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는 멜버른 남동쪽 근교인 Windsor에 에어비앤비 숙소를 예약했다. 가족들이 도착한 날부터 떠나는 날까지 6박 7일간 계속 머물 숙소다. 그와 가족들, 총 4인이 오랫동안 머물러야 하기 때문에 크고 깔끔한 숙소로 정했다. 호스트는 에어비앤비에 최대 인원을 5명으로 게시했다. 호스트는 이곳에 살지 않아, 호스트 눈치 보지 않고 가족들끼리 집 전체를 쓸 수 있다. 사진으로 보아 호스트는 아시안 여성으로 추정된다.
가족들과 함께 머물 숙소였으므로, 그는 돈을 아끼지 않는다. 일단 주차공간이 필요하고, 화장실이 두 개는 있어야 하고, 주방은 물론 침대도 최소 2개는 있어야 한다. 조건을 설정해서 검색하니, 꽤나 까다로운 조건임에도 이를 충족하는 숙소가 많다. 다만 가격이 비싸질 뿐이다. 그와의 전화통화에서 가족들은 너무 비싼 곳을 반대했다. 가족들이 직접 에어비앤비에서 멜버른 숙소를 검색하기도 했다. 하지만 썩 내키지 않는다. 그는 가족 여행을 준비하는 동안, 매일 도서관을 들락거리며 에어비앤비를 샅샅이 뒤진다. 그가 준비하며 가장 시간을 많이 할애한 부분이 가족들이 머물 숙소다. 마침내 두 곳이 최종 후보로 올라왔는데, 이중 한 곳이 예약되어버려서 남아있는 다른 곳으로 결정했다.
가격은 하룻밤에 약 80불 정도(정확하지 않다)로, 일주일간 주거비로 약 600불을 지불한다. 그는 예약 전/후로 호스트에게 수시로 메세지를 보내 물어본다. 베드버그(빈대)가 있진 않은지, 취사가 가능한지, 포크와 수저뿐 아니라 젓가락도 구비되어 있는지, 냉장고는 있는지, 컵과 접시는 있는지, 세탁기와 건조대는 있는지, 세제는 있는지, 수건은 충분한지, 이불과 베개는 여분이 있는지, TV는 있는지, 헤어 드라이기는 있는지 등 질문이 끊이질 않는다. 가족들과 통화를 하다 보면, 물어볼 것이 계속 생긴다. 한 번에 정리해서 물어보면 좋았겠지만, 그는 그냥 계속 물어본다. 호스트는 전혀 내색하지 않고, 그가 묻는 모든 것들을 친절하게 답해준다. 다행히도 이 숙소에는 가족들이 머무는데 필요한 기본적인 것들이 모두 갖춰져 있다.
가족들의 도착 시간이 늦기 때문에, 체크인 시간이 자정을 넘는다. 그는 체크인에 있어서도 신경을 많이 썼다. 만일 가족들을 픽업해서 숙소에 도착했는데, 체크인에 문제가 생겨서 들어갈 수 없다면 최악이다. 시간이 늦어 호스트는 자고 있을 테고, 자고 있으면 연락이 안 되어 숙소에 들어가지 못할 수 있다. 하필 이 건물은 체크인이 살짝 복잡해서, 그는 체크인 관련해서 질문한다. 호스트는, 체크인은 무인 체크인으로 자신과 만날 일이 없다고 한다. 지하주차장 입구의 비밀스러운 금고에서, 비밀번호를 누르고 키를 가져가면 된다는 것이다. 그는 그래도 안심이 안되어서 더 확인하고 머릿속으로 시뮬레이션을 한다.
그와 가족들은 마침내 Windsor에 위치한 숙소에 도착한다. 지하주차장 입구의 금고에 비밀번호를 치고, 키를 꺼낸다. 키에는 리모컨이 있어서, 버튼을 누르면 지하주차장 입구가 열린다. 그는 자신이 버튼을 눌러 문을 열면서도 신기하고, 그의 가족들도 이를 신기해한다. 지하주차장 입구가 열리자 그와 가족들은 캠리를 몰아 안으로 들어간다. 입주하는 호수별로 주차구역이 정해져 있는데, 이 건물에 에어비앤비 숙소가 많은지 빈자리가 많다. 차를 주차하고, 트렁크에서 짐을 빼서 숙소로 옮긴다. 캐리어와 배낭들을 2번에 나누어서, 엘리베이터로 실어 올린다.
