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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상/호주

120 - Meal 마감 세일

호주 쇼핑센터의 푸드 코트에는 다양한 음식들이 있다. 호주식인 피시 앤 칩스, 멕시칸 음식 프랜차이즈, KFC, Macca's, 헝그리 잭스, 일본식 스시, 팟타이와 볶음밥 같은 동남아 음식 등이다. 이 중에서도, 동남아 음식을 판매하는 음식점이 여러 군데 있다. 가격도 다른 음식들에 비해 싸다. 패스트푸드 프랜차이즈는 원체 비싸고, 일식과 스시는 포지셔닝을 영리하게 해서 그런지 아예 비싼 음식으로 이미지를 굳혔다. 그에게 남은 선택지는 동남아 음식이다.


 동남아 음식점을 운영하는 이들은 대부분 동양인인데, 태국 등 동남아인 주인들이 절반이고 중국인 주인들이 나머지 절반이다. 이들은 한국의 반찬 가게처럼, 유리 진열장 아래에 여러 음식들을 전시해두고 판다. 전시된 음식의 종류는 주로 카레, 볶음밥, 각종 치킨(강정), 각종 고기 볶음이다. 거의 10종류 가까이 될 정도로 선택지가 많다. 그가 기억하는 음식의 이름만 나열하자면 블라 Curry / Chicken Curry / Black Mogolian Beef / Sweet&Spicy Chicken / Vegetable Chicken / Vegetable Fried Rice... 등이다.


 그는 매일같이 쇼핑센터를 쏘다녔으므로, 거의 모든 푸드코트의 음식들을 맛본다. 마침내 그는 입맛에 맞는 동남아 요리 음식점을 찾는다. 이곳은 중국인으로 보이는 동양인이 운영하고, 위와 같은 메뉴들을 판매한다. 포장하면 플라스틱 용기에 담아서 주는데, 가격은 Big Size Meal이 10불이다. 그가 가장 좋아하는 메뉴는 Chicken Curry와 Vegetable Chicken이다. 어떻게 요리를 했는지, 카레는 향과 맛이 아주 진하고, 닭고기는 야들야들하다. 야채와 함께 볶은 닭고기도 채수와 조화롭게 어우러져 달착지근하면서 맛있다. 이 상점은 플라스틱 용기의 절반은 쌀밥을 퍼서 담고, 나머지 절반은 손님이 주문한 메뉴를 넣어 판다.


 하지만 10불이면 꽤 비싼 편이다. 그는 매번 Big Meal 하나만 포장해서 먹는다. 먹을 때마다 약간 모자란 느낌이 들지만, 한 끼에 20불을 지출하는 것은 예산 초과다. 그렇게 불만족스러운 식사를 하던 그는 어느 날, 조쉬와 일이 늦게 끝나 8시가 넘어 쇼핑센터를 방문한다. 쇼핑센터는 문을 닫을 준비를 하고 있다. 푸드코트도 하나씩 불을 끄고 마감 준비 중이다. 그는 부리나케 달려서, 푸드코트로 향한다. 치킨 커리나 베지터블 치킨 중 하나를 먹을 생각이다. 그런데 그의 눈에, 이전에는 보지 못했던 팻말이 보인다. 마감 세일이다. 마감이 다 되자, 푸드 코트들은 남은 음식을 떨이로 반값에 팔고 있던 것이다.


 이를 보자마자, 그는 너무나도 행복하다. 10불짜리 Big Meal을, 5불에 살 수 있다. 물론 인기가 많은 메뉴들은 이미 다 팔려서 반찬통이 텅텅 비어 있다. 그는 남은 반찬 중 2개를 고른다. 플라스틱 팩 2개를 손에 쥐었는데도 가격은 10불이다. 그는 푸드코트 한가운데 앉아서, 2개의 플라스틱 용기에 담긴 반찬을 맛있게 먹기 시작한다. 한 개로 부족했던 포만감이 비로소 채워진다. 그의 위장은 Big Meal 2개를 먹을 때까지는 한계 효용에 도달하지 않는다. 그의 행복감이 양에 정비례하여 2배가 된다.


 그는 이날 이후, 쇼핑센터를 돌아다니다가 마감이 다 되어서야 푸드 코트로 향한다. 그는 절반값이 된 음식을 두배로 산다. 내는 비용은 같지만, 음식은 두 배의 양이다. 그는 자신이 이득을 본다는 생각과, 맛있는 음식을 보며 행복하다. 그는 점점 얼굴이 두꺼워져서, 아예 그가 이용하는 음식점 앞에서 30분 이상 앉아서 마감 세일 팻말이 올라오길 기다린다. 매일같이 와서 음식을 사 갔으니, 해당 음식점을 운영하는 주인 부부는 그를 기억하고도 남았을 터다. 자주 이용하긴 했지만, 이 주인 부부는 말이 적다. 영어를 그리 잘하는 편은 아닌 듯하다. 그도 음식 주문 외에 쓸데없는 이야기는 별로 하지 않는다.


 그는 매일같이 이 음식점 앞에 앉아서 15~30분을 기다리고 있자니, 이기적인 생각이 떠오른다. 어차피 조금 있다가 마감 세일할 음식이면, 그냥 지금 자신에게만 할인된 가격에 팔아주면 안 되나 하는 생각이다. 혹시나 하는 기대로 음식점 주인 부부의 표정을 살피지만, 주인 부부는 표정 변화가 없다. 오히려 그에게 지금 제 값 주고 사가라고 재촉하는 것 같다는 착각까지 든다. 그는 표정 변화가 없는 주인 부부를 보며, 야속하다고 생각한다.


 그는 멜버른에서 지내는 동안, 거의 매일같이 이 음식점에서 저녁을 해결한다. 어차피 서로 안면이 텄을 테니, 자신에게만 반값에 팔면 안 되겠느냐고 물어보고 싶은 마음이 굴뚝같지만 꾹 참는다. 행동에 옮기지 않은 것이 천만다행이다. 그는 속으로는 혼자만의 불만을 품고 있지만, 항상 마감 세일 팻말이 올라오길 기다렸다가 음식을 산다. 마감 세일 팻말이 올라오길 기다리며 음식점 앞에 앉아 있는 그, 이런 그를 알고 있는 음식점 주인이 음식 진열대를 사이에 두고 대치한다. 마감 세일 팻말이 올라오기 무섭게 다가와 반값에 음식을 사가는 그를 보며, 음식점 주인 부부가 속으로 어떤 생각을 했을지는 알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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