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는 가족들을 태운 채, 단데농 산맥의 높은 곳으로 향한다. 대부분의 산맥은 정상 부근에 전망대가 있다. 그는 가족들과 함께 단데농 산맥 꼭대기에서 탁 트인 전경을 보고 싶다. 호주의 전망대는 대부분 Lookout이라는 이름을 쓰는데, 단데농의 경우는 Observatory도 있다. 크게 다르지 않다. 그는 Lookout이자 Obervatory인, Skyhigh Mount Dandenong을 향해 캠리를 몬다.
Skyhigh Mount Dandenong으로 가기 위해선, 당연한 말이지만 올라가야 한다. 캠리는 단데농의 구불구불한 도로를 이리저리 누빈다. 정확한 비유는 아니지만, 한국의 문경새재나 대관령 같은 느낌이다. 2차선 왕복 도로가 넓디넓은 단데농 산맥을 굽이굽이 지나간다. 급커브 구간도 많고, 오르막과 내리막도 부지기수다. 운전에 신경 쓰는 와중에도, 끝없이 펼쳐진 푸르른 단데농 산맥의 숲은 감탄을 자아낸다. 나무의 키가 크고, 숲이 울창하게 우거져 있다.
열심히 운전을 하다 보니, 목적지에 거의 다 왔다. 그런데 그의 눈에, 하얀 연기가 보이기 시작한다. 날이 추워서 입김이 나는 것인가 했지만, 입김이라고 하기엔 너무 하얗고 오래도록 지속되는 연기다. 출처를 찾다 보니, 캠리 보넷트 틈 사이로 연기가 삐져나오는 것이 보인다. 목적지까지 10분도 안 남은 시점이므로, 그는 그대로 차를 몰아 목적지에 도착한다. 주차장에 들어서면서 속도를 줄이니, 하얀 연기가 더욱 명확하게 보인다. 빠르게 캠리를 주차하고 시동을 끈다. 보넷트를 여니, 갇혀있던 하얀 연기가 모락모락 피어 나온다.
그는 약간 당황했지만, 큰 문제가 아닐 것이라 생각한다. 냉각수가 다 떨어져서, 엔진이 조금 과열된 것이리라. 늘 1명만 태웠던 캠리가, 갑자기 4명을 태워서 놀랐을 뿐이라고 생각한다. 그와 아버지는 보넷트를 열어놓고 상황을 조금 지켜보고, 어머니와 동생은 먼저 경치를 보러 올라간다. 그와 아버지도 잠시 뒤 보넷트를 닫고 따라 올라간다. 그는 주차된 동안 캠리의 엔진이 충분히 식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Skyhigh Mount Dandenong에는 전망대, 카페, 레스토랑, 비스트로가 모여 있다. 그가 가족들과 도착했을 때는, 비스트로와 레스토랑이 닫혀 있었다. 카페를 보니, 커피나 케잌 등을 먹으면서 유리창 밖의 전경을 즐길 수 있는 구조다. 그와 가족들은 간식으로 조각 케잌 몇 개를 주문한다. 창가에 앉아서, 조각 케잌을 먹으며 경치를 바라본다. 단데농 산맥의 고지에서 바라보니, 시야가 탁 트인다. 단데농 산맥 넘어, 호주 내륙 지방까지 보이는 듯하다. 산맥 너머에는 평야와 집들이 끝없이 펼쳐져 있고, 드문드문 도시 같은 건물 무더기들이 보인다.
마침 시간은 해질녘이다. 그가 좋아하는, 황금빛 노을과 자주색 하늘이 나타나기 시작한다. 그의 어머니는 이를 보며 감탄한다. 케잌을 다 먹고 밖으로 나온다. 이 아름다운 경치를 유리창 너머로만 보기에는 너무 아깝다. 그와 가족들은 해가 저무는 동안, 황금빛 노을과 다양한 색깔의 하늘을 즐긴다. 그의 가족들 외에도, 여기저기서 사람들이 하늘과 경치를 즐기고 있다. 그는 한 외국인 무리에게 다가가, 사진을 찍어줄 수 있느냐고 묻는다. 외국인들은 당연하다며, 그가 건네는 핸드폰으로 가족사진을 찍어준다. 퍼핑 빌리에서 셀카봉으로 찍었던 가족사진도 멋있지만, 단데농 꼭대기에서 노을을 배경으로 찍은 사진에는 비할 바가 아니다.