놀랐던 점은, 생각보다 그의 짐이 많다는 것이다. 그는 이전의 숙소에서 짐을 모조리 뺐다. 작은 캐리어와 배낭, 이외 냄비와 기름/후추/소금 등을 넣은 조그마한 백이다. 하지만 그의 짐은 이것들이 전부가 아니다. 그는 로드 트립 이후, 그리고 자동차에 쉬면서 상당히 많은 살림을 자동차에 차려놓았다. 뒷자리에 걸어둔 수건과 후리스, 뒷자리를 차지하고 있던 작업화, 공구 벨트와 망치 등 잡다한 살림이 꽤 많다. 가족들을 태우기 위해 모조리 트렁크에 옮겨놓았던 짐들을, 그는 새로운 숙소로 모두 올려 보낸다. 무게를 줄여 연비를 조금이라도 올리려는 심산이다. 연비도 연비지만, 캠리의 상태가 썩 좋지 않다. 그는 가족들과 여행하는 동안 그 어떤 문제도 발생하지 않기를 바란다. 그래서 최대한 무게를 줄이고 캠리의 부담을 덜어주기 위해 모든 짐을 에어비앤비 숙소로 올린다.
그와 가족들이 지낼 숙소는 2층에 위치하며, 약 20평 후반 ~ 30평 정도 크기로 구조는 이렇다. 욕실 두 개(거실 / 하나는 안방에 딸린), 방 두 개(2인용 침대 1개 / 1인용 침대 2개), 거실과 주방, 테라스가 있는 중간 크기의 아파트다. 오피스텔처럼 건물 입구에서 카드를 찍어야 문을 열리고, 전체 건물은 5층 정도로 꽤 높으며 모두 주거용 집이다. 호스트는 이 건물의 집들 중에서 큰 편에 속하는 방을 에어비앤비에 게시해서 부수입을 얻는 것으로 보인다.
그의 가족들이 껄끄러워하는 부분은, 현관문 내부에서도 신발을 신어야 한다는 점이다. 바닥은 난방 시공이 되어있지 않아 차갑고, 이미 많은 이들이 신발로 밟아놓아 한국 주택의 바닥 같은 깔끔함과 따뜻한 느낌이 없다. 대신 거실에는 테이블과 의자, 소파가 마련되어 있다. 그래도 그와 가족들은 밖에서 신던 신발을 집안 깊숙이 신고 들어가는데 거부감이 크다. 언제 산 것인지, 가족들은 캐리어 속에서 실내용 슬리퍼를 꺼내서 밖에서 신던 신발과 구분한다. 바닥에 앉기는 불가능하니, 그와 가족들은 소파, 의자, 침대에 앉는다.
짐 정리가 끝나니 시간은 어느새 새벽 1시다. 시간이 늦었으니, 그와 가족들은 씻고 잠자리에 든다. 그는 동생과 같은 방에서, 각자 1인용 침대에 누워 잔다. 침대에는 이불과 베개가 완벽히 구비되어 있다. 가족들이 조금 추운 것 같다며, 거실에 있는 에어컨으로 난방을 튼다. 거실의 따뜻한 공기를 막지 않으려, 그와 가족들은 방문을 열고 잔다.
그는 간만에 제대로 된 베개와 이불을 사용해본다. 너무나도 푹신하고 편안하다. 편안히 누워 일정을 생각하면서도, 실감이 잘 나지 않는다. 그는 가족들과 함께 호주에 있다. 가족들과 즐거운 시간을 보낼 생각에, 그는 기쁘고 설렌다. 원래 여행은 준비할 때와 초반이 가장 설레는 법이다. 그는 기쁨과 설렘에 부푼 가슴을 안고 잠에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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