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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상/호주

153 - 사전 준비

 가족 여행이 확정된 후로, 그의 도서관 방문 횟수가 늘어난다. 투잡 생활에 익숙해지면서 그는 구직 활동을 멈추었다. 도서관에 가는 횟수도 줄었다. 하지만 가족 여행 계획을 짜기 위해, 그는 다시 도서관을 방문한다. 간만의 방문이지만, 역시 호주의 공공 도서관은 공용 컴퓨터가 잘 구비되어 있다.

 

 그의 가족들은, 처음에는 멜버른이 아닌 시드니 공항에 내린다. 한국에서 호주까지의 항공편은 다양하지만, 멜버른 노선은 없다. 가족들은 시드니에 먼저 도착해서, 3일 정도 머무르며 시드니 여행을 한다. 이후 시드니 공항에서 멜버른 공항으로, 호주 국내선을 타고 이동한다. 멜버른에 도착한 시점부터, 그를 포함한 진짜 가족 여행이 시작되는 것이다. 그의 안내 없이 시드니를 여행할 가족들이 조금 걱정되긴 하지만, 동생이 동행하니 부모님을 잘 챙길 것이다. 전화통화를 하다 보니 동생이 든든하다.

 

 그는 가족들에게, 호주에 처음 도착했을 때 주의해야 할 것들을 속성으로 알려준다. 해가 빨리 진다는 점, 해가 지기가 무섭게 식당과 상점들이 닫으니 낮에 많이 돌아다녀야 한다는 점 등이다. 그가 특히나 강조해서 반복했던 주의사항은, 횡단보도를 건널 때다. 호주는 한국과는 도로의 진행방향이 다르다. 한국에서는 횡단보도를 건널 때 처음에는 왼쪽을 보고 건너기 시작해서, 반쯤 건너고 나면 오른쪽을 보면서 건넌다. 차가 오는지 확인하면서 건너는 것이다. 호주는 정반대다. 처음에는 오른쪽을 보면서 건너기 시작하고, 반쯤 건넌 이후에는 왼쪽을 확인하며 건너야 한다. 별 것 아닌 것 같지만, 횡단보도를 건널 때 차가 오는지 확인하는 것은 정말 중요하다. 그는 호주에서, 한국에서의 습관대로 왼쪽을 보고 횡단보도를 건너려다가 오른쪽에서 오는 차에 치일 뻔한 적이 여러 번 있다. 잘못된 방향을 보고서, 차가 오지 않는다고 생각하고 횡단보도로 불쑥 뛰어들면 사고가 날 가능성이 매우 커진다. 그는 이를 가족들에게 몇 번이고 당부한다. 어느 쪽을 봐야 하는지 헷갈리면, 그냥 횡단보도를 건너기 전에 좌우를 모두 확인하고 건너라고 말한다.

 

 

 그의 가족들은 이미 시드니에서의 계획을 많이 짜 두었다. 네이버 블로그 검색을 통해, 이미 시드니 주요 관광지는 그보다 가족들이 더 잘 알고 있다. 가족들은 시드니에서 블루 마운틴, 오페라 하우스 등을 볼 것이라 한다. 블루 마운틴이라는 이름을 듣자, 그는 가족들이 시드니 여행 일정은 알아서 잘 짜고 있구나 생각한다.

 

 그는 가족들에게, 멜버른에서의 여행은 자신에게 맡기라고 말했다. 그는 시간과 돈을 아끼지 않고, 이번 가족 여행을 최고의 여행으로 만들고자 한다. 가족들은 호주에 약 10일 정도 머문다. 시드니에서 3일, 멜버른에서 7일이다. 유례없던 긴 가족 여행이다. 그는 가족들이 멜버른에 머무는 일주일의 기간 동안, 멜버른을 그야말로 정복할 생각이다. 그는 물론이거니와, 가족들도 두 번 다시 멜버른을 여행할 일이 없을지도 모른다. 이번 기회에, 멜버른을 다시는 안 와도 될 만큼 모든 것을 볼 계획이다. 그가 자신의 경험, 구글, 구글 맵, 네이버 블로그 등을 모조리 찾아본 결과 유력 후보들이 추려진다.

 

 Dandenong - 멜버른의 커다란 숲이 위치한 지역으로, 실물 크기의 토마스 기차를 숲 속에서 탈 수 있다.

 Great Ocean Road - 해안가를 따라 펼쳐진 300km의 해안 도로로, 자동차 광고에 자주 나오는 도로

 Philip Island - 야생 펭귄을 볼 수 있는 섬으로, 유명 관광지

 Melbourne City - 드라마 '미안하다 사랑한다'에 나왔던, 그래피티가 유명한 거리와 멜버른 도심

 등이다. 그는 7일이라는 기간, 가족들과 지낼 숙소, 가족들의 체력과 목표지의 거리를 고려해서 계획을 짠다. 단데농이나 멜버른 도심은 그리 멀지 않으나, 그레이트 오션 로드와 필립 아일래드는 멜버른에서 차로 두세 시간 거리다. 그레이트 오션 로드를 보는 데 하루, 필립 아일랜드를 보는 데 하루, 쉬어가듯이 멜버른 시티를 둘러보는 데 며칠 이렇게 일정을 잡는다. 그가 계획한 멜버른 가족 여행의 큰 틀은 이렇다.

