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족 여행의 첫 아침이 밝았다. 그와 가족들은 본격적으로 멜버른 여행을 시작할 참이다. 첫날은 퍼핑 빌리와 단데농 산맥 국립공원을 돌아볼 계획이다. 전날 늦은 밤에 도착했기 때문에 아직 식료품을 제대로 구매하지 못했다. 가족들이 가져온 쌀로 밥을 짓고, 그가 미리 사두었던 재료들로 간단하게 아침 식사를 한다. 아침 식사는 토스트, 잼, 계란 등이다.
그와 가족이 머무는 숙소는, 거실이 많은 역할을 수행한다. 테라스로 통하는 큰 창이 나 있고, 식사를 할 수 있는 적당한 크기의 테이블과 의자, TV와 소파가 모두 거실에 있다. 주방은 거실 끄트머리에 있다. 테이블과 의자, 소파와 TV가 있긴 하지만 재질이 대부분 금속성이거나 얇으며 크기는 작다. 상대적으로 거실은 넓은데 배치되어있는 가구들은 작고 얇아서 거실이 휑한 느낌이다. 그의 가족들은 소파와 테이블의 위치를 조정한다. 소파는 TV 앞으로, 테이블은 싱크대에 가깝게 배치한다. 주방과 TV 쪽은 느낌이 나아졌으나, 원래 소파가 있던 곳이 휑해진다. 그곳에는 짐을 대충 쌓아놓고 내버려 둔다.
거실에 난 창을 통해 테라스로 나갈 수 있다. 테라스에서 보이는 풍경은 나름 괜찮다. 숙소는 2층에 위치해있기 때문에, 꽤 먼 곳까지 볼 수 있다. 멜버른 외곽의 건물들과 도로, 이리저리 지나다니는 사람들이 보인다. 테라스에는 커다란 건조대가 천장에 박혀서 고정되어 있다. 한국 아파트의 건조대와 비슷하다. 4명분의 빨래를 널기에 충분해 보인다. 하지만 멜버른의 날씨는 굉장히 변덕스럽고 비가 자주 내린다. 그와 가족들은 이후, 부슬비에서부터 꽤 강한 비까지 테라스 안으로 들이친다는 사실을 깨닫는다. 테라스 건조대에 널어놓은 빨래들은 마르기까지 상당한 시간이 걸린다.
그와 가족들은 간단한 아침을 먹고, Puffing Billy (퍼핑 빌리)로 향한다. 정식 명칭은 Puffing Billy Railway로, 퍼핑 빌리 기찻길이다. 퍼핑 빌리는 세계적으로 유명한 관광 상품이다. 호주의 가장 오래된 증기기관차라고 한다. 하지만 역사가 깊은 증기기관차라는 사실보다는, 만화 '토마스와 친구들'의 실제 모델이라는 점이 관광객들에게는 더 와닿는다. 토마스와 친구들을 실제로 타볼 수 있는 곳이다.
퍼핑 빌리는 만화 토마스의 실제 모델이라는 점과 더불어, 기차를 타는 코스도 아름답기로 유명하다. 퍼핑 빌리가 위치한 지역은 멜버른 북부 단데농 지방이다. 단데농 산맥이 위치한 지역의 이름이 아예 단데농이다. 퍼핑 빌리에서 토마스 증기기관차를 타면, 선로는 단데농 산맥의 숲을 통과한다.
그와 가족들은 퍼핑 빌리 근처 주차장에 캠리를 세운 뒤 내린다. 퍼핑 빌리를 향해 오는 동안, 이미 단데농 산맥 안쪽으로 들어와서 주변 풍경은 모두 산이다. 아침의 단데농 산맥은 안개가 껴 있다. 유명 관광지답게, 여기저기 토마스의 얼굴과 안내 표지판이 걸려 있다. 표지판에 그려진 화살표를 따라가니, 매표소에 도착한다. 가격은 인당 25불 정도, 아낌없이 지불한다. 매표소를 넘어 안으로 들어가니 증기기관차가 보인다.
증기기관차는 짙은 갈색 나무로 만들어진 몸체에, 지붕은 짙은 초록색이다. 내부의 자리는 노란색이며, 창에는 창문이 전혀 없이 뻥 뚫려있다. 유리 대신, 두 개의 긴 철봉이 가로로 설치되어 있다. 승객들은 이 철봉에 기대서, 바깥 경치를 즐긴다. 에버랜드나 롯데월드 등의 놀이공원에서 놀이기구를 타는 느낌이다. 직원이 기차가 곧 출발한다며 표의 시간을 확인하고 어서 타라고 한다. 그와 가족들은 증기기관차 안팎에서 사진을 찍느라 여념이 없다. 운이 좋으면 운행하는 증기기관차의 얼굴이 토마스 얼굴일 때가 있다고 하는데, 그와 가족들이 탄 증기기관차는 보통 증기기관차다.
경적 소리가 들리더니, 신호등에서 띵동 띵동 소리가 나면서 증기기관차가 움직이기 시작한다. 증기기관차는 느리게 가속한다. 말 그대로 칙칙폭폭 소리가 난다. 증기기관차의 속도는 그리 빠르지 않다. 최고속도에 도달했음에도, 창밖 풍경이 느리게 지나간다. 승객들은 다들 철봉 밖으로 손을 내밀어 셀카를 찍거나 사진을 찍는다. 그와 가족들도 셀카 삼매경이다. 속도가 너무 빠르지 않으니, 바람이 적당하고 풍경도 느긋하게 즐길 수 있다. 그가 돌아보니, 가족들도 다들 즐거워 보인다.
약 15분~20분 정도 달리는 동안, 숲과 조그마한 도로가 보인다. 차들은 증기기관차가 지나가는 동안 멈춰서 있고, 도로에는 가끔 등교하는 아이들도 보인다. 많은 아이들이 증기기관차를 향해 손을 흔든다. 이를 보니 기분이 좋아져서, 그도 아이들에게 손을 흔든다. 어느새 증기기관차는 목적지에 도착한다.
그와 가족들은 도착지에 내려서, 포토타임을 갖는다. 사람들이 몰려 있는 곳으로 가보니, 기관사가 직접 관광객들과 사진을 찍고 있다. 그는 기관사를 보며, 전형적인 기관사 이미지에 부합한다고 생각한다. 기관사는 하얗고 숱이 많은 콧수염이 턱까지 내려오고, 배가 조금 나온 중장년의 남자다. 짙은 청바지 원단이 가슴까지 올라오는 멜빵바지를 입었고, 상의도 진청색의 외투를 걸쳤다. 진청색의 상하의가 매우 깨끗한 것으로 보아, 석탄을 삽으로 퍼서 넣지는 않는 듯하다.
그는 호주에 도착한 이래, 이런 관광 상품을 이용한 적이 없다. 혼자라면 돈을 아끼겠답시고 절대로 하지 않았을 터다. 가족과 함께하니 새로운 경험도 해보고, 좋은 추억도 쌓는다. 퍼핑 빌리 다음 일정은 단데농 산맥 깊숙한 곳이다. 주차장의 캠리로 향하던 도중, 그의 아버지는 셀카봉을 이리저리 만져보다가 부러뜨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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