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루 16시간 노동하는 생활이 계속되자, 마침내 그는 공장에서 졸기 시작한다. 이는 위험천만한 일이다. 그의 주변에 위험한 기계가 없고 운이 따랐기에 망정이지, 너무나도 위험하다. 공장에서 오래 일한 워커와 관리자급 직원들 중에는, 손가락 마지막 마디가 없는 경우가 심심치 않게 보인다. 그의 체력과 인내심이 한계에 다다르고 있다.
그의 정신과 신체가 무너지기 전에 그만두어야 한다. 돈을 벌기로 작정한 시점부터 이미, 언젠가는 그만둘 것이라는 것을 직감하고 있었다. 이대로 계속 지낼 수는 없다. 언제 그만두는지가 관건일 뿐이다. 그는 더 버틸까, 그만둘까 고민한다.
목표액은 이미 달성했지만 그는 멈추지 않았다. 돈은 사람을 홀린다. 목표액 1만 불을 달성했지만, 더 많은 금액을 벌고 싶다. 2만 불을 벌어볼까, 3만 불을 벌어볼까. 조금만 더 버티면 될 것 같다. 그렇게 그는 억지로 버텨왔다.
적절한 타이밍에 적절한 상황이 생긴다. 그에게 청소일을 주던 한인 매니저가, 해당 무도회장을 다른 사람에게 넘긴 것이다. 깐깐한 무도회장 직원의 항의 전화는, 평범한 청소일을 더욱 힘들게 만들었다. 매니저는 그에게, 이 무도회장은 가성비가 너무 안 좋은 Site여서 다른 이에게 넘긴다고 말한다. 그가 원한다면 새로운 매니저를 알선해줄 것이며, 새로운 매니저로서는 당연히 기존 워커인 그를 반길 것이라고 한다. 그는 청소일을 계속할 생각이 없다.
심적인 부분도 크다. 그는 이미 공장과 숙소에서 갈등을 많이 겪었다. 한인 쉐어하우스에서 쫓겨나다시피 나와서 옮겨 다니는 것도 지긋지긋하다. 특히 노티스 없이 나와 차에서 자면서, 광활한 밤하늘을 보면서, 이미 그는 브리즈번을 떠날 마음의 준비를 하고 있었다.
그는 청소 Site가 넘어가는 시점을 끝으로, 돈에 목숨 걸었던 생활을 청산한다. 쳇바퀴처럼 돌던 주 1500불 투잡 생활이 막을 내린다. 애초에 계획했던 2달을 다 채우지 못하고 끝났다. 2만 불 저축에 약간의 미련이 남긴 하지만, 기존 목표였던 1만 불은 달성했다. 육가공 공장일과 청소일을 같은 날 그만둔다.
그는 목표를 달성했다는 성취감, 힘든 생활로부터의 해방감, 새롭게 펼쳐질 워킹 생활에의 설렘을 동시에 느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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