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라강 끝, 플린더스 스트리트 역에서 동생을 만난다. 동생은 친구와 캥거루 고기를 먹은 뒤 맥주를 마셨다고 한다. 맥주를 마셔서인지, 동생은 졸려 보인다.
그와 가족들은 플린더스 스트리트 역 내부로 들어간다. 플린더스 스트리트 역 내부는 상당히 넓고, 여기저기 음식을 파는 상점들이 있다. 츄러스, 도넛, 과일 쉐이크, 아이스크림 등이다. 그는 브리즈번 주말 시장에서 일하면서 먹었던, 달콤하고 시원한 수박 주스가 생각난다. 마침 그의 눈에 과일 쉐이크를 파는 상점이 보인다. 그냥 쉐이크도 아니고, 'Thick Shake'를 판다. Thick Shake라는 이름을 보았을 때, 쉐이크의 과일 농도가 너무 짙어 꾸덕하다 못해 뻑뻑한 쉐이크일 것이란 예감이 든다. 그와 가족들은 츄러스, 과일 쉐이크 등의 간식을 먹는다. Thick Shake는 역시 뻑뻑하고 당도가 높아 맛있다.
플린더스 역 내부에는, 커다란 조형물이 있다. 음식을 우버로 배달시키면, Uber eat을 통해 특유의 종이봉투에 담겨서 온다. 우버잇 회사가 자신들을 홍보하기 위해서인지, 플린더스 스트리트 역 한복판에 커다란 우버잇 종이봉투 모형이 있다. 원래 종이봉투 크기와는 비교도 안 되는, 거대한 종이봉투 모형이다. 동생이 핸드폰으로 사진을 찍는데, 허공에 손가락으로 무언가를 집어 드는 모양을 만든다. 그가 동생에게 무엇을 하느냐고 물으니, 커다란 우버잇 종이봉투 모형을 원근감을 이용해서 자신의 손으로 집는 컨셉 사진을 찍는다고 한다. 그는 무슨 그런 사진을 찍느냐며 웃는다. 동생은 그와는 달리, 트렌디하고 젊은 감각의 소유자다.
동생은 호주 맥주의 취기가 올라오는지, 졸리다고 말한다. 그는 동생이 함께하길 원했지만, 동생은 먼저 숙소로 돌아간다. 그와 부모님은 도심 여행을 계속한다. 해가 지면서, 멜버른 시내가 여러 불빛으로 빛난다. 그는 부모님과 함께, 멜버른에서도 가장 높은 축에 속하는 Eureka Tower(유레카 타워)에서 야경을 볼 생각이다. 그가 동생이 함께하길 바란 이유가 이것이다. 그는 온 가족이 함께 유레카 타워에 올라가 야경을 즐기길 원했다. 하지만 동생은 이미 가버렸으니, 동생 없이 유레카 타워 일정을 진행한다.
유레카 타워에 도착하면, 고층 전망대로 올라갈 수 있는 티켓을 구매해야 한다. 한국의 남산타워 전망대와 절차가 비슷하다. 티켓의 가격은 정확히 기억나지 않으나, 그가 혼자 방문했다면 절대 지불하지 않았을 가격인 것은 분명하다. 그는 부모님과 함께 방문했으니, 흔쾌히 지불할 생각이다. 그가 매표소에서 돈을 지불하려는 때, 갑자기 뒤에서 누군가가 영어로 그와 부모님을 부른다. 돌아보니, 여행객 무리다.
총 6명 정도로 이루어진 아시안 여행객들로, 20대 초중반으로 보인다. 영어로 대화하는데, 무리에 있는 인원들이 구사하는 영어의 발음이 모두 제각각이다. 그가 훑어보니 일본인 몇 명, 중국인 몇 명, 동남아 몇 명이 섞인 듯하다. 아마 멜버른 대학교나 유학원에서 만난 유학생 친구들일 것이다. 앞장서서 그와 부모님에게 말을 건 이는 일본인 남성으로 보인다. 여행객 무리는 쑥스러운 듯 웃으며 약간 뒤에 모여서, 앞장선 일본인 남성을 지켜보고 있다. 일본인 남성은 영어가 유창하지는 않으나, 얼굴에 웃음기가 가득하고 순박한 인상이다. 들어보니, 일본인 남성은 그에게 함께 표를 구매하는 것이 어떻냐고 묻고 있다. 대부분의 고층 건물 전망대는 개인과 단체의 입장권 가격이 다르다. 일본인 남성은, 자신의 무리에 그와 부모님을 포함해서 단체로 구매하면 더 저렴하게 표를 구매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한다.
