면접 당일, 그는 30번째 기업 건물에 도착한다. 어쨌든 대기업 이름을 함께 쓰고 있어서인지, 30번째 기업은 높다란 빌딩 고층에 자리잡고 있다. 엘리베이터를 타고 올라가니, 인사팀 직원으로 보이는 직원이 다가와 그를 안내한다. 나이가 약 40대, 피부는 검은 톤인 직원이다.
인사팀 직원 : 안녕하세요, 면접 보러 오셨죠?
그 : 안녕하세요, 네 맞습니다.
인사팀 직원 : 이쪽으로 오세요.
안으로 들어가니, 휴게실인 듯한 넓은 공간이 나온다. 앉을 수 있는 자리가 꽤 여러 형태로 있다. 무릎 높이에 등받이가 없는 푹신한 의자, 높이가 높아 앉으면 발이 대롱대롱 떠버리기 때문에 의자 중간에 발받침이 있는 의자, 넓은 창가 쪽에 나무로 만든 둥근 의자가 있다. 중앙에는 상판이 대리석으로 보이는 테이블이 자리잡고 있다.
그가 도착했을 당시, 휴게실에는 대기자가 한 명 있다. 이후 기다리는 동안, 대기자가 2명 정도 더 도착한다. 대기자들은 여기저기 흩어져서 앉는다. 그는 통유리로 된 창가 쪽 자리에 앉는다. 시야를 가리는 것이 없어, 도로의 차들과 돌아다니는 사람들이 조그맣게 잘 보인다. 햇볕도 따스하게 비추고, 창을 통해 보이는 전경도 괜찮다. 29번째 기업 채용 전형에 더 집중해서인지, 또 30번째 기업에는 그다지 절박하지 않아서인지, 그는 면접 대기 시간 동안 창밖을 바라보며 햇빛을 쬘 만큼 여유가 있다.
약 30분 뒤, 인사팀 직원이 그를 부른다. 그는 인사팀 직원의 뒤를 따라간다. 인사팀 직원은 그에게 포인터를 주며, 이 포인터를 사용해서 발표를 하라고 한다.
30번째 기업, 인사 직무 신입 면접 (대면, 본인 역량 및 성공경험 PT 면접)
면접자 : 그 혼자
면접관 : 총 4명, 전부 남자
맨 우측, 밝은 피부톤, 안경을 끼고 눈이 작은 40대 면접관 1
우측 두 번째, 회색 머리빛, 안경을 끼고 인상이 좋은 40대 면접관 2
좌측 두 번째, 체구가 둥근 편이며 말이 없는 40대 면접관 3
맨 좌측, 어두운 피부, 마른 체구에 안경을 낀 40대 면접관 4
면접이 이뤄지는 방은 조그마한 편이었으며, 면접관들이 테이블 한 편에, 그가 맞은편에 앉는다. 방이 크지 않아 그와 면접관들의 거리는 꽤 가깝다. 면접실 정면 벽에는 그가 만든 PPT 화면이 이미 띄워져 있다. 면접관들은 좌측으로 고개를 돌려야 화면이 보이고, 그는 우측으로 고개를 돌려야 한다.
그 : (입장하며) 안녕하십니까!
면접관 일동 : 네, 안녕하세요. 바로, PT 면접 시작할까요?
그 : 네, 일어서서 할까요?
면접관 2 : 앉아서 하셔도 되고, 편하신대로 하세요.
그 : 알겠습니다.
그는 그냥 일어선 상태로 발표를 진행한다. 넓지 않은 면접실 가로폭을 테이블이 대부분 차지하고 있어, 그는 벽면에 붙어서 발표한다.
그 : 네 안녕하십니까, 30번째 기업 인사 직무에 지원한 하.얀.얼.굴. 입니다. 역량과 성공사례를 중심으로 한 강점 발표 시작하겠습니다.
2pgae - 순서입니다. 강점을 먼저 말씀드리고, 구체적인 사례로 워킹홀리데이 그리고 독서 경험을 말씀드리겠습니다. 마지막으로 종합하며 발표를 마치겠습니다.
3page - 저의 강점입니다. 열정, 실행력, 분석력 3가지를 보실 수 있습니다. 저의 경우, 이 세 가지 강점이 모두 연결이 되어 있습니다. 관심 있는 분야에 열정을 가지고, 그 열정을 바탕으로 행동으로 옮기며 실행합니다. 행동이 완료된 이후에는, 행동의 결과를 정리하고 분석하며 의미를 도출합니다. 제 강점인 열정, 실행력, 분석력은 이렇게 순차적으로 진행되며 서로 시너지 효과를 가진다고 말씀드리겠습니다.
