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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상/호주

69 - Fuck You

 스트레스와 피로가 극에 달하면서, 서서히 갈등이 생기기 시작한다. 그가 호주에서 악하게 소리 지르며 욕한 적이 딱 한 번 있는데, 이 시기와 맞물린다.

 

 그는 공장의 내장 파트에서 고정으로 일한다. 컨베이어 벨트 앞에서, 내장을 분류해서 담는 역할이다. 같이 일하는 일반 노동자 중, 암묵적으로 중간 관리자 역할을 하는 외국인이 있다. 이 외국인은 내장 파트에서 꽤나 오래 근무한 듯하다.

 

 어느 날, 중간 관리자 역할을 하는 외국인이 그를 눈여겨본다. 그의 일처리가 마음에 들지 않는 눈치다. 그에게 빠르게, 제대로 일하라고 소리친다. 그는 영문을 알 수 없다. 그는 계속 그렇게 일해왔고, 전체 공정을 보았을 때 그의 방식이 전혀 해가 되지 않는다. 그런데도 외국인은 자꾸만 그에게 소리를 지른다. 처음에는 알겠다고 했지만, 몇 번 반복되자 그는 아예 들은 척도 하지 않는다. 그도 투잡하느라 스트레스가 많다. 억지로 웃으며 비위 맞출 생각은 전혀 없다.

 

 1구

 그가 들은 척도 하지 않자, 결국 외국인이 그의 옆으로 온다. 외국인은 눈을 부라리며, 이러이런 방식으로 바꾸라고 말한다. 그는 지지 않고, 그렇게 해야 할 이유를 모르겠다고 맞선다. 외국인이 말한대로 하면, 그가 더 움직여야 하고 일이 늘어난다. 아무리 일을 오래 했더라도, 같은 일반 노동자의 지시를 들을 필요는 없다고 생각하는 그다.

 

 2구

 외국인이 눈을 부라리며 얼굴을 들이밀지만, 그는 물러나지 않는다. 다리에 힘을 주고, 나무처럼 그 자리에 서서 같이 눈을 부라린다. 계속 실랑이를 벌이다, 외국인의 입에서 Fuck이라는 단어가 튀어나온다. 귀마개를 해서 잘 들리진 않지만, Fuck이라는 단어는 너무나도 분명하게 들렸다. 그의 눈이 커진다. 그는 외국인에게, Fuck what? 이라고 묻는다. 외국인은 자기 할 말만 하고, 그는 계속해서 Fuck What 이라고 묻는다.

 

 3구

 그는 기계처럼 같은 것만 묻는다. 답을 듣기 전에는 일도 하지 않으리라. 마침내 외국인은 분에 못 이겨, 그를 손으로 밀친다. 이때 그는 속으로 악한 웃음을 지었던 것 같다. 3진 아웃이다. 신체 접촉, 폭행이라 할 수 있다. 이제 그에게도 대의명분이 생겼다.

 

 그는 참았던 분노와, 담을 수 있는 모든 악의를 담아서 

"Fuck You!!! Fuck You!!!"

라고 내지른다. 도대체 어떤 악의를 담았는지, 내장 파트 전체가 쩌렁쩌렁 울린다. 일하던 다른 노동자들이 놀라 쳐다본다. 그가 욕을 하자 외국인은, 곧바로 관리자가 있는 사무실로 향한다. 그는 이 모습을 보며, 비겁하게 고자질하러 가는 아이 같다고 생각하며 코웃음친다.

 

 아니나 다를까, 잠시 뒤 외국인은 관리자를 데리고 나타난다. 파란 헬멧을 쓴 관리자는, 그에게 사무실로 오라고 손짓한다.

 

 

 그가 일하는 내장 파트의 관리자는 흑인이다. 그는 사무실로 들어가, 처음으로 관리자와 제대로 마주한다. 상황이 상황이지만, 관리자에게는 악감정이 없다. 그는 그저 관리자를 가까이서 보는 것이 신기하다.

 

 그는 귀마개를 빼고, 먼저 말을 꺼낸다.

 이제 해고되는 거냐 / 무슨 일이 있었는지 말해봐라 / 일을 하고 있는데 자꾸만 소리를 질렀다. 그러다가 옆으로 다가와 욕을 했다. 무슨 욕을 했는지 되물었다. 질문을 무시하고, 손으로 밀치기까지 했다. 그래서 욕을 되돌려줬을 뿐이다.

 그는 이야기하면서, 너무나도 당당하다. 흑인 관리자는 듣고 난 뒤, 잠시 동안 가만히 있는다. 그는 자신이 혼날 이유가 없다고 생각한다.

 

 관리자의 입에서, 예상치도 못한 말이 나온다. 무슨 상황인지 알겠지만, 그런 식으로 말하는 것은 옳지 않다. 네가 욕한 워커는 너의 부모님뻘 되는 나이다. 이곳에서 일하려면, 너보다 나이가 많은 사람을 존중할 줄 알아야 한다. 

 

 흑인 관리자에게서 이런 말이 나올 줄은 상상도 못 했다. 그는 외국물에 취해서, 나이는 전혀 신경쓰지 않고 모두가 수평적이라고만 생각하고 있었다. 관리자가 지적한 부분에 대해서는 변명의 여지가 없다. 그는 잘못을 인정한다.

 

 다행히 해고되진 않는다. 관리자는 그를 격리시키고자, 멀찍이 떨어진 구석에 배치한다. 그는 죄를 짓고 귀양을 간 셈이다. 사나흘의 유배 생활이 끝난 뒤, 그는 다시 자신의 자리로 복귀한다. 이후 그는 자신의 태도를 조심하고, 특히 'Fuck You' 라는 표현을 함부로 쓰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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