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주식 영어는 줄임말이 많다. 유명 햄버거 프랜차이즈들의 이름도 호주에서는 조금씩 다르다. 호주에서는 맥도날드가 Macca's (마카스), 버거킹은 Hungry Jacks (헝그리 잭스)로 불린다.
버거킹이 Hungry Jacks로 등록된 것에 대해, 일부 사람들은 호주가 영국의 영향으로 Queen과 King을 함부로 쓰지 못하기 때문이라고 말하기도 한다. 하지만 이는 추측성 발언이고, 실제로는 버거킹이라는 상호가 이미 존재해서 Hungry Jacks라는 이름으로 등록한 것이다.
그는 차가 생긴 이후, 햄버거를 먹는 횟수가 급증한다. 차가 없을 때는 자전거를 타고 굳이 상점들이 모인 곳까지 가야 했지만 차로 가는 건 너무나도 편하다. 공장일과 청소일을 병행하면서 늘어난 수입, 또 늘어난 스트레스도 그를 햄버거로 이끈 요인들이다. 되도록 요리를 해 먹자고 생각하는 그이지만, 몸이 너무 힘들거나 스트레스가 너무 쌓이면 라면이나 햄버거를 먹었다. 오히려 그런 때일수록 건강한 음식을 먹어야 하지만, 사람은 정신적으로나 신체적으로 피곤할수록 자제력을 잃고 못된 것을 찾는 경향이 있다.
그는 헝그리 잭스 공식 어플을 다운받는다. 이 어플에는 매일 1회 룰렛 돌리기 이벤트가 있다. 룰렛을 돌려서, 당첨되는 것을 무료나 할인된 가격에 먹을 수 있다. 운이 좋으면 햄버거 세트가 나오기도 한다. 하지만 그에게 햄버거 세트가 나온 적은 없다. 항상 아이스크림이나 콜라, 가끔 랩이 나온다. 햄버거 세트가 나오지 않을 때마다 짜증이 나지만, 막상 공짜 아이스크림과 랩을 먹으면 기분이 풀리곤 한다.
룰렛에서 나오는 것들만 먹다가, 그는 큰맘 먹고 커다란 햄버거에 도전한다. 매일 룰렛 상품만 먹으니 감질나서 참을 수가 없다. 그가 시킨 버거는 앵거스 소고기로 만든 두꺼운 패티가 들어있는 햄버거인데, 특별 기획 상품인지 햄버거 사이즈를 업그레이드할 수 있다. 그는 딱 한 번이라 생각하며, 업그레이드 세트를 시킨다. 가격이 20불이 넘는다. 시키면서도 돈이 아깝다. 처음이자 마지막이다. 그는 햄버거를 베어물었다.
이후 그는 룰렛 따위는 돌리지 않고, 20불이 넘는 사이즈 업그레이드 햄버거 세트만 먹는다. 그는 이 버거를 처음 먹는 순간부터 반했다. 조금 뻑뻑하지만 확실한 질감의 소고기 패티, 진득한 치즈가 그의 미각과 위장을 만족시킨다. 도저히 멈출 수가 없다. 헝그리 잭스에 갈 때마다, 뇌에서 너무 비싸다고 경고하지만 그의 입은 이미 주문을 완료한다. 이 커다란 버거를 먹고 있노라면, 가끔씩 옆을 지나가던 외국인들이 'Big Burger aye' 라며 한 마디씩 하고 간다. 그는 늠름하게 커다란 버거를 들어 화답한다.
마카스(맥도날드)에서도 햄버거를 먹어보았지만, 그에겐 양이 차지 않는다. 호주는 한국에 비해 많은 것들이 큰 편인데, 이상하게 마카스만큼은 크기가 같거나 더 작게 느껴진다. 이는 미국 맥도날드 본사의 품질 관리 정책과 관련이 있는 듯하다. 마카스에서 버거를 시키면, 모든 햄버거가 정해진 규격의 종이상자에 담겨 나온다. 문제는 그 종이 상자 자체가 너무 작다. 헝그리 잭스는 햄버거가 큰 대신 뻑뻑하고, 마카스는 촉촉하고 맛은 있지만 작고 감질난다. 그의 선택은 당연히 헝그리 잭스다.
'회상 > 호주' 카테고리의 다른 글
69 - Fuck You (0) | 2021.07.22 |
---|---|
68 - 폭식 (0) | 2021.07.22 |
66 - 주 1000불 생활 (0) | 2021.07.22 |
65 - Cleaner (0) | 2021.07.16 |
64 - 무도회장 청소 (0) | 2021.07.16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