4page - 각 강점에 대응하는 사례입니다. 워킹홀리데이 경험 같은 경우는, 세계를 경험해보기 위해 열정과 실행력을 발휘한 사례입니다. 독서의 경우도 마찬가지입니다. 인간과 세상에 대해 알기 위해 열정과 실행력을 발휘한 사례입니다. 마지막으로, 워킹홀리데이와 독서를 단순히 열정과 실천에서 끝내지 않고 정리 및 분석을 한 경험이 있습니다. 이 분석 경험이, 실행력과 분석력에 해당하는 사례라고 말씀드리겠습니다.
5page - 첫 번째 사례, 워킹홀리데이입니다. 저는 워킹홀리데이를 가기 전, 그리고 가서 생활을 하면서 3가지 목표를 설정했습니다. 영어 / 경험 및 여행 / 돈입니다. 영어의 경우, 호주에서 1년을 지냈는데 대화가 불가하다면 그건 실패한 워킹홀리데이일 것이라 생각했습니다. 그래서 일자리와 숙소를 대부분 현지인들과 함께 있을 수 있는 곳으로 잡았고, 저녁에는 Meet-up을 통해 회화 공부를 했습니다. 결과적으로, 1년 후 돌아와 토익 940과 오픽 AL을 획득했습니다.
두 번째, 경험 및 여행입니다. 지구 반대편 호주에서, 새로운 환경에서 다양한 경험을 하고자 했습니다. 그래서 10개가 넘는 직업을 해보았고, 이사를 자주 하며 3개 이상 도시에서 살아보았습니다. 페이스북에서 마음에 맞는 이들, 독일인 호주인 프랑스인을 만나 함께 20일간 호주 대륙을 위아래로 지나는 종단 로드트립을 했습니다. 20일 정도 걸렸습니다.
세 번째, 돈입니다. 우선순위가 가장 낮긴 했지만, 돈도 제 목표 중 하나였습니다. 호주는 최저 시급이 높고, 또 환율로 인해 한국보다 돈을 많이 벌 수 있습니다. 결과적으로, 1년간 1만 불을 저축해 돌아왔습니다.
면접관 2 : 호주 시급이 얼마나 하죠?
그 : 제가 있었을 당시, 18.3불이었습니다. 15% 세금을 떼고 나면, 약 15불 정도입니다. 환율을 1000원으로 간단히 계산한다면 15000원, 현재 환율인 800원으로 계산한다면 대략 12000원 정도입니다. 당시 한국의 최저 시급보다 높은 금액입니다.
6page - 네, 그래서, 다른 목표들은 수치화하기가 모호하긴 합니다. 그래서, 돈에 관련하여 꾸준히 기록한 것을 가져왔습니다. 오른편에 보시는 사진이, 제가 워홀 당시 기록했던 가계부입니다. 이 가계부를 바탕으로 1년 동안의 수입과 지출을 정리하여, 왼편의 파일로 만들어 보관하고 있습니다.
7page - 두 번째 사례, 독서입니다. 저는, 세상과 사람에 대해 관심이 많았습니다. 사람과 세상은 무엇으로부터 시작되었고, 어떻게 발전했고, 지금은 어떻고 미래는 어떨지에 대해 독서를 하고자 했습니다. 대략적인 윤곽이 그려진 때부터는, 그러한 모습의 인간으로서 그러한 모습의 세상에서 어떻게 살아가야 할지 철학 분야까지 독서 범위를 넓혔습니다. 이러한 독서 활동도 정리를 했습니다. 다음 화면을 보시면
8page - 제가 지금까지 한 독서를, 워드 파일에 정리한 표입니다. 총류, 철학, 종교, 사회과학 등 책은 10가지 커다란 범주로 분류가 됩니다. 제가 지금까지 읽었던 책들을 기억해내서, 해당 책들이 어느 분야에 속한 것인지 검색하여 분류했습니다. 보시는 바와 같이, 저는 사회과학이 77권이고 자연과학이 15권이므로 해당 분야의 책을 가장 많이 읽었습니다. 이러한 읽은 도서 정리를 통해, 저만의 독서 빅데이터를 형성하고, 그 안에서 의미 있는 정보를 도출하여, 향후의 독서 방향을 설정하는 데 도움이 되었습니다.
면접관 2 : 그, 잠시, 저기 적혀 있는 저 숫자의 책들을 언제 읽은 거죠?
그 : 2020년에 77권, 2021년에 55권을 읽었습니다. 합치면 132권인데, 화면에서 보시는 숫자와 조금 차이가 있습니다. 어렸을 적 읽었던 책들부터, 기억 속에 있는 모든 책들을 넣은 숫자이기 때문입니다.
9page - 네 그래서 종합하자면, 저는 열정을 바탕으로 관심 있는 것을 실행하고, 그 실행한 바를 정리하고 분석하는 강점을 갖고 있습니다. 워킹홀리데이와 독서 경험은 열정과 실행력, 그리고 워킹홀리데이와 독서 경험을 정리하고 분석한 것은 실행력과 분석력의 사례라고 말씀드리겠습니다.
10page - 감사합니다.
면접관 2 : 네, 잘 들었습니다. ... 하얀 얼굴 씨, 면접을 보신 적이 있나요?