 

 숙소 : 멜버른 도심에서 살짝 벗어난 Windsor 지역의 널찍한 에어비앤비

 1일 차 : 공항 픽업(가족들의 멜버른 도착 시간은 늦은 밤이다) / 숙소 입실, 휴식

 2일 차 : 단데농

 3일 차 : 그레이트 오션 로드

 4일 차 : 멜버른 시티

 5일 차 : 필립 아일랜드

 6일 차 : 세인트 킬다, 트램 레스토랑

 7일 차 : 윌리암스 타운, 공항 마중

 멜버른 가족 여행 중의 경비는 모조리 그의 nab카드로 지불할 것이며, 그는 이번 가족 여행에서 돈을 아낄 생각이 전혀 없다. 사실 그는 이미, 가족들을 위해서 한 가지 이벤트를 준비했다. 그의 동생에게만 살짝 말했을 뿐, 부모님에게는 비밀로 했다. 그는 가족들이 멜버른에서 다 같이 좋은 추억을 만들 수 있기를 바란다. 또한, 그가 잘 적응하고 잘 지내고 있음을 보여드림으로써 가족들을 안심시키고, 그동안 못한 효도를 하고자 한다. 그는 호주에서 지내면서, 자신도 모르게 가족에 대한 그리움과 효심이 깊어졌다.

 

 

 열심히 일하고 준비하는 동안 시간은 흘러, 그의 가족은 시드니에 도착한다. 그의 아버지가 유심을 구매해서, 전화통화가 된다. 전화로 들어보니 가족들은 블루 마운틴도 방문하고, 시드니 도심에서 카페도 가는 등 여행을 즐기고 있다. 동생이 길 찾기와 식사 주문 등을 전담하고 있다고 한다.

 

 가족들이 곧 멜버른으로 온다. 그는 더욱 바빠진다. 일정을 검토하고, 구글 맵으로 이동 시간을 다시 계산한다. 에어비앤비 숙소 예약을 확인하고, 집주인/남사장과도 이야기한다. 방 빼기, 일, 공항 픽업, 에어비앤비 입주 및 이사의 4박자가 딱딱 맞아떨어져야 한다. 그가 지내고 있는 쉐어하우스의 방에 온 가족을 묵게 할 수는 없다. 그는 집주인에게, 가족 여행을 위해 방을 빼야겠다고 말한다. 집주인은 알겠다고 한다. 그는 혹시나 하는 마음에, 방이 계속 비어 있으면 일주일 후에 재입주할 의사가 있음을 밝힌다. 하지만 그는 방을 비우면서 일주일치 방세를 낼 생각이 없다. 집주인에게 일주일의 방세를 손해 보면서까지 그를 기다리라고 할 명분이 없다. 그는 어쨌든 일주일 후에 다시 연락을 하겠다고 말한다. 방에서 짐을 모조리 빼고, 빗자루로 쓸고 닦아서 새로운 입주자가 바로 들어올 수 있게끔 깔끔한 상태로 만든다. 지내는 동안 조금 외롭긴 했지만, 이 집에서 만난 이들은 마주칠 때마다 살가웠고 갈등도 전혀 없었다.

 

 

 도착 당일, 그는 자신의 짐(작은 캐리어와 배낭)을 모조리 빼서 캠리 트렁크에 싣는다. 웨이터 일을 하고, 일이 끝나고 나면 바로 공항으로 차를 몰아 가족들을 맞이할 생각이다. 가족들의 도착 시간에 맞게끔, 웨이터 일을 조금 일찍 끝내기로 했다. 그는 쉐어하우스에서 짐을 빼면서, 차를 운전하면서, 웨이터를 하면서도 설레는 기분을 감출 수가 없다. 가슴이 쿵쿵 뛰고, 가족들을 만날 생각에 웃음이 난다. 그의 가족들이, 호주에 와 있다.

 

 기분이 좋으니, 다른 날보다 그의 서비스 질이 높아진다. 그는 주체할 수 없는 웃음을 띤 채 손님들을 맞이한다. 그는 가족들을 만날 생각에, 설레면서도 초조하다. 시계를 10번도 넘게 본다. 마침내 시간이 된다. 그는 동료들과 여사장, 남사장에게 인사를 한다. 다들 그에게 잘 다녀오라고 말한다. 그는 날아갈 듯한 기분으로, 옷을 갈아입고 자신과 캠리의 상태를 확인한다. 그가 주유소에서 동전을 넣고 직접 진공청소기를 돌려서, 캠리 내부는 어느 때보다도 깨끗한 상태다.

 

 가족들이 탄 비행기는 멜버른 외곽의 아발론 공항으로 오고 있다. 그는 가족들을 마중하러 공항으로 향하는 이때를 똑똑히 기억한다. 이미 해가 저물어 깜깜한 밤, 가로등 불빛이 유난히 노랗다. 그와 캠리는 노란 가로등 불빛에 휩싸여, 핸드폰 속 반짝이는 GPS를 계속 확인하면서 공항으로 향한다. 혹여나 자신이 늦어서 가족들이 공항에서 기다리진 않을까, 서두르는 마음에 악셀을 밟는 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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