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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상/호주

160 - 트램, 플린더스 스트리트 역

 그와 아버지가 숙소로 돌아가니, 어머니와 동생도 숙소에 있다. 잠시 도심에 나갔다가, 다 같이 움직이려고 숙소로 돌아온 것이다. 어머니와 동생은 캠리가 어떻게 되었느냐고 묻는다. 그는 백패커스에서 외국인들과 영어 연습을 하면서, 실없는 Joke를 많이 섞어 이야기하곤 했다. 그는 갑자기, 백패커스의 청년들에게 던지던 실없는 Joke를 가족들에게도 선사하고 싶다. 그는 표정을 심각하게 하고, 수리비만 1000불 나왔다고 거짓말한다. 진짜냐는 어머니의 물음에, 그가 거짓말을 하고 있다고 옆에 있던 아버지가 말한다.

 

 

 캠리를 지하 주차장에 두고, 그와 가족들은 도심 나들이를 간다. 그는 캠리가 멀쩡했더라도, 도심 일정에서는 캠리를 몰고 가지 않을 계획이었다. 멜버른 도심은 주차할 곳을 구하기가 힘들기 때문에 오히려 차가 짐이 된다. 그와 가족들은 모두 마이키 카드를 구매해서 충전한다. 호주는 대중교통을 이용하려면 교통 카드를 구매해야 한다. 교통카드는 한국의 티머니 같은 충전식 카드로, 오로지 교통 카드의 기능만을 갖는다. 다만, 호주는 주마다 교통 카드가 다르다. 브리즈번과 시드니와 멜버른은 모두 속해있는 주가 다르다. 즉, 세 도시 모두 교통 카드가 다르다. 각각 Gocard(브리즈번) / Opal(시드니) / Myki(멜버른)로 이름과 모양이 다르지만, 모두 교통 카드다.

 

 그와 가족들이 선택한 대중교통은 트램이다. 멜버른은 호주의 대도시들 중에서도 트램이 가장 잘 발달되어 있다. 그가 출퇴근하던 외곽 지역도, 도로를 자동차와 트램이 함께 쓴다. 트램은 전차와 비슷하다. 두 개의 선로 위를 바퀴 달린 전차가 다니는데, 선로는 도로 위로 튀어나와있지 않다. 선로의 깊이만큼 파서, 지면과 같은 높이가 되게끔 해놓았다. 그는 출퇴근할 때 캠리로 트램의 선로를 지나는 때가 많다. 선로를 밟을 때마다 조그만 턱을 밟는 것처럼 차가 덜컹거린다.

 

 

 그는 브리즈번에서 트램을 아예 보지 못했다. 멜버른에서는 트램이 오히려 버스보다 흔하다. 그와 가족들은 버스 정류장같이 생긴 곳에서 기다리다가, 트램을 탄다. 그와 가족들에게는 첫 트램 탑승이다. 트램은 지하철의 한 칸보다 작으며, 외부와 내부가 깔끔하다. 마침 자리가 있어서 부모님은 자리에 앉고, 그와 동생은 앞에 서서 간다. 숙소에서 멜버른 도심까지의 길은 높은 건물이 많지 않다. 트램에서 창밖을 보면 멀리 고층 건물이 밀집해있는 멜버른 도심이 보인다. 그와 가족들이 도심에 가까워질수록, 건물이 높아지고 빌딩 숲도 가까워진다.

 

 멜버른 도심이 시작되는 곳에서 내린다. 굳이 말해주지 않아도, 바깥 풍경을 보면 도심과 외곽의 경계라는 것을 바로 알 수 있다. 트램에서 내리면, 전면에 넓은 도로와 높은 빌딩들이 펼쳐진다. 뒤를 돌아보면 건물이 낮고, 도로도 한적하다. 그와 가족들이 내린 트램 정거장 건너편에 고풍스러운 건물이 보인다. 멜버른 도심이 시작되는 경계부에 위치한 고풍스러운 건물이 바로 플린더스 스트리트 역이다.

 

 플린더스 스트리트 역은, 호주에서 가장 오래된 기차역이다. 한국의 서울역처럼, 플린더스 스트리트 역도 1800년대 후반 풍의 고풍스러운 건물을 갖고 있다. 건물은 3층에서 4층 높이로 상당히 높고, 돔 형식 건물이라 내부도 넓다. 플린더스 스트리트 역의 외관은 옅은 노란색 벽돌로 이루어져 있고, 세 개의 커다란 돔 지붕을 가지고 있다. 노란 벽과 초록색 돔 지붕은 알록달록한 느낌을 준다. 그는 플린더스 스트리트 역 건물을 보며, 크기는 거대한데 색깔이 알록달록해서 왠지 어색하다고 생각한다. 외관은 고풍스럽지만, 내부는 현대식의 매끈한 마감이며 깔끔하다. 매끈한 바닥의 플랫폼을 지나면 수많은 선로를 볼 수 있다. 광화문 광장만 한 너비를 선로와 기차가 가득 채운다. 승객들은 목적지에 알맞는 기차를 탄다. 플린더스 스트리트 역은 많은 기차들의 출발지이자 환승역이다.

 

 

 플린더스 역 건너편에는 세인트 폴 성당이 있다. 성당은 전형적인 고딕 양식으로, 뾰족한 첨탑들이 있는 벽돌 성당이다. 플린더스 스트리트 역과 세인트 폴 성당, 두 고풍스러운 건축물들은 멜버른 도심 입구에 서 있다. 멜버른의 얼굴인 셈이다. 두 고풍스러운 건축물 뒤로는 현대식 도로와 고층 건물들, 수많은 카페와 음식점들이 줄지어 있다. 멜버른은 세계 여타 도시의 모습과 크게 다르지 않으나, 도심 입구에 위치한 두 고풍스러운 건물로 인해 이미지가 사뭇 다르다. 

 

 멜버른 측은 자신들을 호주 제1의 문화도시라고 홍보한다. 시드니는 자신들을 호주 제1의 경제도시라고 홍보한다. 시드니에도 오페라 하우스와 하버 브릿지가 있으나 현대식 건축물이며, 도시 도입부가 아닌 바다 부근에 위치하기 때문에 시드니의 첫인상을 대변하지는 못한다. 외곽에서 멜버른 도심으로 입성하는 순간 마주친 플린더스 스트리트 역, 세인트 폴 성당으로 인해 그는 멜버른이 시드니보다 더 고풍스럽고 역사 깊은 도시라는 느낌을 받는다. 나중에 운전을 하면서도 알게 되지만, 멜버른은 상당히 넓은 도시다. 고층 빌딩이 고밀도로 모여있는 시드니에 비해, 멜버른은 면적이 넓어서 비교적 밀도가 낮다. 또한 멜버른 도심 이곳저곳에는, 과거의 건축 양식을 그대로 유지한 건물이나 설치물이 간간이 보인다. 멜버른 중심의 고층 빌딩 숲 속 곳곳에 위치한 빅토리아 주립 도서관, 멜버른 대학교 등의 문화시설과 교육시설들이 그 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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