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를 포함한 웨이터와 웨이트리스들이 하는 일은 정해져 있다. 보통 6시 즈음에 출근해서 일을 시작한다.
1. 일하는 복장으로 갈아입은 뒤, 주방에서 접시들을 날라서 채워놓는다.
2. 테이블에 접시와 식기, 냅킨을 세팅한다. 손님들이 식사하는 접시는 가장 큰 접시를 사용하며, 식기는 접시 오른쪽에 위치한다. 먼저 붉은 냅킨을 깔고 그 위에 식기를 놓는다. 접시 위쪽에는 간장 및 소스를 담을 종지를 올려놓는다. 접시와 식기 사이의 거리를 일정하게 맞추고, 통일성 있게 세팅해야 한다.
3. 주방 뒤편에서, 전채요리와 소스 등을 미리 담아서 냉장고에 넣어둔다. 전채요리는 새콤한 야채무침, 보라색 단무지다. 소스는 된장 소스와 참깨 소스로 보인다. 추가로 요구할 때마다 꺼내서 손님에게 제공한다.
4-1. 세팅을 마치면, 2명의 인원이 예약 손님 명단을 들고 입구에 서 있는다. 손님이 들어올 때마다 이름을 묻고 문을 열어준다.
4-2. 입구에 가지 않은 인원들은 여기저기 청소를 하고, 손님을 기다린다.
5. 손님이 오면 자리로 안내한다. 주문을 받고 나면 식사가 시작된다.
6. 식사가 진행되는 동안 웨이터와 웨이트리스들은 테이블당 한두 명씩 배정되어, 술이나 기타 주문과 손님들이 흘리는 음식을 치운다. 셰프들이 현란한 쇼를 벌이면서 날려버리는 음식물도 치우고, 셰프들에게 필요한 식재료들을 가져다준다.
7. 식사가 모두 끝나고 나면 저녁 9시~11시 즈음이 된다. 서빙 인원 중 남는 인원이 미리 들어가서 식기세척기를 돌리며 설거지를 한다. 나머지 서빙 인원들은 접시를 나르고, 테이블을 닦고 유리문을 닦는 등 마감 청소를 한다. 원래 철판은 셰프들이 닦지만, 마감 때는 셰프들도 조리 도구들을 세척하느라 바쁘기 때문에 철판도 닦아야 한다. 철판은 웨이트리스보다는 주로 웨이터들이 닦는다.
글로 쓰니 길게 늘어지긴 했지만, 어려운 일이 아니다. 그가 웨이터 일을 하면서, 대부분의 시간은 식사하는 손님들의 뒤에 서 있으면서 자리를 지키고 술이나 기타 추가 주문을 받는다. 그가 보았을 때, 솔직히 웨이터와 웨이트리스가 항상 뒤에 서 있을 필요는 없다. 전채요리나 밥 등을 전달할 때, 셰프들이 마지막 쇼를 하면서 음식물을 흩날릴 때, 술 주문을 할 때 빼고는 굳이 서 있을 필요가 없다.
하지만 웨이터와 웨이트리스라는 직업은 서비스직이다. 식사하는 손님들의 뒤에 서 있으면서, 그들의 자존감과 만족감을 높여주는 것이다. 손님들이 '대접받고 있다'고 생각하게 만드는 것, 그것이 웨이터와 웨이트리스 직업의 가장 중요한 부분인 듯하다. 다리가 살짝 땡기긴 하나, 건설현장이나 주방 보조 일에 비한다면 웨이터 일의 육체적 강도는 상당히 낮은 편이다. 심심하기까지 하다. 철판요리 전문점이 생소한 그는, 웨이터 일을 하면서 새로운 광경을 많이 목격한다. 뒤에 서 있으면서 좋은 구경, 일종의 간접경험을 하는 셈이라고 생각한다.
그는 출근 시각 40분쯤 전에 숙소에서 나와, 캠리를 몰고 테판야키 레스토랑으로 향한다. 차로 30분에서 40분 정도 운전하면 되므로 시간이 꼭 맞다. 도착하면 레스토랑 뒤쪽 철문을 열고 안으로 들어가서, 직원 휴게실 같은 조그만 공간에서 유니폼으로 갈아입는다. 레스토랑에서 제공해주는 검은색 상의와 빨간 앞치마는 매일매일 세탁해서 가지런히 놓여 있다. 그가 유니폼을 갈아입고 나오면, 셰프들은 이미 주방에서 재료 손질 등을 하느라 바쁘다. 그는 접시를 옮기면서, 셰프들에게 도울 것이 없느냐고 묻는다. 셰프들은 조리 도구를 세척해 달라거나, 이 접시들을 날라달라고 이야기한다. 셰프들을 도우면서, 테이블 세팅을 하고 청소를 하다 보면 어느새 손님들이 올 시간이 된다.
그는 가끔은 입구에 나가 서 있기도 하고, 가끔은 바로 손님을 맞이하여 주문을 받기도 한다. 누가 무슨 일을 할지는 랜덤인 편이나, 웨이터와 웨이트리스들은 각각 더 선호하는 일이 있는 것으로 보인다. 그는 그냥 다른 이들이 하라고 하는 일을 한다.
그는 이 철판요리 레스토랑에서 갈등을 겪은 일이 거의 없다. 고급 레스토랑이라는 타이틀이 있어서인지, 직원들 개개인의 학력이 높아서인지 다들 차분하고 화를 내지 않는다. 웨이터와 웨이트리스들은 전부 대학교를 다니는 학생들이고, 셰프들도 친절하다. 무엇보다, 레스토랑이 그리 바쁘지 않다. 테이블은 5개밖에 되지 않고, 만석이라고 해봐야 45명이 전부다. 저녁에만 장사를 하고, 일이 그리 힘들거나 하지 않으니 직원들도 서로에게 빨리빨리 움직이라고 소리 지르거나 지시할 일이 별로 없다. 브리즈번에서 미친 듯이 바빴던 주말 시장과 비스트로, 멜버른에서는 Bang Bang을 외치며 빠르게 움직이는 조쉬를 겪은 그다. 그는 이 철판요리 레스토랑에서의 웨이터 일이 편안하고 쉽게 느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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