플린더스 스트리트 역과 세인트 폴 성당을 본 뒤, 조금 더 걸어가면 Hosier Lane(호시어 레인)이 나온다. 호시어 레인은 수많은 그래피티 작품들로 도배된 뒷골목이다. 폭은 그리 넓지 않고, 양 옆은 벽으로 꽉 막혀 있다. 원래대로라면 삭막하고 걷기 싫은 골목이지만, 예술가들의 다양한 그래피티 작업으로 인해 사람들이 바글바글한 관광 명소가 되었다. 한국에는 드라마 '미안하다 사랑하다'로 인해 호시어 레인이 인기를 끌었다고 한다. 그는 해당 드라마를 보지 않았다.
그는 가족들을 이끌고 호시어 레인이 시작되는 지점에 도착한다. 관광객을 비롯해서 사람들이 꽤 많다. 호시어 레인 골목길은 일직선이며, 그리 길지 않다. 천천히 걸어도 15분이면 끝날 거리다. 짧은 거리이긴 하나, 벽면은 수많은 그래피티 예술들로 도배되어 있다. 형형색색의 글자, 그림들로 인해 벽의 원래 색깔을 도저히 알아볼 수 없다. 그의 아버지는 그래피티에 별로 관심이 없는 듯했으나, 동생과 어머니는 흥미를 보인다. 동생은 데드풀 그림 옆에 서서 사진을 찍어달라고 하고, 어머니는 다양한 그림들을 핸드폰 카메라로 찍고 있다.
그는 예술에 조예가 깊은 편이 아니어서, 거리 전체의 분위기나 예술가들의 의도 등을 파악하지 못한다. 그는 그저 실물에 가까울수록, 보다 더 사진처럼 그린 그림일수록 눈이 간다. 호시어 레인의 그래피티 예술 중에서도, 극사실화처럼 사진에 가깝게 그린 작품들이 있다. 동생이 좋아하는 데드풀도 잘 그리긴 했지만 그림이라는 티가 난다. 그는 호시어 레인에서, 가장 사진처럼 그려진 그림을 찾는다. 마침내 호시어 레인이 거의 끝나는 벽에서, 그의 눈길을 사로잡는 그림을 발견한다. 검은색과 하늘색으로 정교하게 그린 여성의 얼굴 초상이다. 그는 이 그림을 보고는, 어떻게 이렇게 실물처럼 잘 그렸을까 생각하며 사진을 찍는다.
골목의 길이가 그리 길지 않기 때문에, 호시어 레인 관광은 빠르게 끝난다. 그는 가족들과 점심 겸 간식을 먹기 위해 한 음식점으로 들어간다. 그는 가족들에게, 호주의 대표 메뉴인 피쉬앤칩스를 추천한다. 또 이 음식점에는, 그가 좋아하는 Parmi(파미)와 피자도 있다. 그와 가족들은 피쉬앤칩스, 파미, 피자를 먹는다. 그는 브리즈번 비스트로에서 만들었던 것과 같은 파미를 기대했으나, 이곳의 파미는 그가 일했던 비스트로에 비해서 양과 질이 떨어진다. 그래도 그는 남기지 않고 먹는다.
피쉬앤칩스는 생선 튀김과 감자튀김이 같이 나오며, 파미 아래에도 감자튀김이 수북이 깔려 있다. 호주의 감자튀김은 한국보다 두껍고 맛이 있다. 한국의 감자튀김은 대부분 얇고 가늘며, 맛이 없다. 맛이 없다는 뜻은, 감자의 맛이 잘 느껴지지 않는다는 뜻이다. 짭짤하게 소금을 많이 쳐서 감자의 맛이 덜 느껴진다. 헝그리 잭스만 하더라도, 한국의 버거킹과 비교했을 때 감자튀김이 훨씬 두꺼우며 감자 맛이 느껴진다. 호주의 감자튀김은 두껍고, 소금은 물론 4가지 전용 소스(머쉬룸, 다이앤, 페퍼, 그레이비)에 찍어먹을 수도 있다. 그의 개인적인 감상으로, 호주의 감자튀김은 한국의 밥 같은 느낌이다. 감자튀김이 일종의 밥인 셈이니, 한국의 간식 감자튀김보다 맛과 질이 더 나을 수밖에 없는 것이리라.
식사를 마치고, 대형마트인 타겟으로 들어간다. 호주의 생필품 및 가전 등을 구경하기 위해서다. K-MART처럼, 타겟도 가격이 저렴한 편이다. 그의 아버지는 타겟의 의류 코너를 둘러보다가, 청바지 2개를 고른다. 진청색에 워싱이 들어간 무난한 청바지다. 가격은 한 벌에 15불로 저렴하다. 어머니는 주방 용품 코너의 테이블보에 관심을 갖고, 동생은 여기저기 돌아다닌다.
전반적으로 멜버른 도심을 돌아본 뒤, 마지막 일정으로 한인 식료품점을 방문한다. 한인 식료품점에서, 전날 쇼핑센터에서는 구매하지 못했던 김치를 비롯해서 단무지 등을 산다. 그와 가족들의 식사를 책임져줄 김치다. 그는 한인 식료품점을 둘러보다가, 문득 오예스를 보자 구매욕이 샘솟기 시작한다. 그는 오예스를 한 통 먹어야겠다며 김치, 단무지와 함께 구매한다. 식료품점에서 나오자마자 오예스를 까서 몇 개를 먹는다. 호주에 있는 동안 잊고 있었던, 오예스의 달달함을 만끽한다. 가족들을 만나자, 갑자기 한국 과자에 대한 추억도 되살아난 듯한 그다.
숙소로 돌아가는 트램을 타러가던 중, 그는 스시샵이 보이자 가족들을 데려가서 초밥을 포장한다. 그는 자신이 일하면서 만들어본 음식은 모두 가족들에게 맛보게 할 생각이다. 물론 이 스시샵의 초밥은 그가 만들었던 초밥과는 다르다. 오히려 그가 만들었던 것보다 더 맛있어 보인다. 그는, 호주식 초밥을 가족들이 맛보는 것에 의의를 둔다.
숙소로 돌아가기 위해 플린더스 스트리트 역 앞에서 트램을 탄다. 해가 저물었지만, 도심은 밝고 활기차다. 특히나 플린더스 스트리트 역은, 밤에 더 밝게 빛난다. 건물 전체의 노란 조명을 일시에 점등해서, 건물이 황금빛으로 보인다. 그와 가족들은 빛나는 플린더스 스트리트 역을 배경으로 기념사진을 찍은 뒤, 트램을 타고 숙소로 돌아간다. 가족 여행의 두 번째 날이 저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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