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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상/호주

128 - Waitor 면접

 그는 조쉬와 일을 하면서, 구직 활동을 병행한다. 건설현장 일은 꽤 마음에 들었으므로, 건설현장 일을 주업으로 삼고 부업 하나를 알아보는 중이다. 그가 무심코 이력서를 보낸 장소 중 한 곳에서 연락이 온다.

 

 곧바로 면접을 보러 오라고 한다. 일단 알겠다고 말한 두 전화를 끊는다. 그런데 위치를 확인해보니, 거리가 꽤 있다. Frankston이라는 곳으로, 그의 숙소에서는 차로 30분 거리이며 멜버른 도심에서는 거의 50분 거리다. Frankston은 멜버른이라고 부를 수 없다. 멜버른 근처의 위성 도시라고 보는 편이 더 적절하다. 그는 일자리가 그리 절박하지 않기 때문에, 그냥 면접을 포기할까 고민한다.

 

 하지만 면접 포기는 왠지 내키지가 않는다. 잘 모르는 상태에서 엉겁결에 대답하긴 했으나 어쨌든 그는 전화통화에서 면접에 참석하겠다고 약속했다. 면접을 보지 않으려면, 다시 전화해서 취소하거나 그냥 잠수를 타야 한다. 잠수는 그가 가장 싫어하는 유형이므로 아예 고려하지 않는다. 다시 전화해서 말을 번복하려니, 괜히 아쉬운 소리를 해야 해서 불편하다. 할 것도 없고 시간은 남아도니, 그냥 경험 삼아 면접을 보러 가기로 결정한다. 그는 이때까지도 자신이 면접 보러 가는 곳이 정확히 어떤 장소인지, 무슨 일을 하는 것인지도 확인하지 않는다. 그냥 일반 식당에서 조리 혹은 설거지 혹은 서빙하는 것이려니 생각한다. 

 

 그는 캠리를 몰고 면접 장소로 향한다. Frankston은 멜버른보다 남쪽에 위치한다. 멜버른을 기준으로, 그의 숙소인 나레 워른(Narre Warren)은 동남쪽, 프랭스턴(Frankston)은 아예 남쪽이다. 따라서 그는 숙소에서 서남쪽으로 차를 몬다. 그의 숙소는 원체 외곽 지역이므로 건물이 그리 많지 않다. 프랭스턴으로 가는 길은 시야를 막는 건물이 없어 시원시원하다. 도로가 뻥뻥 뚫려 있고, 교통량이 적다. 프랭스턴에 가까워질수록 교통량이 많아지고 건물들이 많아진다.

 

 

 그가 면접 장소에 도착해서 안으로 들어가니, 고용주가 그를 반긴다. 고용주는 중년의 백인 여성으로, 키가 크고 날씬하며 목이 길다. 이집트 미인의 기준에 부합하는 긴 목을 가졌다. 고용주는 그에게 안쪽 소파에 앉아 잠시 기다리라고 한다. 그는 소파에 앉아 기다린다. 소파는 검은색이다. 이 식당은 일반적인 식당이 아닌 듯하다. 일반적인 식당에는 이런 소파가 거의 없다.(나중에 알고 보니 이 소파는 손님들이 기다리는 동안 앉아있도록 하는 용도였다.) 잠시 뒤 고용주가 돌아오더니, 앉아서 면접을 시작한다. 면접이 진행될수록, 분위기가 너무나도 편안하고 면접관의 반응이 매우 좋다.

 

 면접관은 그에게 비자 상태, 식당에서 일해본 경력 등을 묻는다. 그는 자신의 비자 상태와, 브리즈번에서 키친핸드 4개를 동시에 한 적이 있다고 답한다. 그는 일자리가 그다지 절박하지 않았기 때문에, 이전의 면접들과는 다르게 약간 건조하고 자신만만한 듯한 태도로 답을 한다. 이 점이 오히려 고용주에게는 좋은 인상을 준 듯하다. 고용주는 특히 그가 주말 시장에서 브런치를 만들어 팔았다는 점에서 크게 감탄한다. 이 고용주는 리액션이 상당히 좋다. 그와 면접하는 내내, 웃음이 떠나질 않는다. 면접관이라기보다, 새로운 사람을 만나 신나게 대화하는 것을 즐기는 사람이라고 표현하는 것이 더 적절하다.

 

 

 면접관은 면접 자리에서 바로, 그에게 일자리를 제안한다. 그는 오히려 당황스럽다. 솔직히 면접 보러 오기 귀찮았고, 떨어질 작정으로 본 면접이다. 멜버른에서도 멀고, 그의 집에서도 차로 30분 거리다. 그는 식당 일자리는 되도록이면 숙소 근처, 걸어서 출퇴근할 수 있는 곳을 원한다. 하지만 면접 분위기, 무엇보다 면접관의 인상이 너무 좋다. 그는 조금씩 일자리에 관심이 생긴다.

 

 그가 일에 대해 설명을 해달라고 하니, 고용주는 별 것 아니라며 쉬운 웨이터 일이라고 한다. '웨이터' 라는 말에 그의 귀가 번쩍 뜨인다. 그는 주방 보조나 설거지, 간단한 서빙을 예상하고 있었다. 웨이터라면 말쑥하게 차려입고 깔끔하게 일하는 것 아닌가. 물론 손기술을 선호하는 그의 성향상, 칼질을 하고 요리를 하는 주방 보조가 더 좋다. 하지만 이곳은 호주다. 호주에서 웨이터로 일하는 것은, 영어를 향상시키기에 좋은 기회다. 그는 드디어 정식 웨이터로 일할 기회를 얻었다고 생각한다. 그동안은 육체노동으로 기술을 연마했다면, 웨이터는 더 심화된 영어와 서비스 마인드를 익힐 수 있다. 지금까지 해온 주방 보조와 여타 일들이 모두 이 순간 웨이터 면접을 위한 초석이었던 것처럼 느껴진다. 그는 기쁜 마음으로 웨이터 일자리를 수락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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