사실 Skyhigh Mount Dandenong에 위치한 레스토랑은, 그가 고려했던 이벤트 장소 중 하나였다. 데이빗이 알려준 장소다. 가족 여행을 계획하던 때, 그는 로컬인 데이빗에게 이색 장소를 추천받았다. 데이빗은 얼마 전 자신이 가족들과 갔다 온, 단데농 꼭대기의 Skyhigh Mount Dandenong을 추천한다. 데이빗은 부인과 아들을 데리고 이곳 레스토랑에서 점심을 먹었다고 한다. 그는 데이빗이 추천한 Skyhigh Mount Dandenong의 전경을 구글 맵으로 검색해본 뒤, 가족 여행지로 선정한다. 하지만 예약제인 레스토랑은 예약하지 못한다. 가격도 가격이거니와, 레스토랑의 운영 시간에 여행 일정을 맞추기가 버겁다. 일정대로라면 퍼핑 빌리를 갔다가 단데농에 가야 한다. 하지만 레스토랑 운영 시간에 맞추려면 퍼핑 빌리를 버리던지, 해당 레스토랑에 오기 위해 아예 하루를 더 단데농에 배정해야 했다. 시간과 거리를 고려했을 때 불확실성이 크기 때문에, 그는 이 레스토랑을 제외했다.
이외에도 데이빗은 그에게, 멜버른에는 식당 건물 자체가 360도 회전하면서 주변 경관을 즐기며 식사를 할 수 있는 장소가 있다고 알려줬다. 듣는 순간 그는 솔깃했으나, 검색해서 알아보니 가기가 힘들다. 해당 레스토랑들은 고급인데다 인기가 많기 때문에, 가격이 비싸고 대부분 예약제다. 그런데 레스토랑 운영 시간 폭이 넓지 않다. 그는 Skyhigh Mount Dandenong 레스토랑과 같은 이유로, 360도 회전하는 레스토랑에서 식사하는 이벤트 계획을 접는다. 그는 마음을 접으면서도 아쉬움이 남는다. 가족들이 하루만 더 머문다면, 아예 하루를 할애해서 회전하는 레스토랑을 방문할 수도 있을 터다. 하지만 그러기엔 시간이 모자라다. 아쉬움을 달래며, 그는 가족들을 위한 다른 이벤트를 찾는다.
노을을 즐기고 있자니, 해가 지면서 날이 점점 서늘해진다. 그의 가족들도 전날의 야간 비행으로 인해 조금 지쳐있다. 그와 가족들은 단데농 산맥을 내려갈 준비를 한다. 그의 예상대로, 노을을 즐기는 동안 캠리는 열이 식었다. 캠리를 타고, 단데농 산맥을 내려와 숙소로 향한다. 숙소로 가는 도중, 들를 곳이 있다. 쇼핑센터다. 가족들은 호주에 머무는 동안, 취사를 해서 아침과 점심 정도는 숙소에서 해결할 계획이다. 그는 숙소로 가는 경로에서 가장 가까운 곳의 쇼핑센터를 향해 운전한다.
'회상 > 호주' 카테고리의 다른 글
159 - 정비소 (0) | 2021.09.12 |
---|---|
158 - 쇼핑센터, 캠리 과부하 (0) | 2021.09.12 |
156 - Puffing Billy (0) | 2021.09.12 |
155 - 가족 숙소, 에어비앤비 (0) | 2021.09.12 |
154 - 공항 마중 (0) | 2021.09.12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