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는 일을 하면서 조금씩 자신이 일하는 곳이 어딘지 깨닫는다. 그가 웨이터로 일할 새로운 직장은, Teppanyaki Restaurant이다. Teppanyaki, 누군가는 [테판야키]라고 발음하기도 하고 누군가는 [테파니야키]라고 발음하기도 한다. 그는 일을 시작한 지 한참 후에야, 테판야키가 철판요리를 뜻하는 일본말이라는 것을 깨닫는다. 일본말이므로, 본토식으로 [테판야키]가 맞는 발음이다.
그는 철판요리 전문점을 방문해본 적이 거의 없어서, 새로운 직장에서 벌어지는 일들이 신기하다. 식당 내부는 넓지만, 테이블은 5개가 전부다. 대신 5개의 테이블이 상당히 크다. 3면에 9명이 앉을 수 있도록 세팅한다. 테이블 중앙에는 철판이 있는데, 요리사가 테이블당 한 명씩 배정되어 식사가 진행되는 동안 계속 요리와 쇼를 선보인다. 9명이 앉을 수 있는 테이블이 5개밖에 없으니, 손님들은 초면이더라도 합석해야 한다. 자리 배치는 고용주가 전담한다. 이 테판야키 레스토랑은 예약제 손님이 90%가 넘는다. 정해진 시간에 미리 예약을 받고, 고용주가 어느 손님이 어느 테이블에 앉을지 정해놓는다.
그가 일하는 테판야키 레스토랑은, 고급 음식점이다. 예약제인 점, 저녁에만 운영하는 점, 요리사가 테이블에 한 명씩 계속 붙어서 직접 요리를 하는 점, 웨이터가 테이블에 계속 붙어있는 점에서 그렇다. 손님들은 전화로 예약을 하고, 시간에 맞춰 레스토랑 앞에서 모인다. 웨이터들은 번갈아가면서, 레스토랑 입구에서 계속 서 있는다. 손님들은 들어오면서 예약자 이름을 말한다. 명단에서 이름을 확인되면, 레스토랑 안으로 안내한다. 이미 배정된 테이블에 예약된 인원수만큼 세팅이 되어있다. 원칙적으로, 손님은 다른 자리로 옮길 수 없다. 아주 가끔 시간과 자리가 운 좋게 남을 경우에는 고용주의 허락 하에 가능하다.
고급 음식점이라는 것은, 메뉴와 가격 측면에서도 알 수 있다. 이곳의 메뉴판은 간단하다. 단품 요리가 아니라 코스 요리 형식이기 때문이다. 돼지고기 코스 / 소고기 코스 / 해산물 코스 / 프리미엄 코스 이런 식이다. 메뉴 이름은 '블라블라 Banquet'이다. 그가 검색해보니 Banquet은 '연회, 만찬'이라는 뜻이다. Banquet에는 기본적으로 전채요리(시큼한 야채무침과 된장국), 감자볶음, 숙주볶음, 계란후라이, 밥이 포함된다. 이 구성에 메인이 어떤 고기냐, 어떤 해산물이냐에 따라 가격이 달라진다. 고급 소고기인 Wagyu beef banquet, 바닷가재가 포함된 Seafood Banquet은 가격이 비싸다. 가장 비싼 메뉴는 메인으로 돼지고기 / 소고기 / 해산물을 모두 제공하는 Banquet이다. 그의 기억이 명료하지 않으나, 가장 비싼 Banquet이 인당 75불 이상이었던 것으로 기억한다.
손님들은 대부분 예약제이고, 메뉴도 그리 어렵지 않다. 예약 현황을 통해 어느 정도 파악이 가능하기 때문에, 웨이터 일은 상당히 쉬운 편에 속한다. 하지만 그를 애먹이는 요소가 하나 있었는데, 바로 술이다. 이 레스토랑은 철판요리 Banquet도 수입원이긴 하나, 주요 수입원은 술이다. 테이블에 앉아 요리사들이 철판에서 벌이는 현란한 묘기와 쇼를 보면서, 손님들은 서서히 술을 주문하기 시작한다. 그도 술을 싫어하진 않으나, 그가 아는 술은 참이슬 Fresh와 카스 정도다.
난이도 초급 주문은, 맥주나 탄산음료다. 그도 이 정도는 가능하다. 많이 나가는 맥주는 코로나, 기린, 아사히, 하이네켄 위주다. 그는 이곳이 이름처럼 일식 철판요리 전문점이니, 맥주도 일본 맥주가 많이 나가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코로나 맥주의 경우, 특이하게도 레몬이나 라임과 함께 나간다. 그는 처음에 한 손님의 'Corona with lemon / Corona with Lime' 이라는 말을 알아듣지 못해 곤란을 겪었다. 외국인들은 코로나 맥주병에 라임 조각이나 레몬 조각을 넣어, 레몬즙(또는 라임즙)과 맥주를 함께 즐긴다. 이는 코로나 맥주사의 광고와 마케팅에서 유래된 것이라고 한다. 카스와 하이트만 마셔본 그에게는 신기한 광경이다. 탄산은 콜라가 압도적이다. 탄산음료는 주로 술을 먹지 못하는 미성년자들을 위해 부모들이 주문하곤 한다.
맥주와 탄산음료 주문은 어느 정도 대응이 가능하다. 문제는 와인을 주문하는 경우다. 손님들이 주문하는 술은 대부분 와인이다. 그는 와인에 대해서는 그야말로 백치에 가깝다. 메뉴판 뒤편에 여러 와인이 적혀있는 주류 페이지가 있긴 하나, 그는 끝내 이 페이지를 숙달하지 못한다. 무슨무슨 소비뇽, 까르네 등 종류가 너무 많다. 와인은 색깔도 빨강이 있고 하양이 있다. 손님들은 와인의 이름만 말하기 때문에, 그는 해당 와인이 무슨 색깔인지부터 알아채야 한다. 나중에는 그도 요령이 생긴다. 손님이 와인을 주문할라치면, 아예 손님 눈앞에 메뉴판을 펼쳐놓고 손가락으로 짚으면서 이 와인이 맞느냐고 묻는다. 그가 추구하던 전문적인 웨이터가 아닌 초보처럼 보이지만, 잘못된 술을 가져다주는 참사가 일어나는 것보다는 훨씬 낫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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