그 : 네, 있습니다.
면접관 2 : 우리 회사를 어떻게 알게 됐나요?
그 : 원래부터 저는 실물 경제에 관심이 많았습니다. 실물 경제에 대한 관심, 그리고 취업 준비를 하며 알게 되었습니다.
면접관 2 : 인사관리에 지원한 이유가 무엇인가요?
그 : 경영학도로써, 학교에서 배운 지식과, 사람들과 상호작용했던 경험들을 종합했을 때 인사관리에 기여할 수 있을 것이라 생각했습니다.
그의 이 답변에 면접관 2가 고개를 갸우뚱한다. 그가 그토록 열정적으로 발표한, 자신의 PR 자료와 연계하여 답을 했으면 어땠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면접관 1 : 하얀 얼굴 씨, 발표하신 걸 들어보면, 경험이 해외영업이 맞을 것 같은데 어떻게 생각하나요?
그 : 해외영업 직무는, 해외 대학 졸업자들을 선호하는 경향이 있다고 생각합니다. 제가 워킹홀리데이에서 얻은 경험은, 다양한 사람들과 상호작용을 하는 과정에서의 경험이었으므로 인사관리에 적합하다고 생각합니다.
그는 30번째 기업에 간절하지 않다면서도, 억지로 자신의 경험을 직무에 끼워 맞추고 있다.
면접관 2 : 지금 발표해주신 이런 호주 워킹홀리데이와 독서 경험들을, 혹시 다른 이들과 공유하거나 하나요?
그 : 요즘 그런 생각이 들어서, 티스토리 블로그에 작성하기 시작했습니다. 그리고... (말을 할까 망설인다) 브런치라는 앱을 아십니까?
면접관 2/4 : (아는 눈치다)
그 : 브런치라는 앱을 알게 되어 작가 신청을 했고, 잘 되어서 현재는 브런치에도 글을 쓰고 있습니다.
면접관 2 : 하하, 대단하시네요.
그 : 아닙니다. 감사합니다.
면접관 1 : 본인이 생각하는 인사 업무는 무엇인가요?
그 : 인사 업무는, 결국 조직의 인적 자원을 관리하는 것이라 생각합니다. 채용부터 시작하여 교육, 평가, 보상, 퇴직까지의 모든 것들을 관리하는... ... (답변이 늘어진다)
면접관 1 : 아, 그게 아니라, 음. 그러니까, 본인이 생각했을 때 이러이런 일을 하겠다고 머리에 그린 게 있나요?
그 : 군대 경험 관련해서 말씀드려야겠습니다. 저는 군대에서, 정보를 다루는 이들을 입대부터 전역까지 관리했습니다. 정보를 다루는 이들은, 자대 배치를 받을 때 저를 거쳤으며, 전역하는 인원들은 모두 저를 거쳐 전역했습니다. 이러한 경험이...
면접관 1 : 채용과, 퇴직 관련이다?
그 : 네 맞습니다. 지금으로선, 채용과 퇴직 관련 업무가 머릿속에서 그려집니다.
면접관 1 : 채용 관련해서, 마지막으로 질문 있나요?
그 : 없습니다.
면접관 1 : 네 그럼, 이상으로 면접을 마치겠습니다. 수고하셨습니다.
그 : 네, 감사합니다!
밖으로 나와 대기실로 돌아가자, 인사팀 직원이 그를 맞이한다. 수고했다며 면접비 봉투를 건넨다. 3만 원이다.
인사팀 직원 : 수고하셨어요. 이제 귀가하시면 됩니다.
그 : 아, 담당자님, 혹시 몇 가지 여쭤봐도 되나요?
인사팀 직원 : 네 말씀하세요.
그 : 혹시, 연봉이 어떻게 되는지 여쭤봐도 되나요?
인사팀 직원 : 아, 연봉 말씀이시군요. 저는 급여 담당이 아니라, 급여를 몰라요. 급여 담당하시는 분이 따로 있거든요. 그래서 답변을 드릴 수가 없네요.
그 : 아, 알겠습니다. 감사합니다.
약 일주일 뒤, 30번째 기업으로부터 면접 결과가 도착한다.
1차 면접 불합격
그다지 기대하지 않았으므로, 그는 별로 충격받지 않는다. 그에게는 아직 29번째 기업이 있으니까. 다만, 30번째 기업에서의 면접에는 아쉬움이 남는다. 별로 절박하지 않다는 생각에, 직무 관련 면접 준비가 부실했다. 답변을 할 때도, 긴장을 풀어서인지 말이 자꾸만 늘어지는 경향이 있었다.
만일 그가 다른 면접 때처럼 철저하게 가면을 썼으면 어땠을까. 그랬다면 면접에 합격할 수 있었을까. 아니, 그것보다도, 그는 자신의 PT에 대한 면접관들의 평이 궁금하다. 면접관들이 그의 PT를 보며 감명받았을지, 아니면 어이없어했을지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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