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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상/호주

130 - 복장, 외모

 그는 자신이 이렇게 쉽게 웨이터가 된 것이 의아하다. 하지만 가게의 테마와 컨셉, 그리고 다른 웨이터와 웨이트리스들을 보면서 점점 이해가 된다. 이 레스토랑은 일식 철판요리를 컨셉으로 잡았기 때문에, 고용주를 제외한 모든 직원들이 동양인이다. 동양인이긴 하나, 아이러니하게도 일본인은 한 명도 없다. 국적을 살펴보자면

 

 웨이터, 웨이트리스 - 캄보디아, 필리핀, 중국, 한국

 셰프 - 인도네시아

 

 이런 구성이다. 서빙 인원은 웨이트리스(여성)가 많다. 총 7명 중 5명이 웨이트리스, 그를 포함한 2명만이 웨이터다. 동양인들이긴 하나, 워킹 비자를 가진 직원은 그밖에 없다. 그를 제외한 웨이트리스들과 웨이터는 최소 학생 비자이거나 영주권 이상의 비자를 소유한 이들이다. 웨이트리스들은 모두 영어가 모국어처럼 유창하다. 딱 한 명, 중국 국적의 웨이터만이 영어가 살짝 서투르다. 중국 국적 웨이터는 학생 비자로, 학교를 다니고 있다고 한다.

 

 웨이트리스들은 절반이 캄보디아계, 절반이 필리핀계다. 캄보디아계 웨이트리스들은 영어를 원어민 수준으로 하며, 필리핀계 웨이트리스들은 필리핀 억양이 살짝 묻어나는 영어를 구사하나 의사소통에 전혀 지장이 없다. 

 

 그는 이 테판야키 상점이, 동양인만을 채용한다는 점을 눈치챈다. 결국, 다른 것보다는 그가 동양인이라는 점이 웨이터 채용에 유리하게 작용한 것이다. 그는 이 점이 썩 기분이 좋진 않으나, 굳이 문제 삼지는 않는다. 일은 일일 뿐, 웨이터라는 직업을 해보는 경험과 일에 대한 돈만 받아가면 된다고 생각한다. 같이 일하는 이들과 고용주도 꽤 마음에 든다.

 

 

 나름 고급 레스토랑인 셈이니, 직원들에게 복장 규정이 있다. 웨이터는 검정 바지와 상의, 검정 신발을 신고 빨간 앞치마를 착용한다. 앞치마와 검정 상의는 레스토랑에서 제공하기 때문에, 그는 검은 바지와 신발만 가져가면 된다. 그는 자신이 꾸밀 때 입으려고 가져온 유일한 검은 바지 하나와, K-MART에서 원래는 작업화로 구매했던 닥터 마틴 워커 같은 검은 작업화를 신는다. 조명이 그리 밝지 않아, 작업화라는 것이 티가 나지 않는다. 

 

 웨이트리스는 복장이 조금 더 엄격하다. 그가 일했던 초창기에는, 웨이트리스들이 아예 기모노 같은 유니폼을 입었다. 실제 기모노처럼 입고 벗기 힘들지는 않다. 모양만 기모노처럼 생겼을 뿐, 등 부분에 지퍼가 있어서 인형 옷 입듯이 감싼 뒤에 지퍼만 잠그면 되는 옷이다. 썩 편해 보이지는 않는다. 그는 이 기모노 유니폼을 보며, 설정이 과도한 것이 아닌가 생각한다.

 웨이트리스들이 건의한 것인지는 모르겠지만, 기모노 의상을 입는 날이 점점 줄어든다. 나중에는 웨이트리스들도 웨이터와 같은, 검정 상의/바지/신발에 빨간 앞치마를 두른다. 훨씬 깔끔하고 일하기에도 편해 보인다. 다만, 웨이트리스들이 입는 검정 상의는 널널하지 않고 몸에 달라붙는 경향이 더 짙다.

 

 

 웨이터들은 외모 측면에서 그리 화려하지 않다. 그도 그렇고, 중국 국적의 웨이터도 그렇고 그리 깔끔한 인상은 아니다. 화장은 당연히 하지 않고, 헤어스타일도 썩 세련되지 않다. 중국 국적 웨이터는 머리를 거의 밀었으며, 그는 이발비를 아끼겠다고 혼자 머리를 깎아서 쥐가 파먹은 듯한 머리다. 조명이 어두워서 그런지, 다행히도 고용주는 웨이터들의 외모에 관한 지적을 한 적이 없다.

 

 고용주가 웨이트리스들의 외모에 대해서도 대놓고 지적한 적은 없다. 하지만 웨이트리스들은 하나같이 화장을 하고, 옷은 꽤 타이트하게 입는다. 고용주의 압박이었는지, 웨이트리스들이 자발적으로 행한 직업적 전문성의 하나였는지는 알 수 없다. 웨이트리스들은 대부분 20대 초중반의 여성들인데, 딱 한 명의 웨이트리스가 30대 후반에서 40대 초반이다. 

 

 나이가 많은 웨이트리스는 이 레스토랑에서 오래 일한 듯 보인다. 출근 첫날, 그에게 일을 알려준 사람도 나이가 많은 웨이트리스였다. 하지만 나이가 많은 웨이트리스는 서빙에 그리 많이 나서지 않는다. 예약이 많아 바쁠 경우 나이가 많은 웨이트리스도 서빙에 나서지만, 그렇지 않을 때는 대부분 주방 뒤편이나 설거지를 담당한다. 다른 웨이터와 웨이트리스들도 설거지를 할 때가 있긴 하나, 나이가 많은 웨이트리스가 설거지를 하는 빈도가 더 잦다. 해당 웨이트리스가 오랜 경험 끝에 사람을 상대하는 것보다 설거지를 더 선호한 것인지, 어린 웨이트리스들을 더 전면에 내세우려는 레스토랑의 전략이었는지는 확실치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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