돈을 아낄 수 있다는 생각에, 그는 부모님이 계신 것도 잊고 일본인 남성과 가격을 따지기 시작한다. 단체 인원으로 할인된 가격이 개인 가격보다 당연히 싸다. 그와 부모님은 총 3명이므로, 단체 할인을 받지 못하는 인원수다. 일본인 남성과 그는 매표소 위의 가격표를 보며, 인원수를 센다. 그는 여행지 특유의 재미, 갑작스러운 인연과 더불어 티켓도 값싸게 살 생각에 가슴이 부푼다. 하지만 일본인 남성은 그보다 늦게 매표소에 도착했으며, 아직 매표소의 가격 체계를 전혀 모르고 있었다. 그는 일본인 남성이 어느 정도 계산을 한 뒤 그에게 말을 건 줄 알았으나, 일본인 남성은 일단 제안부터 한 것이다. 그가 가격표를 보니, 단체 요금의 적용은 이렇다. 몇 명 이상을 전부 단체 가격으로 할인하는 것이 아니라, 네다섯 명만 단체로 치는 식이다. 네다섯 명은 단체로 결제하고, 남은 인원은 네다섯이 되지 않을 경우 개인 가격이 적용된다.
그가 이 점을 파악한 후 인원을 다시 세어 보니, 일본인 남성이 속한 유학생들만으로도 충분히 단체 가격을 받을 수 있다. 그리고 남은 인원과 그의 가족들을 합쳐도, 단체 인원에 미달하는 숫자다. 그는 일본인 남성에게, 자신과 가족들이 없어도 되겠다고 말한다. 일본인 남성은 함박웃음을 지으며, 영어로 고맙다고 말하고 무리로 돌아간다. 일본인 남성이 돌아가자, 기다리고 있던 유학생 무리가 깔깔거리며 일본인 남성을 맞는다. 잘 들리지는 않지만, 일본인 남성과 무리들이 어떤 이야기를 주고받을지는 대강 예상이 된다.
그는 가격을 따지느라, 부모님을 생각도 않고 있었다. 부모님을 방치하고 있었다는 생각에 성급히 돌아본다. 그가 돌아보니, 아버지가 웃고 있다. 아버지는 일본인 남성이 돌아간 유학생 무리들을 보며, 돈을 아끼려 이리저리 궁리하는 모습이 귀엽다고 말한다. 그는 아버지가 이런 식으로 이야기하는 것을 들어본 적이 별로 없다.
엘리베이터를 타고 유레카 타워 전망대로 올라간다. 엘리베이터가 가속하는 것이 느껴진다. 몸이 약간 무거워지고, 귀가 막힌다. 그는 비행기나 전망대를 오를 때 이런 식으로 귀가 막히면, 침을 삼킨다. 하품을 하면 귀가 뻥 뚫리긴 하지만, 하품을 유도하기는 힘들다. 침을 계속 꼴깍꼴깍 삼키다 보면, 먹먹한 귀가 약간씩 뚫린다.
전망대는 통창으로 되어 있어, 시야가 넓다. 그와 부모님은, 유리창 너머 펼쳐진 멜버른의 야경을 만끽한다. 바로 아래 플린더스 스트리트 역부터, 도로와 건물들이 펼쳐진다. 야경을 이루는 빛들이 밝기 때문에, 전망대 내부에는 조명이 거의 없이 깜깜하다. 그와 부모님은 전망대를 한 바퀴 빙 돌면서, 멜버른의 전경을 360도 관람한다. 한쪽에는, 아예 유리창 바깥으로 나가 철그물 안에서 바람을 맞으며 구경하는 장소가 있다. 이색 체험이라 그런지 줄을 서 있다. 그와 부모님도 줄을 섰다가, 차례가 되어 밖으로 나간다. 고층 빌딩 바깥은 바람이 강하다. 그는 철그물을 꽉 붙잡고, 핸드폰으로 사진을 찍는다. 철그물은 그가 주차장에 설치했던 것과 달리 튼튼하다. 생긴 것만 철그물이지, 밀어도 반동이 전혀 없다. 두터운 철판에 송송 구멍만 뚫어놓은 셈이다.
야경을 보고, 유레카 타워에서 내려온다. 그와 부모님은 해가 진 뒤의 야라강변을 걷는다. 해가 완전히 져서 하늘이 새까맣다. 밤 9시는 된 줄 알았는데 저녁 식사 시간이다. 그와 부모님은 강변에 위치한 건물 중 한 곳의 푸드 코트에서, 여러 음식들을 고른다. 그는 자신이 자주 먹는 메뉴인 야채 치킨을 고르고, 부모님이 원하는 메뉴도 하나씩 고른다. 직원은 즉석에서 접시에 담아, 식기와 함께 준다. 식사 후, 야라강변과 멜버른의 야경을 다시 한번 눈에 담는다. 그가 계획한 일정 상으로는, 야라강과 플린더스 스트리트 역을 보는 것은 지금이 마지막이다. 그와 부모님은 야라강과 플린더스 스트리트 역 주변을 걷다가, 질릴 때 즈음 트램을 타고 숙소로 돌아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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