원의 간단한 안내 설명만 듣고 바로 개통할 수 있다. 호주도 한국의 .. 더보기
2 - 준비 건강검진 이후의 비자 발급은 일사천리로 진행됬다. 하지만 이는 당연한 것이다. 호주의 워킹홀리데이 비자는 몸 건강한 20대에게는 거저나 다름없는 것이었다. 그는 호주 워킹홀리데이에 대해 철저히 조사하고 준비하고자 했다. 그는 실패 사례들을 모조리 독파했다. 왜 그런 방법을 선택했는지는 확실치 않다. 이전에는 그가 딱히 이런 방법을 쓰지는 않았다. 하지만 이번에는 달랐다. 다른 사람들은 제대로 인생의 단계를 밟아 나아가고 있는 데 대한 열등감인지, 그는 이번 워킹홀리데이에서조차 무언가 얻지 못한다면 정말 낭떠러지라고 생각했다. 절대로 실패해서는 안 된다고 생각했으므로, 실패 사례를 낱낱이 읽으며 실패를 방지하고자 했다. 그는 호주 워킹홀리데이를 검색하면 나오는 커뮤니티와 블로그, 웹사이트를 들락거리고, 유.. 더보기
1 - 워킹홀리데이 결정 그는 불만이 많았다. 대학교 수업도, 교우 관계도, 뉴스에서 보이는 세상도, 앞으로의 미래 전망도 모든 게 다 불만이었다. 하지만 무언가 깊게 파 본 적은 없다. 그저 가만히 앉은 채, 불만만 많은 학생이었다. 그런 그는 언제부턴가 세계일주에 대한 꿈을 꾸고 있었다. 한 번쯤은 세계로 나가 지구를 한 바퀴 돌아보고 싶다는 생각, 단지 투어로 끝나는 여행이 아니라 실제로 현지에 녹아드는 '진정한 여행'으로 가득한 세계일주를 하겠다는 생각이었다. 그런 그에게 종종 들려오는 호주 워킹홀리데이 이야기는 그가 생각한 '진정한 여행'과 가장 가까운 듯 들렸다. 계기는 사소하고 갑작스러웠고 성급했다. 한 친구가 같이 학교에서 진행하는 교환학생에 지원하자고 했다. 그는 알겠다고 하고 교환학생도 나쁘지 않다고 생각했다... 더보기
외팔이 노숙자 그가 중학교에 들어갈 무렵, 선행학습 열풍이 거셌다. 초등학생들도 반에서 난다 긴다 하는 아이들은 학원에서 중학교 과정을 먼저 배우고 있었다. 그는 초등학교 시절 한 무리의 아이들이 (a+b)의 제곱이 무엇이냐고 칠판에 써놓았던 것을 기억한다. 그는 무심하게 (a+b)의 제곱은 a의 제곱 + b의 제곱이 아니냐고 답했다. 그러자 그 무리는 낄낄 웃더니 그게 아니라고 했다. (a+b)(a+b)를 풀어서 써놓고 각각 곱해야하기 때문에 ab가 2개가 생겨 답은 'a의 제곱 + 2ab + b의 제곱' 이라는 것이다. 아~ 그렇구나. 아무렇지 않은 척 했지만 그는 놀랐고, 그 친구가 대단해 보였다. 문제를 낸 무리는 당연히 우월감에 취해 있었던 것 같다. 얼마 지나지 않아 중학교 입학을 앞두고, 그 또한 당시 유.. 더보기
배탈 난 돼지 그가 다니던 유치원은 요일마다 정해진 시간표가 있었다. 월요일에는 이걸 하고, 화요일에는 저걸 하고, 수요일에는 또 뭘 하는 식이다. 무슨 요일이었는지 정확히는 기억나지 않는다. 그 날은 유치원에서 가장 무서운 선생의 연극 수업을 하는 날이었다. 동물 그림을 코팅해서 나무 젓가락에 붙여 놓고, 그 동물들이 나오는 이야기로 연극을 했다. 작은 상자 같은 것을 무대로, 나무 젓가락 인형을 잡고 손만 내밀어 흔들며 목소리를 흉내내는 연극이었다. 햇빛이 따뜻하게 비췄던 것으로 기억한다. 반 아이들 모두가 무조건 한 번씩은 역할을 맡아 연극을 해야 했다. 유치원생을 위한 동물 이야기 5개 정도였고, 그는 무난했던 이야기의 무난한 강아지1 같은 역할을 맡아 끝냈다. 어차피 해야 했는데 먼저 끝내버리니 속이 후련했다.. 더보기
실내 클라이밍 새로운 운동을 시도하려고 찾다가, 실내 클라이밍을 했다. 전부터 암벽 등반 영상이나 일본 만화 '고고한 사람' 등을 보며 조그마한 관심은 있었지만, 실제로 시도해 본 것은 처음이었다. 네이버에서 예약을 하고 시간에 맞춰 클라이밍장으로 갔다. 처음 하는 사람은 기초부터 배워야 하기 때문에 1일 체험권을 구매해야 한다. 여러 클라이밍장을 비교해보니 하루 체험권 가격은 2만원 ~ 3만원 선이었다. 운동 복장과 양말(등반화를 신어야 하므로), 샤워 시 필요한 수건을 챙겨가야 한다. 도착해서 옷을 갈아입고 등반화를 신었다. 볼링장에서 신발을 처음 신었을 때와 기분은 비슷하지만, 신발은 볼링화와 많이 다르다. 클라이밍 특성상, 발에 타이트하게 맞는 신발을 착용한다. 관장에게 클라이밍 입문 강좌를 들었다. 1) 개구..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