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의 카지노 청소부 꿈은 물거품이 되었다. 답변을 완전히 잘못했지만, 혹시 합격할 수도 있지 않냐며 긍정적으로 생각해본다. 하지만 그 자신도 이런 생각이 억지스럽다는 것을 알고 있다. 결과는 아직 나오지 않았지만, 카지노 청소부 면접은 떨어졌다고 봐야 한다. 그는 다시 구직 활동에 나서야 한다.
간절히 바라고 상상했던 카지노 청소부의 꿈이 날아가버리자, 그는 허탈하면서도 화가 난다. 다른 직업들은 카지노 청소부에 비하면 돈도 적게 줄 것이다. 그는 카지노 청소부를 너무 원했던 나머지, 시드니의 다른 직업들에 대한 흥미를 잃어버렸다.
그가 시드니에 정을 붙이지 못한 또 하나의 요인이 있었는데, 바로 주차 공간이다. 차가 생겨서 좋은 점이 많지만, 불편한 점도 있다. 차를 몰고 나갈 때마다, 주차 공간을 반드시 확인해야 한다. 주차를 해결할 수 없는 곳에는 갈 수가 없다. 시드니는 호주 도시들 중에서도 대도시로, 인구 밀도가 높은 편에 속한다. 도심 지역에는 사람들과 차가 바글바글하다. 그는 시드니 도심 지역에 쇼핑을 나갔다가, 주차 타워에서만 30분 동안 빙글빙글 돌다가 돌아온 적이 있다. 이후로 그가 시드니 도심 지역에 나갈 때는, 차는 놔두고 대중교통을 이용한다.
시드니의 대중교통은 크게 지하철, 버스, 페리다. 페리는 조그마한 배를 이용한 대중교통이다. 호주의 도시들은 대부분 해변에 위치하고, 커다란 항구를 끼고 있어 페리를 운행한다. 그중에서도 규모가 큰 시드니는, 페리가 상당히 활성화되어 있다. 브리즈번도 페리가 있긴 하지만, 시드니만큼 활용도가 높지는 않다. 시드니는 바다가 육지 깊숙이까지 들어와 있는 형태다. 도시의 해안선이 삐죽삐죽해서, 삐죽한 각 지점으로 페리를 타고 갈 수 있다. 관광객들이 특히 많이 이용하는 페리 코스는, 시드니 중심의 달링하버에서 맨리 비치(꽤 떨어진 해변)까지의 코스다. 이 페리 코스를 타면, 맨리 비치로 가는 동안 달링 하버, 오페라 하우스, 하버 브릿지의 전경을 볼 수 있다.
지하철도 새롭다. 시드니의 지하철은, 특이하게 2층으로 이루어져 있다. 출퇴근 시간의 수많은 이용객들을 수용하기 위한 조치인 듯하다. 그는 지하철을 타면 꼭 2층으로 올라간다. 지붕이 낮아 썩 편하진 않았지만, 2층이라는 것 자체가 신기하다. 또 지하철 2층 좌석에 타면, 바깥 풍경을 볼 때 아래로 내려다본다. 이전에는 경험해보지 못한 새로운 맛이다.
그가 처음 터를 잡았던 브리즈번은 상대적으로 널널한 도시다. 도심에서 멀지 않은 곳에도 주차 공간을 겸비한 넓은 백패커스들이 많았다. 하지만 시드니는 다르다. 시드니는 도심에서 꽤 먼 지역도 건물들이 빽빽하고 주차 공간이 협소하다. 땅은 좁고 사람은 많으니, 땅값이 비싸다. 당연히 백패커스 자체도 좁고 비싸다. 그가 가장 따지는 조건인 주차 공간과 싼 숙박비를 찾다 보면, 숙소가 열악해질 수밖에 없다.
그는 왠지 시드니가 마음에 들지 않는다. 카지노 청소부 면접이 떨어진 것이 가장 크고, 협소한 주차 공간과 빽빽한 인구 밀도가 두 번째다. 검트리를 통해 이력서도 많이 보냈는데, 면접 보러 오라는 답변이 거의 없다. 사람이 많으니, 워홀러도 많고 일자리 경쟁도 치열한 것이리라. 그는 브리즈번에서 남하해서 시드니에 도착했다. 시드니는 그다지 마음에 들지 않는다. 내친김에, 멜버른까지 내려가볼까 생각한다.
멜버른으로 떠나겠다는 계획이 서자, 그는 바빠지기 시작한다. 그에게 시드니는, 정착지에서 관광지로 그 모습이 바뀌었다. 멜버른까지 내려갔다가 다시 시드니로 돌아올 리 없다. 멜버른에 가는 길에 우연히 방문한 시드니의 모습을 최대한 많이 눈에 담자고 생각한다. 시드니는 대도시인 만큼, 볼 것이 많다. 또한, 그는 시드니에서 만나보고 싶은 사람이 있다. 그가 속한 카카오톡 단체톡방에서 유일하게 만나보고 싶은 익명의 한국인이, 시드니에서 살고 있다.
'회상 > 호주' 카테고리의 다른 글
93 - 영어 발음 (0) | 2021.08.02 |
---|---|
92 - 영주권 설명회 (0) | 2021.08.02 |
90 - 카지노 청소부 면접 (0) | 2021.08.02 |
89 - 카지노 (0) | 2021.08.02 |
88 - Coffs Harbour (0) | 2021.08.02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