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4 - 낌새

 문제는 고용주인 메인 쉐프에게서 터진다. 그는 첫날 설거지를 한 후, 고용주인 메인 쉐프에게 돈을 언제 줄 수 있느냐고 묻는다. 메인 쉐프는 그의 질문에는 대답하지 않고, 다음주 주말에 하루 더 근무할 수 있느냐고 묻는다. 그는 주말에 하는 것이 없었으므로, 하루 더 근무하기로 한다. 그는 그렇게 이틀 동안 Dish Washer 일을 한다. 하루에 6시간에서 8시간 정도 설거지를 했으니, 총 근무 시간은 12시간에서 16시간 정도다. 두 번째 근무가 그의 Dish Washer 마지막 근무가 된다.

 둘째 날 그가 설거지 일을 끝내고 식기세척기와 주변을 닦으며 마감을 끝내고 나왔을 때, 메인 쉐프는 이미 퇴근하고 없다. 그는 돈에 대해 얘기하려고 했는데 나중에 전화해야겠다고 생각했다. 바로 그때, 코피가 흐르기 시작한다. 꽤나 많이 흐른다. 건설현장과 Dish Washer 근무를 병행하면서 무리를 한 듯하다. 그가 코피를 닦고 있는데, 메인 쉐프의 부인으로 보이는 경영 담당자가 이를 보더니 당장 밖으로 나가라고 한다. 그의 코피가 카페 내부 어디에도 묻으면 안 된다는 것이다. 무슨 일인지, 괜찮은지 등의 말은 한마디도 없이 떠밀기부터 하는 이 여자가 표독스럽게 보인다. 그는 이때부터 눈치를 챘어야 했다.

 

  두 번째 근무가 끝난 뒤, 카페는 그에게 연락하지 않는다. 그는 Dish Washer일이 별로 마음에 들지 않았으므로, 후련한 마음이 더 크다. 중동 쉐프, 동남아 쉐프와 친해졌던 것이 아쉽긴 하지만 그뿐이다. 그런데, 고용주인 메인 쉐프는 도무지 연락을 하지 않는다. 그는 기다리고 기다리다가, 전화를 한다.

 메인 쉐프는 전화를 잘 받지 않는다. 전화를 할 때마다 그가 누구인지 설명해서 메인 쉐프의 기억을 되살려야 한다. 간신히 기억이 살아난 메인 쉐프에게 돈에 대해 물으면, 메인 쉐프는 얼버무리다가 기다리라고 한다. 처음 두 번은 알겠다고 하며 넘어갔다. 하지만 그렇게 2주가 지난다. 그는 돈을 언제 받는 것인지, 얼마를 받는 것인지조차 모르고 있다. 며칠 후, 그는 다시 전화를 걸어 돈을 언제 얼마나 받는 것인지 물어본다. 그런데, 고용주가 하는 소리가 가관이다.

 이런 식으로 자꾸 전화하면서 방해하지 말아라. 나는 바쁜 사람이다. 알아서 때가 되면 돈을 줄 테니 전화하지 말고 기다려라.

 그는 어처구니가 없다. 메인 쉐프는 멋대로 전화를 끊어버린다. 그는 어이가 없어서 다시 전화를 건다. 메인 쉐프는 차단했는지 어쨌는지, 그의 전화를 받지 않는다. 이때부터 그의 전화 테러가 시작된다.

 그는 메인 쉐프는 물론, 구글맵에 찍힌 카페 번호로도 계속 전화한다. 그가 카페에 계속 전화하니, 한 웨이트리스가 받는다. 그가 일하면서 보았던 웨이트리스다. 그는 상황 설명을 하면서, 웨이트리스에게 돈을 언제 받느냐고 묻는다. 웨이트리스는 자신도 돈을 받지 못했다며, 원래는 2주 뒤에 돈을 지급받는다고 한다. 웨이트리스의 말을 들으며 어이가 없지만, 웨이트리스를 붙잡고 이야기해봤자 해결되는 건 없다. 그때, 웨이트리스가 누군가에게 전화를 바꾼다. 표독한 여사장, 메인 쉐프의 부인이다. 여사장은 그에게 거의 소리 지르듯, 한 번만 더 카페에 전화를 걸어서 방해하면 경찰에 신고할 것이라고 말한다. 그도 화가 치밀어 올라, 돈을 내놓으라고 말한다. 돈에 대한 답변은 없이, 여사장은 본인 할 말만 하면서 그를 위협한다. 서로 상대방의 말을 듣지 않고, 악의에 찬 말과 욕이 난무하다가 전화가 끊어진다.

 

  설거지를 하면서 그가 벌어들인 이틀 치 돈은 솔직히 얼마 되지 않는 돈이다. 하지만 그는 본인이 스트레스 받아가면서 일을 했고, 게다가 주말이었으며, 6시간 넘게 주방 구석 식기세척기에서 카페의 뒤치다꺼리를 했다. 돈의 액수가 많든 적든, 일한 대가는 받아야겠다. 어차피 외곽에 살고 있는 워홀러인 그에게 남는 것이 시간이다. 그는 시간이 날 때마다, 엿 되보라는 식으로 메인 쉐프에게 계속 전화를 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