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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상/호주

163 - 보타닉 가든, 야라강

 단란한 스테이크 저녁 파티가 끝나고, 3일 차 아침이 밝았다. 동생의 개인 일정이 있는 날이다. 호주에는 역시 한국인이 많다. 동생의 친구 중 한 명이 호주에서 유학 생활을 하고 있다고 한다. 동생은 해당 유학생 친구와 도심에서 점심 식사와 맥주를 마시기로 했다고 말한다. 그는 가족여행 와서 단독 행동을 하는 동생이 썩 마음에 들지 않지만, 시드니에서 3일간 동생 혼자서 부모님과 여행한 것이 생각나서 아무 말도 하지 않는다.

 

 도심에서 길을 잃지 말고 조심하라고 이야기하니, 동생은 걱정 말라고 한다. 동생은 먼저 밖으로 나가고, 그와 부모님은 조금 더 쉬다가 도심으로 향한다. 동생을 빼놓고 다른 일정을 진행할 수는 없다. 도심 주변을 한번 더 구경하기로 한다.

 

 

 그와 부모님은 트램을 타고 도심으로 향하는 중이다. 트램 창밖을 보던 그의 눈에, 푸른 잔디밭이 펼쳐진 곳이 보인다. 그는 잔디밭과 푸른 하늘이 어우러진, 윈도우즈 바탕화면 같은 장소를 좋아한다. 그는 부모님에게, 저 장소에 가보자고 말한다. 도심으로 가던 중 내려서 시야가 트인 잔디밭으로 향한다. 잔디밭 한가운데에 돌로 지은 건축물과 기념물이 있다. 일반 공원이 아니다. 이름을 보니 Shrine of Remembrance, 직역해서 '기억의 성지'다. 그는 Shrine이라는 단어를 처음 본다. 기억의 성지는, 1차 세계대전 희생자들을 추모하는 장소다. 여기저기 돌로 된 탑과 건축물들이 있고, 주변에는 높은 건물이 없어 하늘이 잘 보인다.

 

 호주에는 세계대전 관련 건축물과 장소가 많다. 그는 호주의 역사, 전쟁 등에 대해 무지하고 관심이 없기 때문에 골드코스트 때처럼 그냥 그렇구나 생각하고 넘긴다. 푸른 잔디밭과 하늘을 볼 수 있는 경치 좋은 곳을 찾아왔더니, 1차 세계대전 희생자들을 추모하는 장소다. 예상했던 장소는 아니지만, 일단은 부모님과 함께 햇빛과 넓은 시야를 즐긴다.

 

 

 Shrine of Remembrance는 멜버른 도심 옆이며, 다른 관광 명소들과도 가깝다. 그와 부모님은 다시 트램을 타지 않고 걸어서 이동한다. 햇살이 따뜻하고 하늘이 맑아서 걷는 맛이 난다. 도중에 세븐일레븐에 들른다. 부모님은 세븐일레븐에서 커피를 마신다. 1불짜리 커피인데, 그가 건설현장 출근하며 세븐일레븐에 들리면 꼭 커피를 마시는 사람들이 있었다. 그는 부모님이 세븐일레븐 커피를 드시는 것이 별로 마음에 들지 않는다. 돈을 아끼려고, 1불짜리 커피이니 일부러 세븐일레븐을 찾아서 커피를 드시는 것이라 생각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나중에 네이버 검색을 해보고, 부모님께도 여쭤보니 세븐일레븐 커피는 맛이 좋기로 유명하다고 한다. 그는 커피를 마시지 않기 때문에 부모님이 커피를 드실 때도 옆에서 그냥 있었다. 호주 세븐일레븐 커피의 명성을 알았다면 삐뚤어진 시각으로 바라보지 않아도 됐을 터다.

 

 Shrine 바로 뒤편에, 보타닉 가든이 있다. Botanic Garden, 식물원이다. 호주의 대도시에는 대부분 보타닉 가든이 있다. 그의 어머니가 특히 식물원을 좋아한다. 보타닉 가든에 들어서자, 생전 처음 보는 식물들이 많다. 독특한 줄기와 잎사귀, 얇지만 키가 매우 큰 나무, 형형색색의 꽃 등 다양하다. 그의 어머니는 연거푸 사진을 찍으며, 시간 가는 줄 모른다. 그는 큰 감흥은 없지만, 몇몇 식물이 신기해서 이름을 본다. 그런데 이름이 너무 어렵다. 다른 식물들을 확인해도 마찬가지다. 팻말에 쓰여 있는 식물의 영어 이름은 대단히 어렵다. 학명을 그대로 갖다 써놓은 듯하다. 그가 선인장이라고 생각한 식물도, 그냥 Cactus가 아니라 여러 음절이다. '블라블라 블라블라투스' 이런 식이다. 

 

 

 보타닉 가든을 거닐다가 한 잔디밭 광장에 도착하니, 푸드 트럭 몇 대가 보인다. 푸드 트럭 중 한 대에서, 호주의 특산물인 두터운 소고기 패티를 넣은 커다란 햄버거를 팔고 있다. 그는 부모님에게, 간식 겸 햄버거를 먹자고 한다. 해당 푸드 트럭은 인기가 많다. 푸드 트럭 주변에서 많은 사람들이 햄버거를 먹고 있다. 이 잔디밭 광장에는 따로 테이블이 없다. 사람들은 다들 잔디밭에 그냥 앉아서 햄버거를 먹는다. 그와 부모님도, 다른 호주인들을 따라 잔디밭에 앉는다. 푸드 트럭에 가서, 커다란 햄버거를 두 개 받아온다. 그와 부모님은 두 개의 햄버거를 나눠먹는다. 그의 아버지가 이 햄버거 하나로 배가 부를 것 같다고 말할 정도로 햄버거가 크다. 햄버거 패티에서 풍부한 육즙과 호주 소고기의 향이 느껴진다.

 

 보타닉 가든은 멜버른 시내를 휘감는 야라강과 맞닿아 있다. 야라강을 따라 걸어가면, 플린더스 스트리트 역과 도심이 나온다. 야라강 끝 플린더스 스트리트 역에서 약속이 끝난 동생과 합류하기로 했다. 아직 시간이 조금 남아서, 그와 부모님은 보타닉 가든부터 도심까지 야라강을 따라 천천히 걸으며 산책한다. 하늘은 푸르고, 강가의 잔디와 나무는 초록색, 야라강은 따사로운 햇빛이 강물 표면에 반사되어 반짝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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